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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007
1부…011 2부…191 에필로그…295 작가의말…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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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밧줄로 묶은 자국이 있고, 목은 손으로 눌렀어. 그렇죠? 죽은 최선우 씨 몸에서 정액이 발견됐는데 그건 지금 검사 중이고. 증거로 삼을 게 너무 많아서 순서를 정하기 어려울 지경이야. 피차 힘 빼지 말고 일단 자백부터 하고 시작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이 형사는 서인하의 눈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서인하는 이 형사가 내놓은 자료 사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서 눈동자가 흔들리는지 그렇지 않은지 보이지 않았다. 눈가의 근육이나 입술 주변의 근육, 손가락 하나, 어깨 끝도 흔들리지 않았다. --- p.37 “섹스 파트너였다는 얘기는 지금 서인하 씨가 고인이 된 유부녀와 통간했다는…….” 주희가 뒤이어 말할 단어는 ‘억지 주장’, ‘거짓 증거’ 같은 거였다. 그러나 서인하는 그 단어가 주희의 입 밖으로 나올 여유를 주지 않고 말을 잘랐다. “사실과.” 주희가 애써 쓴웃음으로 서인하의 주장을 전혀 믿지 않는다고 표현하자 서인하 역시 비슷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최선우와 내가 섹스 파트너였다는 사실과, 그 파트너의 섹스 취향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서인하가 자신의 문장을 끝맺었다. --- p.69 매일 저녁 같은 시간 대한민국 인구 가운데 1500만 명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 자기 얼굴을 보여주는 여자가, 그 긴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서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진 적 없는 여자가, 수천 개의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읽는 동안 발음 한 번 꼬였던 적이 없는 여자가, 자기 등 한복판에 속눈썹이 붙었대도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먼저 알아차리고 자기 손으로 뗀다고 말해도 믿어질 것 같은 여자가, 머리채를 휘어잡혀 바닥에 패대기쳐지고 남자에게 섹스를 해달라고 구걸하다가 ‘개 같은 년’이라는 욕을 먹으며 그것을 즐겼다는, 그 여자가 그것을 위해 자신의 발아래 무릎 꿇고 구걸했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 p.78 “사회의 기본 통념과 보편적 인식에 반하는 내용에 대해 증인과 증거가 없어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의 것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걸 뭐라고 부르는지 압니까?” “…….” “주장, 억지 주장이라고 합니다.” 주희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서인하는 큭큭거리며 웃었다. “최선우가 가장 숨 막혀 한 게 바로 그겁니다. 사회의 기본 통념과 또 뭐라고? 보편적 인식? 그걸로 자기를 얽어매고 있는 거. 그게 끔찍하게 싫다고 했다고, 그 여자가.” --- p.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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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나운서가 알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공영방송 메인 뉴스의 앵커이자 대한민국 여대생의 롤모델인 그녀, 최선우가 교외 외딴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기괴하게 몸이 뒤틀린 채 목이 부러져 죽은 그녀의 사체에는 강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당대 최고의 아나운서가 강간 살해된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히고, 강력부의 유능한 검사 강주희가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검사 강주희는 사체가 발견된 집의 소유자인 미술교사 서인하를 용의자로 검거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서인하는 자신과 최선우는 섹스 파트너였고, 최선우가 세간에 알려진 고고한 이미지와는 달리 SM섹스를 즐기는 변태적 성향의 여자였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한다. 최선우의 몸에 남은 흔적은 강간이 아닌 격렬한 SM섹스의 흔적이라는 것. 서인하는 사건 당일 점차 과도해지는 최선우의 요구 때문에 다툰 뒤 먼저 집에서 나왔고, 그 후 그녀가 2층에서 떨어져 죽었을 것이라고 결백을 주장하는데... “여기 증거들이 있잖아요. 우리가 얼마나 진하게 놀아댔는지.”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표류하는 진실,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미모와 지성, 탁월한 능력과 한 올 흐트러짐 없는 처세로 완벽이라는 말에 누구보다 부합했던 여자, 최선우에 대한 모욕적이고 악의적인 진술에 강주희는 분노한다. 하지만 서인하의 일관된 진술과 이를 입증하는 증거들은 점점 강주희를 혼란에 빠트린다. 서인하의 진술 속 최선우는 세간에 알려진 최선우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서인하의 진술에는 빈틈이 없었다. 사건의 정황과 그의 진술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던 것.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켜온 검사 강주희는 서인하를 앞에 두고 난생 처음 용의자에게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강주희는 서인하의 작업실에서 찾아 낸 각종 증거들로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자 또 다시 서인하의 입에서 나오는 최선우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들. 강주희는 서인하의 이야기를 무시하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더 깊이 파고 들어 갈수록 점점 최선우라는 여자와 이 사건의 진실을 가려 낼 수가 없는데.... 2017년을 장식할 파격 미스터리의 출현, 한국 문학을 이끌 새로운 흐름에 주목하라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영화 르네상스 시대에 [실미도], [공공의 적2], [H], [한반도] 등 굵직한 영화의 각본을 도맡아 온 작가 김희재의 첫 소설이다. 한국 사회의 이면과 어둠의 세계를 장르적 문법 속에 녹여, 발표하는 작품마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고루 인정받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치밀한 심리 묘사로 날을 세운 파격 미스터리 소설 『소실점』을 선보인다. 『소실점』은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최선우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을 다룬 작품이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치밀한 구성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이야기 전개는 작가의 깊은 내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감각적인 묘사와 현란한 서사, 숨 가쁘게 달려 나가는 속도감을 갖춘 작품으로, 매혹적인 미스터리 소설을 기다려 온 독자들에게 신선한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이에 더해, 『소실점』은 단순히 진범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것을 넘어 인물들의 깊은 내면까지 정밀하게 관찰하고 묘사한 심리소설이기도 하다. 『소실점』은 검사 강주희와 용의자 서인하,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최선우 등 각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진실에 다가가려는 분투를 섬세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내며 진정한 자아와 본질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