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별의 잠 만두―시를 위하여 유쾌한 검객―소나무 수국 나의 잘 나오지 않는 볼펜 숙영식딩 중년 봄동배추를 씹을 때 나무의 후손 길 고요 이야기 고요, 격렬한―내 발 앞의 배추벌레 포도들 2부 소리를 담다 진주 목걸이 항아리에 바친 산 어떤 부활 벌게진 귀 섭섭한 집―빠지는 발톱의 목소리로 누에들 가을 사과나무의 말 학교 주차장의 꽃들 덩굴들 뱀 두 채의 음악-석가탑과 다보탑 사과나무 음악회 푸른 눈들 3부 영덕 복사꽃 복사꽃 그녀 해바라기 목련 1 목련 2 목련 3 산수국 항해 거미집 어떤 예배 콩나물 말을 내다걸다 밤, 배롱나무 불 먹이는 밤-대금 사랑 4부 발자국은 때로 얼마나 징그러운가 무덤은 시간을 넘는다 지금도 어느 물기 머금은 눈이 나를 보고 계신다 계단의 깊이 악어새에 관한 명상 그 절간 앞의 와송臥松 휘둥그레진 눈 대흥사 입구 성 언제나 네 살배기인 봄 어떤 유모 폭설 질투 닭과 모란 해설 이승하-고요함 속에서 생명을 키우는 것들 |
|
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입니다.
2013-10-07
읽을 때 가슴에 꽂히는 시가 있고, 당시는 꽂히지 않았으나 삶의 과정 중에 어떤 순간을 만났을 때 어깨를 툭, 치며 바로, 이 순간이야, 우리를 끌어당기는 시가 있다. 필자의 시는 전자와 후자가 다 있으나 후자 쪽에 더 많이 기울어있다고 할 수 있다. 독자와 그런 공감의 시간을 갖고 싶다.
|
|
고요 이야기
감자를 캐는 밭 벼논을 향해 집개가 짖는다 팔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아는 체한다는 곁의 어머니 말씀 그 고요와 사랑이 만들어내는 소란의 맨 얼굴을 나보담도, 줄기를 끌어당길 때마다 숨겨진 얼굴들 속속 딸려 나오는 걸 솔깃해 하는 나보담도 멍청하게 먼 곳만 쳐다보는 듯한 네가 더 잘 알고 있다니 늙은 개가 짖어댄다 몇 바지게씩의 뜨건 햇살 경전에 몸 파랗게 칠하며 허릴 뒤틀면서 끙끙 아랫도리 힘줄 때 내는 벼들 성장의 신음에 개가 서늘히 내통하고 있다 확실한 소리들, 바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말고 저 잎잎마다 들썩이는 푸른 투정들 위에 그의 발등 간질이는 자잘한 음절들을 더하고 있다 그 내통에서 밀려나 있는 내 뒤틀린 심사를 안다는 듯이 한 번씩 내 쪽도 봐가면서 흩어지는 푸른 음절로 내 심장을 긁어대고 있다 그 소린 마침내 감자를 파헤치는 호미로 손등 긁어 감춰둔 내 붉은 몇 소절의 노래 흙살에 섞게 하고 무슨 생각하는 게야 어머니 안쓰런 말씀과 눈빛 벌게진 내 손등을 쓰다듬고서야 개와 벼, 아참, 어머니까지 거들어 만드는 그 풍경에 겨우 바짓단 걷고 들어갈 수 있었던가 팔월 나락밭을 개가 짖는다 들판 흔들고 하늘 자잘하게 부수는 그 소릴 먹으며 나락은 절정의 생 흔들며 자란다 살을 데우는 팔월의 대낮이 만드는 고요의 허파 속에선 개들도 벼들의 노랠 들을 줄 안다 --- p.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