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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스르륵 책상들 사이를 스쳐 지나, 내 눈앞까지 다가왔어.
대체…. 메말라버린 입 안에서 말이 맴돌았어. 대체 네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각오 단단히 해.” 넌 주먹을 꽉 쥐면서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했지. 그 숨결이 내 코끝을 간질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대체 네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알겠어? 다시 한 번 말한다.” 여자애한테서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사귀자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이건 명령이야.” 느닷없이 이런 소릴 들을 줄이야. “너….” 믿어지질 않았어. “…날 핥아!” 그래, 이런 말을 하는 네게, 난…. ... “…역시 어제 그건 꿈….” 들리지 않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내 쪽으로 흘깃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단 한 순간, 어제의 장미 소녀를 방불케 하는 무적의 미소를 머금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오싹해져 엉겁결에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미코토의 자리는….” 아키에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앞을 바라보지 못하고, 얼굴을 옆으로 돌린 상태였다. 바로 그곳에는 C반 학생이 기수이기 때문에 생긴 빈자리가 하나 보였다. 이거 사태가 심각한데? 나쁜 예감과 동시에 아키에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노미야 옆 자리네.” 잠까안! 이라고 외칠 수도 없고, 허둥지둥 당황하여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게 그녀는 조용히 다가왔다. “…….” 미코토 리카는 내 앞까지 오더니,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무표정했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옆자리 의자를 잡아당겼을 때에야 겨우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의 교복 소매 속으로 보이는 체인 팔찌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권총형 키홀더가 붙어있다는 것을. 의자에 앉은 그녀는 가지고 있던 가방을 책상 위에 슬쩍 내려놓았다. 그 흔들림에 권총형 키홀더가 찰랑 소리를 냈고, 드디어 나는 확신과 함께 인정하고 말았다. 어제 있었던 일은 역시 현실이었다고.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