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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 2장 / 3장 / 4장 / 5장 / 6장 / 7장 / 8장 에필로그 작가 메모 1-김문호 : 이 시대를 비추는 진실한 텍스트가 되기를 작가 메모 2-최옥정 : 사진이 내게 말했다-사진이 화석으로 새겨진 사진 나는 이렇게 읽었다-이상엽 : 도시 문명에 대한 쓴 고백 사진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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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수록한 사진들은 지난 20년간(1989~2009) 내가 생각해 온 고민들을 사진으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나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관심으로 작업을 해왔다. 도시, 혹은 그 언저리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 내가 본 그들은 제자리를 잃고 어디론가 쫓기고 있었다. 이후 점차 그런 인간상을 만들어낸 현대 문명에 회의가 일었고, 내 머릿속에는 항상 ‘인간’과 ‘문명’이라는 두 단어가 맴돌았다. 나는 내가 보았던 것들, 좀 더 정확히 말해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들에서 이런 생각들의 사실성과 상징성의 흔적들을 채집하려고 무척 고심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작위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나는 작업이 무척 더딘 사람이다. 어떤 때는 사진가라고 말하기도, 듣기도 계면쩍을 정도다. 나는 내 작업이 하나의 멋진 상품이나 예술품이 되기보다는 이 시대를 비추는 진실한 텍스트가 되기를, 그리고 그것에 대해 한 지식인의 짧은 생각이 반영되기를 원한다. 이건 나의 결벽증이고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붙일 생각은 없다. 언젠가는 이 부스러기들이 화석처럼 남아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를 살았던 인간들의 모습에 대한 증언으로 남기를 희망한다. --- 「김문호_작가 메모 1」 중에서
그의 작업은 이 도시, 우리가 발 딛고 매일 숨을 쉬는 이곳에 한정된다. 어떤 고집스러움으로까지 느껴지는 주제에 대한 탐색이요, 헌신이다. 모든 강렬한 이미지들은 파편화되지 않고 하나로 모아졌다. 그것은 난해함보다는 집중을 요구하고 보는 사람의 손을 단단히 잡은 채 몰입으로 이끌어갔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구호와 2000년 이후 소비문화의 아우성, 그 틈바구니에서 안간힘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비명과 한숨이 들린다. 보여주는 사진이 아니라 들려주는 사진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시간을 달린 우리들의 삶을 사진이라는 암각화에 새겨두었다. 접촉(contact)과 거리(distance). 사진만큼 소통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요소에 민감한 매체가 또 있을까. 지극히 어두워서 숨이 막히지만 반딧불이 한두 마리 정도의 빛이 깜박이고 있다. 반복되는 이미지, 그것이 겹겹이 층층이 쌓여 도달하고자 하는 의미망은 우리가 각자 찾아내고 느껴야 할 것이다. 작가는 어둠속의 반딧불이처럼 모호하고 해석 불가한 이미지들을 곳곳에 숨겨두었다. --- 「최옥정_작가 메모 2」 중에서 김문호의 사진은 특별할 것도 없고, 조금은 식상한 주제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요즘의 다큐멘터리 사진 방식을 꾸짖는다. 요즘 사진들이 센세이셔널리즘과 스폿 중심의 화젯거리를 주요 테마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 시대를 기록하는 사진인가? 어떤 사진이 오랫동안 우리 삶을 꾸짖고 반추하게 할까? 그는 이야기한다. “사진가는 자신이 꿈꾸는 ‘사회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과 비교되는 ‘현실’을 기록할 것이고, 결국 자신의 사진은 바로 스스로의 신념에 대한 고백이 되어야 한다.” --- 「이상엽(포토라이터)_나는 이렇게 읽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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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On the road』는…
20년간 기록해 온 인간과 문명의 얼굴 1980년대 중반부터 도시인의 일상에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해온 사진가 김문호. 출판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그는 번역 작업을 병행하며 많은 전시회에 참여해 왔다. 서민 대중의 삶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을 추구해 온 그가 2009년 10월 6일부터 10월 13일까지 문화일보 갤러리에서 열릴 전시 에 발맞추어 동명의 첫 사진집을 발표한다. 그동안 축적해 온 작품들에서 가려 뽑은 80여 점의 흑백 사진을 8개의 카테고리에 나누어 수록한 이 책은 소설가 최옥정의 글도 함께 실었다. 독특한 시적 감수성이 빛나는 최옥정의 글은 사진과 잘 어우러지면서 보는 이들의 상상을 자극하고 더욱 많은 의미를 이끌어내도록 한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이것이 발자국이라면 / 시간이 지나간 발자국이요 / 마음이 디딘 발자국이다 / 돌멩이처럼 세상에 흩어져 있는 존재들, / 그들이 춤추고 달리고 몸부림친 자국들을 따라간다 / 카메라는 자신의 눈과 영혼으로 한 장면, 한 장면을 포착한다 / 이 얼룩진 자국은 존재의 알리바이요, 지문이다” 『On the road』는 위와 같이 책의 시작을 여는 프롤로그에 걸맞게 지난 세월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존재들과 그들이 남긴 자취, 그리고 시간과 속도의 관점에서 갖가지 상념을 불러일으키는 사진과 글을 모은 책이다. 우리 주위에 흔히 존재했으나 무심히 지나쳤던 광경이나 사물, 사람들을 사진을 통해 단단히 잡아두고 보는 이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자연 풍경의 아름다움보다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모습에 주목해 온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걸어온 삶의 흔적을 여실히 드러낸다. 어떠한 작위적인 손길도 가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이다. 흘러간 세월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걸어왔는지 보여주면서 시대 상황을 오롯이 비추는 거울 같은 사진들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인의 일상과 고독, 그리고 우리 삶의 궤적 이 책은 사진들을 총 8장에 나누어 실었지만 장 제목을 따로 붙이지는 않았다. 그만큼 보는 이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남기고 각자 자유로이 의미를 부여하도록 했다. 사진들을 감상하며 지친 사람들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든 그들에게서 자기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든 옛 거리 풍경에 향수를 느끼든, 이는 모두 독자들의 몫이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모습은 속도에 집착하는 우리 문명의 일면이다. 그러한 질주에 지친 도시인의 삶에는 왠지 모를 피곤함과 애환이 깃들어 있다. 곳곳에 위용 있는 모습으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와 노숙자의 어울리지 않는 조화. 지하철과 거리 여기저기에 나붙은 광고판과 간판에서는 소비문화의 화려하고도 쓸쓸한 얼굴을 엿볼 수 있다.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청소년들. 전화기를 붙잡고 외로움을 달래는 외국인 노동자들. 휴거를 기다리며 길거리 집회를 열고 기도하는 교인들. 그들의 얼굴에는 기쁜지 슬픈지 알 수 없는 표정이 깃들어 있다. 이렇듯 바쁜 일상 속에 한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의 옛 모습들을 새로이 조명하는 『On the road』의 작품들은 짙은 여운을 남기는 한편, 삶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