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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별의 잠
만두―시를 위하여
유쾌한 검객―소나무
수국
나의 잘 나오지 않는 볼펜
숙영식딩
중년
봄동배추를 씹을 때
나무의 후손

고요 이야기
고요, 격렬한―내 발 앞의 배추벌레
포도들

2부
소리를 담다
진주 목걸이
항아리에 바친 산
어떤 부활
벌게진 귀
섭섭한 집―빠지는 발톱의 목소리로
누에들
가을 사과나무의 말
학교 주차장의 꽃들
덩굴들

두 채의 음악-석가탑과 다보탑
사과나무 음악회
푸른 눈들

3부
영덕 복사꽃
복사꽃 그녀
해바라기
목련 1
목련 2
목련 3
산수국
항해
거미집
어떤 예배
콩나물
말을 내다걸다
밤, 배롱나무
불 먹이는 밤-대금
사랑

4부
발자국은 때로 얼마나 징그러운가
무덤은 시간을 넘는다
지금도 어느 물기 머금은 눈이 나를 보고 계신다
계단의 깊이
악어새에 관한 명상
그 절간 앞의 와송臥松
휘둥그레진 눈
대흥사 입구

언제나 네 살배기인 봄
어떤 유모
폭설
질투
닭과 모란

해설 이승하-고요함 속에서 생명을 키우는 것들

저자 소개

저자 : 손진은
경북 안강에서 태어나 경북대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1995년 매일신문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 시론서 『현대시의 미적 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서정주 시의 시간과 미학』『한국 현대시의 정신과 무늬』『현대시의 지평과 맥락』『시창작의 이론과 실제』(공저) 등이 있다. 1996년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했고, 현재 경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218g | 규격외
ISBN13
9788997176113

만든이 코멘트

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입니다.
2013-10-07
읽을 때 가슴에 꽂히는 시가 있고, 당시는 꽂히지 않았으나 삶의 과정 중에 어떤 순간을 만났을 때 어깨를 툭, 치며 바로, 이 순간이야, 우리를 끌어당기는 시가 있다. 필자의 시는 전자와 후자가 다 있으나 후자 쪽에 더 많이 기울어있다고 할 수 있다. 독자와 그런 공감의 시간을 갖고 싶다.

책 속으로

고요 이야기

감자를 캐는 밭
벼논을 향해 집개가 짖는다
팔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아는 체한다는 곁의 어머니 말씀
그 고요와 사랑이 만들어내는
소란의 맨 얼굴을
나보담도, 줄기를 끌어당길 때마다
숨겨진 얼굴들 속속 딸려 나오는 걸 솔깃해 하는 나보담도
멍청하게 먼 곳만 쳐다보는 듯한 네가 더 잘 알고 있다니
늙은 개가 짖어댄다
몇 바지게씩의 뜨건
햇살 경전에 몸 파랗게 칠하며
허릴 뒤틀면서 끙끙 아랫도리 힘줄 때 내는
벼들 성장의 신음에 개가 서늘히 내통하고 있다
확실한 소리들,
바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말고
저 잎잎마다 들썩이는 푸른 투정들 위에
그의 발등 간질이는 자잘한 음절들을 더하고 있다
그 내통에서 밀려나 있는 내 뒤틀린
심사를 안다는 듯이
한 번씩 내 쪽도 봐가면서
흩어지는 푸른 음절로 내 심장을 긁어대고 있다
그 소린 마침내 감자를 파헤치는 호미로 손등 긁어
감춰둔 내 붉은 몇 소절의 노래 흙살에 섞게 하고
무슨 생각하는 게야
어머니 안쓰런 말씀과 눈빛 벌게진 내 손등을 쓰다듬고서야
개와 벼, 아참, 어머니까지 거들어 만드는 그 풍경에 겨우
바짓단 걷고 들어갈 수 있었던가
팔월 나락밭을 개가 짖는다
들판 흔들고 하늘 자잘하게 부수는 그 소릴 먹으며
나락은 절정의 생 흔들며 자란다
살을 데우는 팔월의 대낮이 만드는 고요의 허파 속에선
개들도 벼들의 노랠 들을 줄 안다

--- p.32

추천평

인간은 이 세계 혹은 우주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깨어 있는 자는 그 세계 내 사물들이 들려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시인이라 일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통 자신들의 말만을 앞세우는데 소란스러운 요즘의 우리 시단에서 손진은 씨는 외롭게 사물들의 말을 듣고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해독해 낼 수 있는, 몇 아니 되는 시인들 중의 하나이다. 그의 신선하고도 아름다운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독자들께서는 이제 이 시집을 통해 인간의 말이 아닌 사물들의 통화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세영(서울대 명예교수,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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