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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메 마을, 진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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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龍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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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이 되면 길은 꽃길이 되었다. 길 양쪽엔 온통 풀꽃들이 내가 가는 길을 열어주는 듯했다. 그 꽃길을 아내가 가만가만 딸그락딸그락 자갈길을 걸어 마중을 나오곤 했다. 나는 한 주먹 꽃을 꺾어 쥐고 가다가 마중 나온 아내에게 주곤 했다. 아내는 또 비가 올 때면 그 호젓하고 적막한 길을 따라 바람과 더불어 마중을 나오곤 했다. 그리고 꼭 안아달라고 했다. 아, 그 빗속 우산을 쓰고 가만가만 멀리 강 굽이에 그림같이 나타나던 아내, 그리고 물소리처럼 떠들며 마중 오던 내 아이들. 그건 분명 사람이 사람답게 살았던 시절이었다. 삶이란 그런 것이어야 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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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떠나간 섬진강에 시인 홀로 서서 부르는 쓸쓸한 노래
《섬진강 이야기 1?2》를 쓴 지도 벌써 10여 년. 그 사이 진메 마을에서는 많은 것이 변하고 사라졌다. 그 시절에 살았던 마을 사람 몇은 뒷산 흙으로 돌아가고, 이제 이곳은 명절이 되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작가가 오십 평생을 걸어다녔던 학교까지의 정든 길도 포장되었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무들과 함께 걸었던 논두렁 길이 반듯한 들길로 정리되고 포장되었다. 이 책 《섬진강 이야기》는 10년 전 두 권의 책 속에 담겨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 진메 마을과 그 이웃마을 이야기, 그리고 진메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한데 모아놓았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지금, 그때의 풋풋한 서정이 새롭게 다가오는, 다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기에 또 한 번 곱게 단장하였다. 시인의 눈에는 너무 아름다워 서럽기까지 하다는 섬진강, 그 속에서 많은 것을 공유했던 사람들, 그들의 일과 놀이 등 사라져가고 있기에 더 안타깝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김용택은 강심에 깊이 뿌리 박고 있던 마을 앞 징검다리처럼 홀로 꿋꿋이 목놓아 부르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인가 “나를 키운 것은 9할이 길이었다”는 그의 고백처럼 진메 마을은 시인 김용택이 살아온 삶의 터전이며 시를 일구어낸 텃밭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게 변해버렸다. 사람도, 자연도, 풀 한 잎, 나무 한 그루도……. 무엇이 아름답고 고운 것들을 사라지게 하는가. 사라지는 것들을 지킬 힘은 무엇인가. 시인은 끊임없이 변하기를 강요하는 현실을 바라보며, 삶의 가치와 인류의 행복에 대한 질문 없는 이 반문명적인 질주를 우리는 진정 두려워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징검다리 대신 시멘트 다리가, 이슬 맺힌 꽃길 대신 포장된 농로가 있을 뿐인 진메 마을에서 그가 노래하는 그리움은, 고향을 파괴하는 인간과 문명의 탐욕,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일어난다. 그는 사는 것은 이런 게 아니라고, 진정 잘 사는 길은 다른 데 있다고 거부하며 문명이라는 탈을 쓴 야만으로부터 등을 돌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삭막한 경쟁 잊게 하는 푸근한 마음의 고향, 섬진강으로 가자 지금은 산자락을 덮고 누워 있는 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시절은 있었다. 마을 전체에 울려퍼지던 쩌렁쩌렁한 고함소리가 있었고, 마을에서 제일 가는 소고쟁이이던 시절이 있었고, 투망 던지기 선수로 이름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김용택은 희망이 있고 사랑이 있어, 이기려고 다투며 안달하지 않아도 마냥 행복하던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하려 한다. 스모그가 뿌옇게 낀 서울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눈에, 김용택이 이야기하는 땅과 하늘은 너무도 맑고 깨끗하다. 이 살벌한 경쟁의 싸움터를 떠나 영혼의 휴식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한없이 순수하고 여유로운 진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된 위로를 가져다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