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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I. 콘텐츠에서 장르적 이야기란? 1. 장르의 법칙이 만들어지는 과정 2. 장르의 법칙은 변화한다 3. 장르가 담고 있는 큰 법칙과 작은 규칙 4. 포뮬러와 컨벤션 5. 컨벤션 비틀기 6. 아이콘 Ⅱ. 이야기의 재료들을 모아 뼈대 구축하기 1. 주제 (1) 주제란? (2) 주제의 기능 - 〈실미도〉를 중심으로 (3) 주제와 이야기 요소의 상관관계 - 《소실점》을 중심으로 (4) 각색에서의 주제 - 〈국화꽃 향기〉를 중심으로 (5) 절대적으로 좋은 소재가 있을까? (6) 응축력 있는 소재 - 딜레마와 실화 (7) 소재를 발굴해 가는 과정 - 《로고스 가디언》을 중심으로 (8) 기획과 소재 - 〈공공의 적 2〉를 중심으로 2. 인물 (1) Who와 Why (2) Want와 Need (3) 주제와 주인공 (4)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 (5) 매력적인 악당 (6) 고전적인 인물 관계 설정 - 적대자와 조력자 (7) 갈등을 내포하는 인물 관계 - 시대의 가치관 반영 (8) 시간적 배경 - 가치관을 담고 있는 사극의 시간 배경 (9) 법칙을 세워야 하는 SF - 판타지의 공간 배경 3. 플롯 (1) 플롯은 무엇인가? (2) 플롯과 주제 (3) 플롯의 트렌드 (4) 심고 거두기 (5)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 4. 감정 이입 (1) 보편적 가치와 정서로 만드는 감정 이입 (2) 감정 이입을 만들어 주는 요소들 - 성장 환경, 매력, 콘텍스트 Ⅲ. 매체를 넘어 새로운 대중을 만난다는 것 1. 문체 (1) 미문의 유혹 (2) 대사와 지문 2. 매체의 속성과 문법에 맞게 내 이야기 변형하기 마무리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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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의 시작이고, 또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개인적으로 만약 작가가 이것을 갖고 있지 않다면 굳이 자신이 창작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이유가 있을까 생각한다. 주제는 이야기를 만드는 목적이다. 우리는 국어 시험에서 ‘이 글의 주제를 찾으시오’ 같은 문제를 많이 보아 왔다. 그래서 이야기를 주제를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뭐, 사랑 우정 그런 게 주제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창작자 역시 “나는 이번에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한번 해 보려고 해”라고 간단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랑’은 ‘주제어’이다. 주제 단어이다. 주제 단어는 주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주제는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서 증명하고 싶은 가치이다. 주제어가 가진 추상적 가치에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주제로서 기능하게 된다. 세상 누군가에게, 그것도 어디서 살다 온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 내가 얼굴을 볼 수 없고 직접 만날 수 없는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는 이야기의 목적에 해당하는 것이 ‘주제’이다. 주제는 이야기의 척추라고 할 수 있다. 척추는 몸 안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내 눈에 보이거나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경추, 척추, 요추가 비틀려 있으면 굉장히 힘든 상황을 겪는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척추인 주제가 정확하게 세워져 있지 않으면 인물 관계, 사건, 플롯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이야기를 설계하는 첫 단계에서 나는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싶은 것인가에 관해 분명하게 세워 두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문장으로 만들도록 하자. 주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메시지와는 다르다. 메시지는 한 작품 안에 여러 개가 담길 수도 있고,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영화 포스터의 홍보 문구로 쓰일 수도 있다. (주제가 메시지와 동일할 수도 있으나, 더 깊이 들어가면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증명하고 싶은 가치, ‘내가 동시대의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가치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야’라고 말할 수 있는, 방향성을 분명하게 가진 주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라고 감독이 이야기한다. 작가가 “나도 요즘 시대에 정의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꼭 한번 다뤄 볼 만하다고 생각해. 정의에 관한 영화를 한번 얘기해 볼까”라고 응답했다고 가정하자. 감독은 정의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정의는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방향으로 정의에 대한 담론이 바뀌어 왔기 때문에, 다수가 옳다는 쪽으로 사회는 발전될 수밖에 없고 정의는 그렇게 움직여 가야 한다. 