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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라부안라뚜 해안의 고양이
최준
문학의전당 200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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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자바섬 바나나
호모 에렉투스
인도양
오랑우탄 동물원
터널
기억, 찌부불
시간의 주름
극락조 염전
파파 염소의 노래
호텔 그랜멜리아
오늘만 둥근 달
이십 년
뿔라우 스리부로 간 세 명의 여행자
옛집 앞 공터
물고기 굽는 시간
흔적 또는 기억
운명
밀림의 왕자
고기잡이 소년
여행 중인 사내
조랑말 마차 1
뿔라부안라뚜 해안의 고양이
사원 보로부두르
엑스트라
자카르타 펭귄
반둥, 밤, 반둥
순다족 여자
흐린 눈알 물고기
9월
밀림 도서관
사원의 발자국
나무 속의 새
비스듬히
순다 끌라빠항
새집
땅그랑
포도 파는 여자
작은 손
야자수 성자
파파야 댄스
꿈꾸는 벤자민
저녁의 개미들
12월
바나나에 관한 마지막 소묘
허공의 문신
근황
불혹不惑
진흙 붉은 강
산책길의 반짝임
묘비 박물관에서
바다거북
들꽃들의 외출
일요일의 축제
조랑말 마차 2
사탕수수밭이 있는 풍경 1
사탕수수밭이 있는 풍경 2
휴화산 산정에서
영면永眠
발리를 맛있게 여행하는 방법
와룽에서 담배를 사다
뿐짝

해설-김석준 동감同感의 시학 : 시적 통찰 혹은 서정의 깊이

저자 소개

저자 : 최준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 시 당선,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다. 시집 『개』,『나 없는 세상에 던진다』 등이 있고 2007년 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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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40g | 126*200*20mm
ISBN13
9788993481440

책 속으로

뿔라부안라뚜 해안의 고양이

세 달째 투숙객이 없는 호텔
무상으로 인수했지만

그녀가 보이지 않아 세상이 텅 비었네

파도 들락거리는 로비 탁자 위에
낯선 세상 하나 버려져 있네

너무 넓은 탁자는 피로해 지나온 길을
반짝거리고 앉은뱅이 눈높이에서
시간을 멈추게 하네

탁자의 나이테 새겨진 밀림과 바다의 배후에
허공이 있네 별들 떠 있네

무너지려는 모래무덤을 점프하며
바나나 숲 가로질러
102호 객실 유리창을 뚫고 달아난 애인

아, 수평선 너머로 간 게 아니었나 탁자 모서리
먼발치에 돌아와 우네 배고픈
파도소리와 그녀의 울음소리
아주 넓은 탁자를 멀미나게 하네

비린내가 풍길 때마다 탁자는 일렁거리고
몽유환자처럼 혼자 잠들 수 없어
탁자 위에 엎드려 밤새 엿보고 있네

그녀에게는 없는 신기한 무늬들,

듣고 있네 탁자에 새겨진
해독되지 않는 물결 음악들

--- p.58

추천평

지금 이 순간, 사막을 걸어가고 있는 한 마리 낙타가 있다. 보이는가. 2백 년 전 밀림을 불어가던 바람을 무릎 사이로 흘려보내며, 미라의 분신인 모래바람을 쓰라린 눈알로 받아내면서, 홀로, 외로이, 쓸쓸한 운명을 디디며, 견디며 가고 있다. 늘 그러하듯, 외계는 외롭다. 밖의 삶은, 언제나 고독하다. 시인이 아닐 때, 그저 한 사람일 때, 그의 외로움은 세상의 공터를 배회한다. 문명과 자연 사이, 삶과 죽음 사이, 그 비좁은 틈새를 비척이며 홀로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라는 사막을 5년 동안 걸어갔다 온 한 마리 낙타. 나는 그를 안다. 생이 분량이 아니라 사유라 하면, 그의 사유는 천둥과 번개를 지나고, 밀림을 길 낸다. 이 길은 살아 있는 자의 생이므로, 섣부르게 답보하기 힘들다. 이 힘겨움의 힘이, 최준의 시다. 다 지나고 나서의 회상이 아니라, 여정을 노래하기에, 추억이 아닌 영원한 현재. 하므로, 그의 시는 지나온 발자국을 지우고, 앞길도 지운다. 거기엔 늘 외로움이 남지만, 알고 보면 그게 생이고, 우리 인생이고, 언어와 문화의 습속을 떠나 살아 있는 목숨의 본질이다.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극한의 삶의 슬픔을 만나고, 죽음을 건넌다. 그의 시는 여행자의 기록이되, 관찰자의 넋두리가 아니다. 기행이 분명하지만, 기행이 아니고, 언어가 분명하지만, 언어를 뛰어넘는다. 그래서 더 외롭고, 마음 아프다. 15년 만에 만나는 그의 시집은, 그렇다. 외계의 기록이다. 이 외로운 외계인과 술 한 잔 하는 일. 외로움을 새삼 확인하는 일. 이게 나의 몫이라면, 하루 빨리 등짐을 벗어야겠다. 그도 외롭고, 나도 외롭다. 하긴, 살아 있는 그 누군들 외롭지 않으랴.
서정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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