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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향연
한창훈
중앙북스(books) 200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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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닻 놓았던 자리
내가 꼼짝없이 술 마시게 된 이유
가을 운동회가 있던 풍경
이름과 관련된 짧은 이야기
열여섯의 섬
변방의 말과 노래
닻 놓았던 자리
여수항
행방을 알 수 없는 한 사람에 대하여
연등천의 여인들
동행의 이유
이사
겨울바다

2부 애염명왕의 초대장
지평선을 향하여 걷는 사람아
오래 전 겨울 풍경
여승
그대가 있기에 봄도 있고
터진 언 살이 아물기까지
시인의 죽음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
박남준 시인 말입니까
편지
여행
식귀(食鬼)가 온다
해마다 오월은 돌아와
구멍에 대하여

3부 돌아보지 마라, 앞에 있다
그리움이란 계절을 기다리는 철새의 침묵과도 같은 것
부산에서
연탄불이 있던 풍경
방이 이모
방이 이모부
방헌 외숙
외할머니
글쎄 귀신은 있을까, 없을까
내 이모가 보면 안 되는 페이지
깊고 푸른 강
웃음에 대하여
남도 봄소식

저자 소개 1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몇 이랑의 밭과 그것과 비슷한 수의 어선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로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사십 전에는 기구할 거라는 사주팔자가 대략 들어맞는 삶을 살았다. 음악실 디제이, 트럭운전사, 커피숍 주방장, 이런저런 배의 선원, 건설현장 막노동꾼, 포장마차 사장 따위의 이력을 얻은 다음에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로는 한국작가회의 관련 일을 하고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수시로 거문도를 드나들었다.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몇 이랑의 밭과 그것과 비슷한 수의 어선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로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사십 전에는 기구할 거라는 사주팔자가 대략 들어맞는 삶을 살았다. 음악실 디제이, 트럭운전사, 커피숍 주방장, 이런저런 배의 선원, 건설현장 막노동꾼, 포장마차 사장 따위의 이력을 얻은 다음에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로는 한국작가회의 관련 일을 하고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수시로 거문도를 드나들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을 타고 두바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갔으며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승선해 베링해와 북극해를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도 종종 그 항해를 떠올리며 먼 곳으로 눈길을 주곤 한다. 그리고 문득 고향으로 돌아갔다. 원고 쓰고, 이웃과 뒤섞이고, 낚시와 채집을 하며 지내고 있다.

19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한 변방의 삶을 소설로 써왔다.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가던 새 본다』,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청춘가를 불러요』, 『나는 여기가 좋다』, 『그 남자의 연애사』, 장편소설 『홍합』, 『열여섯의 섬』,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꽃의 나라』 등이 있고, 산문집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등을 냈으며 어린이 책으로는 『검은 섬의 전설』, 『제주선비 구사일생 표류기』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요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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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55쪽 | 367g | 148*210*20mm
ISBN13
9788961889469

책 속으로

좁은 땅, 넓은 바다. 어느 쪽이든 몇 발자국만 걸으면 해안선이었다. 해안선은 총 들고 지키는 국경보다 더 시퍼런 경계였다. 섬의 사내는 빈주먹 쥐고 먼 바다로 나갔고 아낙은 수평선을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다. 돌아오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사내와 헤어진 그 경계에서 아낙은 먹을 것을 따고 아이는 뛰어다녔다. 나는 그곳에서 언어를 배우고 정서를 키웠다. --- p.37

늙은 부부가 겨울 밤바다 한 가운데서 알몸으로 껴안고 상대에게 온기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을 나는 잠시 그려보았다. 부부의 애정보다도 더 깊은 차원의 그 무엇이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겨울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얼어붙은 남편을 위해 옷을 벗는 그들은 하나가 없으면 남은 하나도 곧바로 소멸해버릴 그런 존재였다. 둘은 지금도 낡은 그물을 가지고 여수 앞바다를 항해중일 것이다. 악도 쓰고 고시랑거리고 하고 간혹 그렇게 알몸으로 껴안으면서. --- p.81

