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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의 끝, 하드보일드 펭귄랜드
아홉 살 펭귄 인생 펭귄 아빠도 리콜이 되나요? 펭귄이 뿔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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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테리언입니다.”
드디어 말해버렸다. 속이 다 시원했다. 멋쩍었다. 씨익 웃었다. 그런데 조용하다. 침묵이 흘렀다. 묘했다. 한쪽에선 웃었고 한쪽에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뭐가 잘못 됐나? “베지털이? 그게 뭐야?” 윽. 한창수다. “그러게?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병이야?” 과장님도? 이럴 수가. 아고,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채식주의자요.” 조미선이 말했다. 그러자 다들 “아아…….” 합창을 하며 안도라도 한 듯이 왁자지껄 웃고 떠들었다. 이상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좋아졌다. 어째 이상했다. 뭔가 안도한 투다. 그럼 내가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나 “제가 공기로 전염 시키는 신종 에이즈에 걸렸습니다” 이런 말이라도 할 줄 알았나? “그거였구나. 으그. 말을 하지.” 괜히 사람 놀라게 했다는 듯이 팀장이 웃으며 나를 한 대 쳤다. 그거였구나? 그럼 뭔 줄 알았는데? “그럼 이주훈 씨, 아예 고기를 못 먹어요? 고기란 고기는?” “네.” “생선도? 돼지고기, 쇠고기만 아니고?” “네. 죄송합니다. 야채만 먹습니다.” 예상대로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죄송합니다. 야채만 먹어서.” 이 말을 내가 일년에 몇 번이나 하더라? “아우. 깜짝이야. 나는 또 무슨 되게 큰 커밍아웃인 줄 알았잖아. 괜히 긴장했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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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2009 희망 프로젝트
「워소리」 「똥파리」의 감동을 이어갈 최고의 화제작 사소한 자각, 작은 배려, 동등한 소통―펭귄 날다 《날아라 펭귄》은 먼저, 임순례 감독의 따스한 감성에 조은미 작가의 해학스런 문체가 녹아들어 원작 영화와는 또 다른 맛을 내는 작품이다. 한마디로 일품逸品이다. ‘인권’은 흔히 거창하고 따분하고 엄숙한 것으로 인식하게들 마련인데 이 책과 영화는 그런 고정관념과 편견을 통쾌하게 뒤집어엎어 버린다. ‘그토록 재미없는 주제를 이토록 재밌게 풀어내 사람들 가슴을 적실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 이 책이나 영화에 ‘폭풍’이나 ‘폭우’ 같은 짜릿한 자극은 없다. 그러나 어느새 ‘보슬비’에 푹 젖어 있는, ‘미풍’에 슬며시 웃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하나의 큰 틀 안에 네 개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이야기들이 네 개의 주제를 보여준다. 아홉 살 승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승윤엄마, 또래의 ‘뛰어난’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초조해진 나머지 극성엄마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어린애를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아내가 못마땅한 승윤아빠도 가끔씩 승윤과 놀아주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이 갑갑하다. 채식남에다 술은 입에도 못 대는 신입사원 주훈에게 자신을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선배들과의 직장생활은 그리 만만치 않다. 화끈한 성격으로 선배들과 잘 어울리던 주훈의 입사동기 미선도 복도계단에서 흡연을 들킨 이후 선배들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아이들과 아내 없는 일상이 서글프지만 그들을 위해 쓸쓸히 빈집을 지키는 기러기아빠 수형. 가끔은 너무 외롭기도 하지만 우연히 만난 딸의 친구로부터 부럽다는 말을 들으면,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더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힘을 낸다. 늦은 나이에 큰 용기를 내서 운전면허를 따온 날, 차를 팔아버린 남편을 보며 권위적이기만 한 그런 남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심한 송 여사. 그녀의 이혼 요구에 내심 당황스럽고 또 혼자 살아갈 일에 눈앞이 캄캄한 권 선생. 그렇다고 50년 넘게 지켜온 자존심을 쉬 꺾을 수는 없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니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와 문제를 따스한 시선과 유쾌한 웃음으로 그려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