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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샘이 깊은 물그림자
구름 여름밤은 물 산 아래에는 사람이 있다 순례의 달 수하리 바람 그대, 비둘기호를 타지 않겠습니까? 여름 박꽃이 필 때면 낯선 시간이 다가온다 분꽃 어머니 2부 가슴속 끓는 그리움 사랑에 체하다 간척지 변방의 시저 회복기 홍수 다시마 데치기 엘리베이터 사는 일이란 나도 강물이고 싶다 부재 무제의 날 3부 아픔이란 모두 지나가는 것 찻집 나무그늘 바람에게 혈연 내 마음의 빈터 기도 숲이 눕고 일어서다 잔디밭과 달개비 성묘길 너는 내게 온기로 온다 오늘 비는 내리고 4부 비껴가는 바람 중부고속도로 비야 작은 비야 부활의 노래 한계령 공주 가는 길 사풍 부는 날 우리에게 아직 꿈에 대한 희망이 유효한지요 봉숭아 기쁨 2 환절기 블라인드 일기예보 5부 세월을 뒤집는 붕어빵 장수 세심사 가는 길 녹차를 마시며 숲 초겨울 가을 햇살 속에서 입동 산행 계범이 순례기 울고 싶은 날 당신 안에 새봄을 안기고 싶다 봄비 해설/이명재-물과 바람을 통한 향수의 서정적 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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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리 바람
내게서 걸어 나간 바람이 지금 고향 어귀쯤 다다랐을까 이미 눈 설어진 그곳 헤매다 지쳐 정자나무 아래 오랫동안 서 있지나 않는지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는 길을 나뭇잎 떨어져 쓸쓸히 간다 잎새마다 새겨지는 어머니의 발자국 투명한 빛깔로 쌓이는 슬픔만이 무진 곱구나 바람이 수하리 뒷산을 돌아서 그리운 어머니 냄새를 싣고 돌아온다면 나는 이제라도 고개 숙여 인사하겠네 모두 안녕들 하신지 젊은이들 다투어 떠나고 머리 하얀 사람들만 신선인 듯 그런 듯이만 보이겠지 --- p.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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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수 시집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순정한 시인이 쓸 수 있는 순정한 시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는 체험에서 우려 나는 소재를 택하고 있어서 이미지가 난삽하거나 억지로 꾸민 듯한 흔적이 없고,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매우 자연스럽다. 읽고 나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시편들이다.
임은수의 짜임새 있는 시어구사와 이미지 활용 면은 단연 돋보인다. 그의 시 문장은 서정성이 넘치고 더러는 생략적이라서 수월하게 읽혀나간다. 「수하리 바람」이나 「여름밤은」 등의 신선한 감수성과 유연성뿐만이 아니다. 그의 시는 사물의 인상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시적 압축미의 본을 보는 듯싶다. 또한 임은수는 곧잘 지적이고 리얼한 묘파로써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그의 시편에서는 으레 한두 구절씩 시어 표현의 숙어처럼 외우고 싶은 대목이 반짝이곤 한다. 이런 그의 잠재력은 앞으로 펼쳐갈 창작활동에 큰 자산이라 여겨진다. 그에게는 막연한 관념이나 형체 없는 사물을 가시적인 이미지로 리얼하게 표출해 내는 재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