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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
제1막 핑크색 괴수와 유쾌한 친구들 제2막 핑크색 괴수와 길거리 쇼핑 제3막 핑크색 괴수와 여름 합숙 제4막 핑크색 괴수와 첫사랑에 빠진 소녀 제5막 (무제) 제6막 두 사람은 친구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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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도시는 뭔가 달라!
“예, 예를 들면 저기 서 있는 여자. 아무리 봐도 손잡이를 잡은 채 자고 있잖아. 가끔씩 무릎을 휘청거리면서도 잠깐 눈을 떴다 금방 잠이 드네. 얼마나 수면이 부족하면 저러는 걸까?” 엄습하는 수마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직장 여성의 모습에, 타쿠미는 솔직히 감탄했다. 역시 도시는 뭔가 달라! “예, 예를 들면 저기 몸을 웅크리고 문고본을 읽고 있는 온몸이 핑크색인 괴수. 손잡이도 난간도 잡지 않고 용케 서 있네. 역시 꼬리가 있으면 더 안정적인 걸까?” 티라노사우루스를 닮은 핑크색 괴수의 경악스러운 균형 감각에 타쿠미는 솔직히 감탄했다. 역시 도시는 뭔가 달라! “…엥, 괴수?” ‘역시 도시는 다르다’는 것 때문에, 무심코 넘어갈 뻔했던 타쿠미는 당황해서 황급히 돌아보았다. 전철 안에서 묵묵히 문고본을 읽고 있는 수수께끼의 생물체는 키가 2미터 정도에 오동통하게 살이 쪄 있었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등지느러미마저 무척이나 매력적인 온몸이 핑크색인 괴수였다. 타쿠미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괴수를 신경 쓰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괴수가 전철을 타고 책을 읽는 행위에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은 시골 출신인 타쿠미 하나뿐인 모양이다. “역시 도시구나. 괴수가 전철을 타도 모두들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네.” 도시기 때문에 허용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타쿠미는 감동한 나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구나, 괴수가 전철에서 책을 읽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이 정도 가지고 놀란다면 도시에서 살기 어렵겠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정글의 법칙을 새삼 깨달은 듯 다시 한 번 몸이 움츠러드는 타쿠미였다. 풋, 키득키득. 문고본을 읽던 괴수가 거대한 몸을 들썩이며 웃고 있다. ‘괴수도 책을 읽고 웃는구나.’라든가 ‘괴수는 어떤 책을 읽는 것일까?’ 등 보이는 모든 것이 흥미진진해서, 타쿠미는 핑크색 괴수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계속 괴수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그는, 한참 뒤에야 어떤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저 괴수, 혹시 사람이 괴물 의상을 입고 있는 건 아닐까?’ 적당히 과장된 괴수의 거대한 입 안쪽에서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괴수 안에 있는 사람은 벌어진 괴수의 입을 통해 책을 읽는 모양이다. 핑크색 괴수가 사실은 전신을 감싸는 의상 - 참신한 패션의 일종 - 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타쿠미는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역시 도시는 유행도 최첨단을 걷는구나.’ 다른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는 타쿠미의 그런 성격은 시골 출신인 그의 최대 장점이었다. 저 의상은 어떤 재질로 만든 걸까? 저렇게 눈에 띠는 모습으로 어디를 가는 것일까? 안에 있는 사람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완전히 괴수의 포로가 되어버린 타쿠미는, 만원 전철의 요동에 흔들리면서도 솟구쳐오르는 충동과 계속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아, 괴수를 만져보고 싶어, 말을 걸어보고 싶어, 안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어! 그런 뜨거운 욕망을 품고 있었던 것은 타쿠미 한 사람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신입사원으로 보이는 감색 양복을 입은 청년이, 은근슬쩍 괴수 뒤쪽으로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