이곳은 바닷가에서 길이 시작되고 끝도 바다에서 마무리된다. 사나운 바람이 절벽에 부딪히며 부서진다. 바위가 운다. 여인네 탄 여객선은 나로도 거쳐 여수를 향해 마지막 숨 가뿐 질주를 할 것이고 사년 동안 그녀의 남편이었던 사내는 몇 개의 담배꽁초를 더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조업 나갔던 배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새벽이면 수평의 세상으로 나갔다가 저녁이면 수직의 집으로 돌아온다. 바다 한가운데 솟은 섬. 그 둘의 교차점에서 생명을 유지한다. 수평으로 날다가 수직으로 낙하하는 가마우지처럼. 전복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을 때, 어선과 작업선을 타며, 질통을 메고 ‘아시바’를 걸으며, 소설가가 되자고 마음먹었다. 나는 어쩌면 소설가보다는 어부를 직업으로 선택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 p.98

내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어쩌면 단순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일과는 아주 단순하다. 새벽 기상.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하기. 담배 피우면서 그냥 있기. 원고쓰기. 낚거나 뜯어온 것으로 국 끓여 밥 먹기. 책 읽기. 산책이나 생계형 낚시하기.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듣고 있기. --- p.99

친구가 찾아온다는 소식에 죽음과 싸우며 기다렸던 이문구 선생. 친구의 위급 소식에 지구 반대편에서 불원천리 날아오신 박상륭 선생. 그리고 두 사람의 이별. 한 분은 생을 마감하고 말없이 누워 있고 한 분은 조용하게 앉아 계시던 모습. 견뎌내기 힘든 바람 하나가 가슴속으로 날카롭게 지나갔다. --- p.141

내 이름 뒤에 곧잘 바다가 붙어 다니는 탓에 바다의 작가가 왜 이렇게 내륙 깊숙한 곳에서 살고 있느냐고 물어오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물소리를 꿈꾸기에 최적의 장소는 사막입지요.’ 바다를 그리워하는 어부를 본 적이 있는가. 그리워 달려가면 바다는 날카로운 현실이 되고 마는 까닭도 있지만 꿈속에서의 그것은 실재보다 크고 거세면서도 신비하게 채색된다. 어쩌면 꿈꾸기 위해 내륙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꿈꾸는 곳은 늘 멀리 있는 법. 먼 곳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꿈꾸는 것. --- p.203

나는 삼매경지에 들어선 할머니를 향해 경배했다. 작가로서 받들어 모셔야 할 수많은 것 중 저 모습보다 더 중하고 귀한 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 새벽에 지는 별 보고 바람 짐작하고 마당 쓸고 밭에 나가 일 하고 바닷가 나가 가사리와 고동 잡고 해 기울면 들어와 하루 노동의 뒷마무리 하고 달뜨면 누워 휴식하는 그 심심한 반복이, 적막과도 같은 그 장면이 가장 높고 어려운 거였다. --- p.222

겨우내 자란 톳이 치렁치렁 몸을 드러내고 미역도 훌쩍 자랐다. 썰물 땐 갯바위에 가서 생미역을 따온다. 끓는 물에 데친 다음 문질러 씻어 초고추장이나 장국에 찍어 먹는다. 겨우내 깊은 바다로 나갔던 군소도 돌아왔다. 무쳐 놓으면 술안주로 딱이다.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뿐이다.

--- p.255

출판사 리뷰

몸으로 쓴 언어, 바람과 파도로 빚은 산문
『홍합』으로 제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창훈의 첫 산문집. 도시나 도시의 외곽이 아닌 섬과 항구, 그리고 내륙에서 글쓰기와 노동을 함께 해온 한창훈의 글은 카페나 통유리창이 있는 작업실 안에서 쓰여진 글과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는 이 산문집은 그것이 어떻게 다르고, 지금 이 시대에도 몸의 근육을 쓰고, 땀을 흘리며 사는 사람들의 피치 못할 사연과 감정들이 어떻게 끝끝내 유효할 것인지를 증거 한다. 책을 읽다보면 상대적으로 더욱 더디게 변하는 변방의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치 한 시도 쉬지 않아 변함이 없는 바다처럼 생생한데, 어촌 경험이 없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바다형’ 유전자 같은 것이 어쩌면 누구에게나 잠복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 근래의 작가들이 천착하는 관계의 심리를 다룬 소설이나, 상상력에 의존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 그리고 여행 산문들이 주종을 이루는 한국 문단에서 한창훈의 이번 산문집은 가히 천연기념물 격으로 귀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작가의 고향, 삶의 고향 이야기
실제로 작가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한 ‘거문도’로 대표되는 섬과 고향. 나고 먹고 자라고 떠나서, 그리워하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고야 마는 그곳에서 작가가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그리고 섬을 떠나 항구를 떠돌며 숱한 인생들을 만나서 엮이고, 헤어지고, 재회하거나 영영 못 만난 사연들, 생계형 작가가 되고 나서 사귄 문단의 한 족속들과 뒹굴었던 서늘한 사연들이 이 산문집의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들이지만, 그 웃으면서 슬퍼지는 이야기들을 마음의 혀로 씹어 읽다보면 세상살이가 외롭다, 외롭다, 하고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그런 감정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해일 같은 삶의 파도가 있으며, 그것을 일상으로 겪는 사람들의 지혜랄지, 육화된 삶의 태도와 생존 차원의 본능적인 반응들을 헤아려보면서 어쩌면 삶은 그리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불쑥 들게 된다. 마치 시멘트 바닥 틈 사이에서 자라는 풀을 문득 발견한 때처럼.

