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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작가의 말
작가의 말 1.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2. 금과 은의 왈츠 3. 첫사랑 4. 이른 봄 5. 새가 되었네 6. 황금의 나날 7. 스승들 해설 - 감각의 갱신, 명사에서 동사로 / 이영준 |
成碩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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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선생이 나를 부르셨다.
'교지는 잘 되어가고 있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몰라?' '배울게 너무도 많고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서요' '그런데 원고가 하나 모자른다며?' '네' '책은 오늘 내일 나와야지?' '네' '그 원고를 채워 넣어야 하지?' '그렇습니다.' '누가?' '모르겠는데요' '왜 몰라?' '두 면 분량이나 되는데 갑자기 청탁을 할 만한 사람이 없고요 또 오늘 오전 중에 써야 하는데 그렇게 원고를 빨리 쓸 수 있는 사람이 없고요. 어제 다른 사람들이 써넣었는지도 모르고요.' '네가 쓰면 안돼?' '못합니다.' '정말?' '능력이 없습니다.' '정말?' '저는 글이라고는 써 본 적도 없습니다.' '정말?' '저는 도데체 소질도 없습니다. 한심합니다. 아, 갑갑합니다. 다른 사람처럼 얼른 두 면 정도를 매워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하나만 희생하면 되는데.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 남들 다 하는 희생도 못하는 이 심정, 희생을 할래도 할 수 없는 이 심정,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저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열두시까지 써와.' '...' '종쳤다.'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 pp.216-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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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가 공중에 들린 지 0.5초 후. 차 안에 있던 사내가 정신을 차린다. 그는 추락 직전 과속으로 커브를 달려 내려왔다. 다리의 서쪽과 연결된 도로는 심하게 휘어 있고 비탈이 져 있다. 속도 제한 표지가 있고 주의 표시, 위험 표지도 있다. 그러나 사내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주의하지도 않았다. 그는 화가 나 있었다. 옆자리의 여자는 그가 화를 내는 동안 내내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그건 충돌하기 전의 일이다. 지금 그녀는 기절해 있다. 차가 다리 난간과 충돌하는 순간 이마를 유리창에 들이받았다. 이마를 들이받은 것은 사내도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사내도 잠시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 초도 되기 전에 정신을 차린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다행이라고?
사내는 정신이 들자마자 화를 낸다. 잠에서 깨면 울기부터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른 가운데도 화부터 내고 보는 사람이 있다. 버릇이다. 사내 역시 버릇대로 화를 낸다. 그 다음에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느낀다. 알게 된다. 느낌에서 아는 데까지 최소한 0.2초 이상이 소요되었다. 그는 자신이, 자동차에 탄 채로, 다리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알게 된 것이 다행스러운가. 아니면 정신을 차린 것이 다행스러운가. 그는 날 줄도 모르고 나는 동안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비싼 차가 추락하는 데 얼마만한 시간이 걸릴 것인가를 계산할 수 없다. --- p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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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기에 걸쳐 있다고는 해도 돌아보면 멀지 않은 길, 그 길을 오래도록 숨차게 달려왔다. 자꾸 돌아보게 되는 것은 청춘이 거기 있기 때문. 사람들 간 데 없고 추억은 남아 있다. 그리고 책이 남았다. 사랑한다고, 사랑했노라고 말해줄 것을!
2003년 3월 성석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