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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식민지, 제국의 콤플렉스를 벗다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 동아시아 역사에 투영된 ‘제국’의 흔적 2장 민족, 국가 ― 폭력과 배제 그리고 포섭의 담론들 민족은 역사적·문화적 구축물이다/20세기의 신화, 민족주의/한국과 일본의 염치 없는 내셔널리즘 3장 문명, 근대 ― 내면화된 서양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한국은 동양, 일본은 서양이라는 배치/변화하는 시간과 공간들 4장 젠더, 인종 ― 차별과 편견을 잉태한 제국의 오만 보편적 존재로서 남성, 타자화되는 여성/식민지-제국에서의 남성과 여성 5장 오만과 편견, 그 대항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세상의 관계들을 다시 읽어야 한다/전지구적 연대, 새로운 사유와 실천의 출발점 |
Naoki Sakai,さかい なおき,酒井 直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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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2003년까지 근 27개월 동안 이어온 임지현과 사카이 나오키의 대담집 《오만과 편견》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중심부 제국주의와 주변부 민족주의의 적대적 공존 관계가 형성되어온 세계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근대가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형성되어 왔는가를 동아시아의 맥락과 관계 속에서 하나둘 파고 들어갔습니다. 사상사 연구자의 날카로운 성찰과 역사학 연구자의 사실적 예증이 잘 섞인 대담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나는 이 책을 ‘차이가 낳은 우정의 커뮤니케이션’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로부터 우리를 질질 끌고 있는 역사적 현실의 굳어버린 맥락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두 사람의 소통 방식은 ‘우정의 기획’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민족적 혹은 국민적 동일성의 대비로서 표상되는 한국인 대 일본인이라는 관계에서 친구 관계로 옮겨가지 못했다면, 과거로부터 해방되기는커녕 ‘국가의 기억’ 속에서 서로를 배제하는 억압의 굴레만을 남겨놓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충성 대상은 국민도 민족도 아닙니다. 나는 동포가 아닌 친구를 택한다고 말하게 해주십시오, 왜냐하면 이 길만이 과거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줄 단 하나의 길이며, 나는 그 길을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사카이 나오키 선생의 말은 근대국가의 민족적 이념으로 무장한 나의 신체를 허물어 뜨렸고, 나의 무의식을 해체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3년 간 이어진 두 사람 대담은 친숙함과 낯섦의 끝없는 변주였습니다. 나의 신체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근대의 습속들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하나둘 그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민족, 인종, 국가, 성, 계급 등 오만과 편견을 낳은 경계 짓기의 선을 벗어나 새로운 관계의 선을 찾아, 낯선 시공간 속으로 질주하는 두 사람의 사유는 우리에게 새로운 리듬을 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낯선 리듬의 변주는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우상을 조심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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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지식인이 벌이는 우정의 커뮤니케이션
‘한일 지성이 벌이는 우정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으로 기획된 휴머니스트의 대담집(시리즈명: 휴먼아이티 HIT. Human Interlogue Terminal) 《오만과 편견》이 2003년 5월 12일 발간되었다. 이 책은 역사학 연구자 임지현(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과 사상사 연구자 사카이 나오키(코넬대학교 아시아연구과 교수)가 2001년 8월부터 2003년 4월까지 ‘경계짓기로서의 근대를 넘어서’라는 테마로 서울과 도쿄 그리고 뉴욕에서 벌인 총 10여 차례의 대담을 책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조선의 지식인과 일본의 지식인은 한국어와 일본어로 배치된 대화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 한문을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민족언어라는 사고방식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 지식인들은 민족(국가)적 자부심이나, 국어 혹은 국민어의 무게도 그리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100년 동안 한일 양국은 국어의 발명과 보급을 통해 하나의 국민국가로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한쪽 국민어가 다른 쪽 국어를 억압하는 등 폭력적인 과정도 경험하였다. 특히 일본 제국이 해체된 이후, 한국 민족·일본 국민이라는 국민의 대비에 의해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주체적 입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휴머니스트 창립 2주년에 즈음하여 발간된 대담집 《오만과 편견》은 ‘민족’ ‘국가’라는 근대의 견고한 장벽을 뛰어넘으려는 기획이다. 식민지-제국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속박된 한일 지식인의 만남을 유쾌하게 허물어 버리고 서로가 서 있는 역사적·사회적 맥락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대담에 참여한 임지현·사카이 나오키 두 지식인의 문제의식이 만나 새로운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한국의 학자와 일본의 학자가 두 나라 학계의 주류 담론인 ‘민족’ 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대담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내용을 출판이라는 공식적인 형태로 담아내기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오만과 편견》은 임지현과 사카이 나오키가 ‘민족주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3년 동안의 말과 글의 성과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출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지식인의 대담은 당위에만 머물렀던 탈근대담론이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 속에서 그 속살을 드러내보였고, 탈근대 구축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국민국가에 의해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공간을 모색하는 만남이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계짓기로서의 근대를 넘어서 서구적 ‘근대’(Western modernity)가 전지구적 근대(global modernity)로 확산되는 과정을 세계사적 시각에서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어왔을까? 그리고 근대를 벗어나는 모색은 가능한가? 우리에게는 이러한 사유를 풍부하게 전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출되어 있을 뿐 그 논의의 구체적인 성과는 물음표(?)였다. 사유의 풍부함(다양함) 속에서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실천의 구체적 제안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세계사적 차원의 근대의 형성 과정과 그 속에서 한국(일본)의 근대는 어떻게 만들어져왔는가? 하는 점은 변화하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흐름을 자신의 문제인식 안으로 끌어들이는 맥락적 사고, 즉 오늘날 미국 중심의 세계화라는 21세기의 흐름을 우리 안에서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임지현·사카이 나오키의 대담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의 근대시민 사회는 자신의 집단적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자기 경계 밖의 사람들을 타자화(他者化)하는 메커니즘을 내장하고 있으며, ‘자유, 평등, 박애’라는 보편적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시민혁명 자체는 이미 ‘차별’과 ‘배제’의 논리 위에서 출발했다. 경계 밖의 사람들을 타자화하는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제국주의를 통해 비유럽세계로 전파되고, 그 결과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주변부 민족주의의 논리 역시 서양적 근대의 경계짓기 논리를 모방하고, 서구의 담론 틀 속에 포섭된다. 서구적 근대의 특징인 경계짓기의 논리가 전지구적 근대의 논리로 보편화된 것이다. 《오만과 편견》은 중심부 제국주의와 주변부 민족주의 적대적 공존 관계가 형성되어온 과정에 대한 세계사적 인식의 바탕 위에서,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의 근대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형성되어왔는가를 동아시아의 맥락 속에서 하나 둘 파고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