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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거짓말
벌집에는 벌이 살지 않는다 안녕, 나디아 시선 점 하나의 심장 사향나무 로맨스 굿바이 파라다이스 캣 오 나인 테일즈 Happy deathday to you 작가의 말 내가 읽은 강지영/김봉석 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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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살인을 저지른 날 나는 살해되었다. 남자는 내가 너무 쉽게 죽어 버린 걸 아쉬워한다. 그는 내게서 몸을 떼 바지를 주워 입는다. 질식사한 내 얼굴은 어떨지 궁금하다. 시퍼럴까? 아니면 시뻘걸까? 어느 쪽이더라도 예쁘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는 잠시 곁에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살아 있었을 때 그렇게 다정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라면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p.29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 잠든 듯 두 눈을 꼭 감은 구릿빛 피부의 소녀가 새끼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이었다. 내 뜨거운 숨결 때문일까, 소녀가 짙은 속눈썹을 꿈틀대더니 부스스 눈을 떴다. 새까만 눈동자로 정답게 나를 올려다보던 그녀가 길고 평안한 하품을 했다. 봄이, 나디아가 그렇게 내게로 왔다. --- p.146 나는 무녀리였다. 세쌍둥이 중 가장 성미 급하게 자궁을 뛰쳐나오느라 뒤따르던 두 동생의 목에 탯줄이 감긴 줄도 미처 알지 못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작고 병약한 것들이 그러하듯 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내 뒤에 어린 두 생명이 제 목을 조르는 탯줄과 사투를 벌이는 줄도 모르고, 사지를 버둥거리며 있는 힘껏 첫울음을 터트렸다. 울음과 동시에 생일이 제삿날이 되어버린 동생들도 힘없이 세상으로 밀려 나왔다. --- p.149 심장이 뛴다. 희수가 덤벨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운동광이다. 나 때문에 할 수 없는 벤치프레스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들을 능숙하게 다룬다. (중략) 요란하게 펄떡이는 심장을 느끼며 손에 든 책에 집중한다. ‘당신이 감옥을 떠난다 해도 감옥은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습니다.’ 나는 그가 말한 마음의 감옥 속에 살고 있다. 희수의 움직임에 따라 내 몸도 간단없이 뒤흔들린다. 우린 서로에게 감옥이다. 하나의 열쇠를 지닌 두 개의 감옥. 그러나 열쇠는 희수와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차갑게 반짝인다. 내 몸피에 꼭 맞게 지어진 바듯한 감옥게 갇힌 것처럼 숨이 가빠온다. 오롯이 내 것인 심장을 갖고 싶다. 나는 그만 쉬고 싶다. --- p.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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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장르문학, 매혹적인 이야기꾼 강지영
사랑, 죽음, 삶과 판타지, 욕망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는 보는 순간 사람을 사로잡는다. 호러, 판타지, 미스터리 등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장르 사이를 매끄러지듯 빠져나가며 이야기를 눙치는 솜씨는 일견 성석제를 떠올리게 한다. 또 트랜스젠더, 시체애호층, 사채, 벌집, 지하철 세일즈맨, SM 클럽, 재개발 빌라, 샴쌍동이 등의 사회적 소재로 서늘하고 슬프면서도 웃긴 이야기를 펼쳐가는 솜씨는 노숙한 장인을 연상시킨다. 또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소재를 건드리는 그 촉각이 흥미롭다. 서늘한 환상의 세계 「그녀의 거짓말」은 성전환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동시에 시체애호증까지 뒤섞인 기묘한 소설이다. 그곳에서 진짜와 가짜,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무화된다. 강지영의 세계는 근친상간, 살인, 유괴와 고문 등으로 점철된 지옥이다. 거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야 한다. 제목이 인상적인 「Happy deathday to you」에서는 죽은 자들이 살아난다.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면 정말로 기쁠까? 어쩌면 산 사람들은 그가 없는 인생을 더 원한 것은 아니었을까? 강지영은 정말 잔인하게 근본적인 것들을 의심한다.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강지영의 세계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당신이 지난 생이라고 기억하는 그곳이 바로 지옥이었습니다.” 삶이, 세상 자체가 호러, 판타지, 코믹, 스릴러가 범벅된 비빔밥이다 대출로 만난 남과 여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 벌집 끝자의 양딸을 탐내 싸움을 벌이는 조선족 입분과 흑인 혼혈녀 티파니, 현실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들이 한줄도 쓰지 못하는 자신의 소설을 능가하는 무궁화빌라의 소설가 지망생, 산채로는 영원히 나디아를 소유할 수 없는 연쇄살인마 벙어리, 서로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샴쌍둥이와 사향나무 아래서 야한 소설을 탐닉하는 기괴한 노파, SM 클럽에서 벌어진 진짜 살인사건과 지옥에서 간신히 탈출했는데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무한순환선 같은 인생의 자동차세일즈맨,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다시 진정 죽을 수 있는 환생한 좀비들. 그들은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죽이고, 만지고, 애틋해 하고, 속이고, 어이없는 일을 벌이고, 포기하고, 다른 존재를 꿈꾸고, 자살하지만 이 여러 층위가 섞인 무간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진심으로 죽음을 축하하는 것이다. “Happy deathday To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