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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며
차례 프롤로그 제1장 고딕의 탄생-자연과 그리스도교의 만남 1. 대자연에 대한 동경 2. 죽음과 웃음의 성스러운 성격 3. 권위와 조화 제2장 고딕의 수난-변하는 미의식, 첨예화하는 종교 감정 1. 전쟁과 페스트 2. 반고딕의 미학 3. 종교개혁 제3장 고딕의 부활-근대는 어떻게 중세를 되살려냈는가? 1. 고딕 신화-영국의 경우 2. 살아 있는 전체-독일의 경우 3. 신비와 감각과 구조-프랑스의 경우 4. 가우디의 바람-근대의 두 표정 속에서 글을 마치고 옮긴이의 말 고딕 건축 용어 찾아보기 |
Takeshi Sakai,さかい たけし,酒井 健
李慶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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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세기는 이런 두 움직임이 현저하게 나타난 시대였다. 농촌지역에서는 먹을 것의 부족함에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민간의 자연 신앙을 지닌 채 계속해서 이주해 왔다. 고딕 대성당은 이처럼 자연의 소멸과 인구의 이동이라는 큰 역사의 변화를 배경으로 도시 속에 세워졌다. --- p.37
성당 내의 어슴푸레하고 무서우며 신비로운 분위기는 한낮의 숲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 준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온 빛은 기둥과 바닥에 깔린 돌 위에 일곱 색깔의 영상을 떨어뜨린다. 이는 숲 속의 나무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빛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자연계가 지닌 생명의 이상한 번뜩임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 p.47 중세사회가 대성당을 통해 보여 준 전적인 조화는 엄밀한 것도 순수한 것도 아니었다. 잡다한 것이 뒤섞여 있고 단속이 잘 되지 않는 엉성한 것이었다. 대성당은 그리스도교의 전당이었고 스테인드글라스의 빛뿐만 아니라 여러 장식과 전례가 천상의 신을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성당은 속세에 있는 포교기관이었다. 때문에 그 당시 그리스도교가 진실로 침투하지 못했던, 표면적으로만 그리스도교 신자였던 다수의 사람들과 타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도원장이나 주교, 대주교와 같은 고위 성직자조차 속세와의 이중성 속에서 살았으니, 타협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 p.100 중세에는 주체와 객체, 제작자 및 감상자와 그 작품을 분리하는 선이 명료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작품의 모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제작자가 개인으로서 독립을 거부하면 제작물 또한 그와 같은 비개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개인의 틀, 개인의 경계가 불명료한 곳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 속의 사물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한정적으로 보이거나 상징적인 의미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확정되지 않은 공간의 세계, 이것이 바로 고딕 대성당의 내부 공간이다. --- p.134 중세의 민중은 성경을 읽을 줄 몰라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나 조각을 보고 성경의 이야기를 배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프로테스탄트는 문자와 소리 이외의 상징을 인정하지 않았다. 루터는 교회당을 장식하고 있는 성화상을 신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저해하는 장애물이라고 혹독하게 비난했다. 칼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스러운 유물을 존경하는 것은 이교풍의 어리석은 짓이라고 규탄했다. 그의 말은 일반 프로테스탄트 사이에서 단순하게 극단화되어 과격한 성화상 파괴의 운동으로 발전했다. 대성당은 물리적인 죽음의 위기에 놓였다. --- pp.162-163 고딕 양식은 역사의 흐름을 긍정하고 각각의 시대가 지닌 표정을 계속해서 새겨 나갔다. 이 시대의 각인은 프로테스탄트가 자행한 파괴 행위의 흔적이나 대전쟁의 흔적, 불충분한 이해로 인한 수복 공사의 결과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고딕 대성당은 시대의 흐름과 중첩된다. 그것이 고딕의 본질이며 매력이다. --- pp.185-186 「루앙 대성당」의 연작은 끝나지 않는 회화였고 모네가 심하게 갈등한 작품이다. 모네는 정지 화상이라는 커다란 한계 속에서 형태를 부수거나 채색에 변화를 주어 뭔가 움직이려고 하는 것을 감상자에게 전하려고 했다. 노력이 부정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 것이다. 그것들은 왼쪽의 성스러움, 숭고함, 시간의 체험을 표현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물체이면서 물체의 한계에서 나오려고 하는 고딕 대성당과 깊은 곳에서 만나고 있다. --- p. 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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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시대, 고딕이 부활한다.
