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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박세현
문학의전당 201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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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강원도 저쪽
강원도 저쪽
진짜 연습곡
아름다운 것들아
후박나무 짧은 그늘
너무 괜찮다
9월 하순의 밤비
망상과 옥계 사이
아무렇지도 않다
외마디
하루살이처럼
나는 내가 아니다
금강경 어법으로
문막 막 지나갔음
저 가을 좀 봐!
뜬구름 잡다
이건 또 뭐냐
나의 변방
누가 묻거든
나는 없다
본의 아니게
미시령 속기(速記)

2부 나 살고 간 뒤
극적인 밤
시차(時差)
김종삼 약국
중복
성공적인 오해
시가 망가지면
새벽 기도
꿈결
붐비는 저녁
4월의 어떤 밤
내 가면 내가 쓰고
장사익 버전
숭고한 생
나 살고 간 뒤
두서없는 봄밤
폰카 작가

3부 더 큰 잔으로!
속옷
구의동 블루스
미니멀리즘
시의 걸음
빈 방
봄산
마음의 꼬리
십일월
더 큰 잔으로!
칭따오로 가는 배
사는 게 별것인 날
춘심(春心)
혼잣말
이런 날
억새 틈에서
밤의 우좌지간
연변풍(風)
묽은 가을

4부 휘갈겨 급히 쓴 시
주문진항
말의 헛울음
자거다치 밤기차
사라지는 기술
내몽골의 흰 밤
시가 어쨌다구?
마음 미지근한 날
밤은 기억할까?
한 끼의 슬픔
비틀즈가 바로크를
쓸쓸한 맛
휘갈겨 급히 쓴 시
금년 여름
12월의 각주
늦밤, 추신(追伸) 같은
오감(五感)을 열 수 있다면

해설 김정남-‘나는 없다’의 변주곡

저자 소개

저자 : 박세현
1953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났다. 관동대와 한양대 대학원에서 한국문학을 공부했고, 1983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사경을 헤매다』『치악산』『정선아리랑』『길찾기』『오늘 문득 나를 바꾸고 싶다』『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이 있고, 산문집『설렘』과 연구서『김유정의 소설 세계』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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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78g | 125*200*20mm
ISBN13
9788997176052

책 속으로

나는 없다

이제, 나는 세상과 좀 떨어져 있어야겠다
세상이라기보다 세상을 떠받들고 있는 손들과
헤어져야겠다
다 마신 커피잔을 들어서
바닥을 한번 더 들이켤 때가
지금이다 다시는 입에 들어올 것이 없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입술처럼, 나는
입맛을 다시겠다
아침에는 커피 대신 무를 한 컵 마시고
무즙도 괜찮겠다 무의 즙은 겁 없이 늙은 남자의
소담한 폐허를 다스리기에 좋을 것이다
오후에는 아파트 뒷길을 걸어가서
논어를 읽고 있을 당신과 막국수를 먹고
당신에게서 갚지 못할 약간의 용돈을 빌리고
비브라토가 빠진 휘파람을 연습하겠다
식은 국물 같은 삶을 조심히 떠먹으면서
음악 없이 잠들도록 애쓰고
진짜로 꿈꾸지 않겠다고 서약한다
아무래도 나는 내가 아니다
찾지 마라, 나는 없다

--- p.38

추천평

일부러 다리에 힘을 빼고 걸어야 할 때가 있고, 목에 힘을 빼고 담담하게 노래를 불러야 할 때도 있고, 똑바로 보지 말고 빗봐야 할 때가 있다. 근 30여 년 동안 6권의 시집으로 생의 자리를 베어내었으니, 그 곡절들이 지나간 만큼 관록이 몸에 붙기 마련이다. 김정호가, 김민기가 핏대를 세워 노래 부른 적이 있었던가. 그의 시에 화려한 수사와 기교가 있는가, 감정의 과잉이 있는가.
그의 시의 구질은 언제나 직구와 커브의 중간쯤 되는 슬라이더다. 식자우환의 먹물과 고독한 한량의 중간 지점에 그의 시가 놓여 있다. 한량은 죽어도 기생집 울타리 밑에서 죽는다, 는 말처럼 그의 시는 갑갑한 대학 연구실과 허름한 동네 호프집 사이에 심드렁하게 담배 꼬나물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말을 해야겠다. 그의 시의 발화지점은 늘 날카롭고 위태롭다는 사실. 내가 말이야, 라고 말하고 싶을 때, 나는 늘 외출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어디에 있는가. ‘되돌아올 수 없는 거리’ 저편에 ‘나를 벌 세워놓았’다. 그의 시가 아픈 이유는 여기에 있다. 드러난 현상 저편에 늘 내가 외로운 형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생을 관조하듯 냉소하지만, 그 안에는 곪아터진 시간과 상처가 있다.
김정남(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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