시대에 따라서, 문화에 따라서 바뀌어 가야 한다.’ 작가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면, 그것은 정의라고 할 수 없다. 다수가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히틀러도 투표에 의해서 뽑혔다. 그러므로 정의는 절대적 가치에 근거한다. 즉 시대와 문화와 대중의 흐름과 상관없이 인간에게 내재된 정의가 있다. 쉽게 타협되지 않고 다수의 목소리에 굴복하지 않는 내재된 정의를 따라갈 때, 비로소 사회 정의가 구현된다.’ 작가와 감독이 ‘정의’라는 키워드에 의기투합해 만났어도, 둘이 함께 하나의 영화를 완성하기란 불가능하다. 사랑 가운데 에로스를 특정하여 생각해 보자. 아가페나 필로스와는 다른 사랑이다. 육체적인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에로스에 대해 감독은 이렇게 생각한다. ‘에로스는 번식기가 아닌 때에도 성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인간만이 추구할 수 있는 사랑이다. 평생에 걸쳐서 에로스의 절대적인 상대를 만나는 것이 운명이며,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높은 가치 중의 하나다.’ 반면 ‘에로스라고 하는 것은 호르몬의 미친 작용으로 약 3개월이 지나고 나면 눈에 콩깍지가 떨어지면서 내가 도대체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이 번거롭고 귀찮은 관계를 왜 지속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쉽사리 관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굉장히 골치 아픈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감정 중의 하나야’라고 생각하는 작가가 있다고 한다면, 이 감독과 작가 역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나가지 못한다. 〈중략〉 인물 구체화에 대한 방법을 알아보자. 주제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을 창작할 때 가치관을 포함한 내면적 부분이 설계됐다면 능력, 신체적 특징과 같은 외형적 부분도 설계돼야 한다. 막막할 수도 있으나 인물의 히스토리로 들어가 상상하는 방법이 유용하다.〈실미도〉에서 소대를 이끌었던 대장(안성기 선생님이 맡으셨던 ‘최재현’)을 예로 들어 보자.이 인물에 대해서는 이 사람을 대장으로 임명한 사람에 관한 상상으로부터 시작됐다. ‘내가 중정 김형욱 부장이라면, 사건 사고가 많을 인물들을 통솔해야 하는 특수 부대의 대장을 맡길 인물로 어떤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가장 먼저는 부대 창설의 목적에 맞아야 하니 북한에 여러 번 침투해 본 사람이어야 했다. 북한에 관한 경험이 있어야 어떤 사람들을 뽑아 어떻게 훈련시켜야 할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어떤 체격 조건을 갖고 있을까? 수영을 잘할 수 있는은 다부진 몸일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이 과연 음성이 클까? 아니야. 어떤 순간에도 자기 자신의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거나 표현하지 않는 사람일 것 같아.’ 이렇게 요소별로 가정하고 검증하며 인물을 구체화했다. 영화가 세상에 나온 후, 실존 인물들의 증언을 추가로 들을 수 있었는데, 실제로 그분들의 대장이었던 분이 그런 성격을 갖고 계셨다고 했다. 인물에게 부여한 성장 환경,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시간에 어떤 삶을 살아왔을 것인지 유추해 나가다 보면 여러 특질이 구체화된다. 특히 말투가 상상되면 대사를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인물은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구체화되어야 한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어야 캐릭터가 사람답게 반응하고, 사람답게 선택한다. 그러지 않으면 작가의 인위적 조작에 의 움직이는 인물이 만들어진다. 어떤 속도로 걷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등 가족과 친구에 대해 상상할 수 있듯 이야기 속 인물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캐스팅하듯 역할에 어울릴 것 같은 배우를 설정하고 상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미도〉에서 코믹 릴리프 역할이 있었는데, 감독께서 배우 임원희 씨를 캐스팅한 상태여서 캐릭터 이름을 ‘원희’로 정하고 집필했다. 어떻게 연기하는지 아는 배우들을 나의 캐릭터 이름으로 잡고 써 나가면 배우들의 움직임이 머릿속에 연상되면서 액션과 대사가 조금씩 구체화된다. 〈하략〉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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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장르적 이야기를 쌓는 방법에 관한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생계를 이어 온, 전업 작가로서 살아왔던 세월 속에서 쌓은 노하우다.”