유럽의 어느 곳에서든 우리는 도시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고딕 대성당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어마어마한 높이와 거대한 크기에 압도되고, 들어서는 순간 성당 내부를 에워싸고 있는 수많은 이미지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드는 다채로운 빛의 향연과 열을 맞춰 늘어선 기둥을 따라 천장으로 시선을 옮기면 끝이 뾰족한 아치가 아스라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듯하다. 이처럼 독특한 고딕 양식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고딕 대성당의 압도적인 매력에 빠져든 저자는 이 기본적인 질문으로 고딕을 향한 여정에 첫 걸음을 내딛는다. 이 책은 단순히 고딕 양식을 살펴보고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고딕의 탄생과 수난, 부활의 과정을 따라가며 엿볼 수 있는 유럽의 역사와 사회, 문화를 흥미롭게 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이미지 왕국’으로서 고딕 대성당을 재조명하고, 이미지의 시대에 고딕 대성당이 다시 주목받게 된 과정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서술한다. 왜 다시 ‘고딕’인가? 고딕 대성당은 도시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어딘가 차원이 다른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울창한 숲과도 같은 대성당의 내부는 뿌리를 잃고 방황하던 농민들을 그리스도교로 이끌었으며, 대성당 높은 곳에 있는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는 성서의 이야기와 그리스도교의 세계관, 도덕관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또한 대성당의 웅장하고도 장엄한 외관은 주교와 왕의 권위를 상징하기도 했다. 고딕 대성당은 필요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켰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양식을 받아들였다. 경계를 알 수 없는 열린 정신, 그것이 바로 고딕 양식의 특징이었다.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고딕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합리성과 문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고딕은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시대는 다시 변하고 있다. 문자가 주는 건조함보다 이미지가 주는 감성이, 추론과 분석을 통한 사고보다 즉각적이며 종합적인 아이디어가 더 각광받는 시대가 돌아온 것이다. 우리가 다시 고딕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고딕을 건축 양식이나 미술사적 측면 혹은 종교적 측면에서 다룬 연구는 많았다. 하지만 고딕을 종교·사회·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은 고딕을 인문학적인 견지에서 조명한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산토리 학예상? ‘산토리 학예상’은 일본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상으로, 정치·경제, 예술·문학, 사회·풍속, 사상·역사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979년에 본 상을 창설한 이래로, 제 30회(2008년도)까지 260명의 수상자를 냈다.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한 작품은 선구자로서의 개척 정신과 주제에 대한 참신한 접근, 종래 학문에서 나아간 경계 영역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2000년 사상·역사 부분에서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했다. 「마차를 사고 싶다」로 1991년 제13회 산토리 학예상을, 「어린이보다 고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다」로 1996년 제12회 고단샤 에세이상을 수상한 교리츠 국립대학 교수 가시마 시게루는 이 책을 아래와 같이 평가했다. “역사 연구에 있어서도 첫 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 주는 명저이다. 저자는 고딕 대성당을 미술이나 건축 양식으로서만이 아니라, 역사·사회·문화의 문맥에서 고찰하는 야심찬 시도를 훌륭하게 해냈다.” 출간을 앞두고 고딕의 매력에 빠지다. 이 책의 원제목은 ‘고딕이란 무엇인가’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고딕’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나와 가까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딕’ 양식을 떠올릴 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나 역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딕 대성당의 뾰족한 첨탑들과 웅장한 크기, 경외심이 들게 하는 내부의 건축 양식 등. 하지만 이 책을 작업하면서 고딕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 대신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다. 먼저 ‘고딕’ 양식이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명동 대성당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펠탑 역시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이처럼 고딕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이 책을 접한다면 보다 흥미롭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고딕 양식의 집약체인 성당을 소재로 삼아 고딕의 탄생과 수난, 부활을 시간의 결에 따라 매끄럽게 풀어냈다. 어느 하나의 결과가 있기까지는 수많은 원인이 영향을 끼친다. 이 책 역시 고딕의 탄생이나 수난, 부활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섣불리 단정 짓지 않고 차분하고 꼼꼼하게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 작가의 글 솜씨가 돋보이는 명저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적재적소에 들어간 고딕 대성당쟀 삽화들은 책의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고딕 대성당은 이미지의 집합소였다. 스테인드글라스나 기둥에 새겨진 조각, 가고일까지 대성당을 이룬 요소 하나하나가 어떤 이미지를 대표한다. 문자의 시대가 가고 다시 이미지가 각광받는 오늘날 과거의 이미지 시대를 대표했던 고딕 대성당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은 분명 의미 있고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