한 편의 소설 같은 문학적 산문집
한편 책에 실린 글들은 조각조각 떨어진 것이 아니라, 통째로 읽어도 될 만큼 완결성을 갖추었다. 특히 몇 편의 글은 탁월한 절창이어서(동행의 이유, 겨울바다, 지평선을 향하여 걷는 사람아, 박남준 시인 말입니까, 그리움이란 계절을 기다리는 철새의 침묵과도 같은 것, 연탄불이 있던 풍경, 외할머니, 남도 봄소식 등) 산문으로 도달할 수 있는 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육중한 장편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질량의 무게감 있는 산문집으로 읽기에도 충분하다. 『한창훈의 향연』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닻 놓았던 자리’는 작가의 고향이자 삶의 고향인 거문도와 여수 등 바다와 섬을 지리적, 감성적 배경으로 한 글들로 소설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바다 사나이의 거칠면서도 내성적인 언어들로 차려져 있다. 2부 ‘애염명왕의 초대장’에는 섬을 떠나 내륙에서 작가의 길을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경험했던 문인들과의 만남(이문구, 송기원, 박상륭, 유용주, 박남준, 이흔복 등)과 그 인간 군상들에 대한 살가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며, 3부 ‘돌아보지 마라, 앞에 있다’에는 바다와 섬의 작가 한창훈 작품 세계의 원형질이라고 할 수 있는 근원적인 체험들이 담겨 있다.

작가 한창훈이 초대하는 그리움과 희망의 향연
한국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로 꼽히는 박상륭과 ‘여자 한창훈’이라고 할 수도 있는 공선옥이 이 산문집을 먼저 읽고 보내온 글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서 사진을 찍은 이강빈 작가가 거문도로 직접 내려가 한창훈의 고향 풍경을 담은 아련하고 시원한 흑백 바다 풍경 사진들을 수록하여 책을 ‘보는’ 즐거움도 주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한창훈의 향연』은 작가가 올리는 그리움과 희망의 성찬이다. 산문집 곳곳에서 등장하는 작가가 인연 맺은 사람들과 항구와 섬과 바닷물고기들과 숲과 바람과 기타 등등들과 몸과 마음과 영혼의 살을 섞으며 교감했던 시간과 추억들이 고스란히 한 상 가득 차려진 슬프고 아름다운 향연인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또다시 수평선을 향하여 새로운 비상을 꿈꾸며, 이렇게 희망의 전언을 남긴다.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뿐이다.”

추천평

그는 돌고래 냄새를 풍긴다. 그는 이미지의 물고기들을 사랑하는 돌고래이다. 바다는 그리고, 끝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외롭다. 외로울 때 바다도 운다. 이 바닷사나도 외로워 보인다. 그런 울음하기의 비열悲悅이, 한 보따리 싸여 여기에 있다. 풀어 헤치자마자 터져 나는 그 울음으로부터, 자넨들 어찌 자유스러울 수 있겠는가.
박상륭 (소설가)
그를 보면, 마도로스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갈매기도 슬피 우는 이별의 인천 항구를 파이프 담배연기 날리며 정만 남기고 떠나는 무정한 사나이. 그러나 그가 무정한 사나이인 것 같으면서도 은연중에 살짝 엿보이는 다정함은, 살가움은 그가 또 천상 남도 사나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것은 내가 같은 남도 여자이기 때문에 안다.
공선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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