이 책을 통해 공유하고 싶은 것은 30년 조금 넘게 이야기를 지으면서 쌓아 왔던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야기를 짓는다’라고 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르다. 글은 이야기를 표현하기 좋은 수단 가운데 하나다. 글을 수단으로 이야기가 아닌 사실을 묘사할 수도 있고, 사건을 기록할 수도 있다. 글로 표현된 것 가운데는 이야기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또한 이야기라는 것은 거의 모든 곳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광범위하다.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모든 곳, 모든 관계에는 이야기가 쌓여 있다. 이 책에서는 장르적인 이야기만 다루고자 한다. 콘텐츠 업계에서 자본을 움직이고, 사람을 모으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야기. 〈국화꽃 향기〉라는 영화 시나리오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국화꽃 향기〉의 투자자 K감독님이 C회사에서 〈실미도〉라는 영화를 기획하며 작가를 찾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조감독이던 후배의 추천으로 작가로서 〈실미도〉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 K감독님은 악수를 청하며 “〈국화꽃 향기〉만큼만 써 주세요”라고 말씀하셨다. 투자자로서 〈국화꽃 향기〉를 검토하고 투자 결정을 한 K감독님의 요청이었다. 〈국화꽃 향기〉는 멜로의 극단에 있는 작품이고, 〈실미도〉는 그 대척점에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으니 이 요청은 고개가 갸웃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K감독님이 의도한 바는 내게 정확히 전달되었다. “장르적 시나리오를 써 주세요”였다. 약속이 있고 약속 안에서 규칙을 따라서 만들어진 이야기. 그러한 이야기로서 〈실미도〉라는 영화가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써 달라는 부탁이었다. 공통의 설계 약속을 지킨다면 장르에서 장르를 뛰어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르적 이야기의 속성이 그렇다. 장르적 이야기 속에는 알고, 배우고, 단련하면 이야기를 설계해 나가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본 책에는 그렇게 쓰여 있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미련 없이 책을 접기를 권한다. 이 책에 담긴 장르적 이야기를 쌓는 방법에 관한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생계를 이어 온, 전업 작가로서 살아왔던 세월 속에서 쌓은 노하우다. 이론서에 나와 있는 이야기와 조금 다를 수도 있고, 내용 사이에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철저하게 경험적인 것이다.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을 해 가면서 길을 찾아서 헤맸는데, 긴 시간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가 돌아봤을 때 ‘이 방법이었으면 내가 조금 더 편하게 왔겠구나’,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면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었겠구나’라고 깨달으면서 정리한 방법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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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 책은 팔리는(Sellable) 그리고 영상화가 가능한(Producible) 이야기를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은 물론 기성 작가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근래 보기 드문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가장 실용적인 대본 작법과 분석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작가의 30년 노하우를 매우 친절하고 쉽게 공유하고 있으며 작가의 열정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진작 보았더라면 대본, 원작, 트리트먼트 또는 줄거리 등을 읽고 영상화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분석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상당히 절약했을 것 같다. 대본 분석과 수정 방안을 찾고자 할 때 옆에 두고 참고서처럼 활용하고 싶을 정도이다. 따라서 작가 지망생은 물론, 항상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검토 분석 평가하는 제작자와 프로듀서에게 일독을 권한다. - 안홍주 (Jay Ahn, Hollywood Producer, Astro-nomical entertainmen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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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야기를 설계하라』는 지난 30여년 동안 ‘전방위적 스토리텔러’로서 맹활약을 펼쳐온 김희재가 아낌없이 털어놓은 창작의 비결(?訣)이다. 고만고만한 작법서들이 말하는 플롯과 김희재가 말하는 플롯은 다르다. 장르와 캐릭터, 감정 이입의 방법 등, 김희재는 이야기 창작에 필요한 개념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이야기를 설계하라』에는 책에서 읽은 이야기나 남에게 들은 이야기 따위가 없다. 오롯이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터득해낸 스토리텔링의 건축학이 단단하고 아름다워 기댈만하고 즐길만하다. - 심산 (작가, 심산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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