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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로부터의 자유 - 지은이의 말
1. 금기란 무엇인가 2. 유대인의 음식 금기들 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가 왜 우유와 고기를 함께 먹지 않는가 왜 피를 먹지 않는가 3. 성과 금기들 왜 월경 피는 불순하게 취급되는가 왜 근친상간을 금하는가 성(Sex)과 성(Gender) - 간통, 강간, 동성애, 수간, 창녀 4. 개인 금기들 남녀 의복 교환착용 금기 왜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보다 우월하게 평가되는가 문신 금기 5. 인류학과 성서연구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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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릴 때부터 뚜렷한 이유도 모른 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말을 종종 듣고 자랐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다.” “문지방을 밟지 마라.”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다.” “밤에 휘파람을 불지 마라.” 흔히 듣는 이 말들에 딱히 합리적인 이유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어쨌든 이것은 꼭 그렇게 해야만 할 것처럼, ‘가장 오래된 구전법’으로 우리의 행동을 규율해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런 식의 얘기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 하나만 봐도 유대인은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절대 안 되며, 힌두 사람들은 아예 모든 육식을 금한다.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하지 마라”의 단호한 정언 명령을 띠고 생겨나는 이것을 우리는 통틀어 금기(禁忌)니 터부(taboo)니 하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 이런 수많은 ‘금지사항’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인류학으로 풀어내는 성서 속의 금기 『금기의 수수께끼』는 이스라엘 민족의 민간 습속을 통해 인간사회에 폭넓게 작용하고 있는 ‘금기’의 비밀을 파헤친 책이다. 특히, 성서(聖書) 속에 나타나고 있는 많은 ‘금지사항’을 문화인류학과 사회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다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은이는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신구약 중간사(제2차 성전시대사)와 유대 묵시문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국내 히브리학 분야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 이 책은 바로 이쪽 방면에 보인 그의 오랜 학문적 이력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과 메리 더글러스의 『순수와 위험』을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책으로 꼽는 그는 현대 인류학의 혁혁한 발전에 비해, 인류학이 성서 해석에 적용된 예가 없음을 아쉬워하며, 이 연구에 의욕을 불태운다. 금기는 욕망을 수위를 조절한다 지은이는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음식 금기(제2부)와 성(性)과 관련된 금기(제3부)에 할애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영역에서 무엇보다 많은 금기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프로이트가 말했던 바 “금지 사항은 강한 욕구가 존재하는 행동에 대해 주어지는 것”과 관련이 깊다. 즉 “금기는 욕망이 넘쳐흐르는 곳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또 다르게 보면 이것은 다른 두 영역의 매개지대이기도 하다(입과 음식물의 접촉, 남자와 여자의 성기 접촉). 여기서 우리는 금기의 사회적 기능의 한 측면을 엿볼 수 있다. 금기란 적절한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 사회통제 체계의 한 형태로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욕망은 수위를 넘게 되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며, 터부가 바로 그러한미켈란젤로「노아의 만취」술에 취해 벗은 채로 잠이 든 노아의 하체를 둘째아들 함이 보았다는 것은 아들과 아버지 간의 근친상간을 암시한다. 동성간의 근친상간은 자녀를 생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장 혐오스럽게 여겨졌다. 욕망을 우회시킨다는 논리다. ‘차이’와 ‘성스러움’이 존재하는 곳에 금기가 존재한다 한편 금기는 거룩한 곳, 성스러운 곳에서도 발생한다고 본다. 성서는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날에는 죽으리라"(출애굽기 10:28, 민수기 17:23)라고 말하고 있는데, 일부 경건한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야훼)을 직접 발음하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이처럼 ‘주체와 대상의 비분리를 향하고 있는’ 성스러움에는 강력한 터부가 발생한다. 머릿(R. R. Marett)은 이런 터부를 가리켜 “여자를 남자에게, 하층 계급을 귀족에게, 모든 사람을 왕에게 종속시킴으로써 안전하게 하는 계급제도의 모퉁이돌”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는 터부를 생산하는 주체가 한 사회의 지배계층일 때가 많다고 본다. 즉 차이를 없애려 하면 충돌하게 되고, 결국 차이가 파괴 · 소멸되는 곳에서는 언제나 죄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선악을 알고자했던 호기심 많은 아담과 하와, 신처럼 되고자 바벨 탑을 쌓던 인간들, 남자가 되려는 여자들, 동물과 교합하는 인간들, 유전자를 조작하여 종과 종의 간격을 파괴하는 자들 모두가 죄인이 되며, 위험에 직면한다. 불합리한 터부는 오래가지 못한다 얼핏 보면 근거 없는 미신에 불과할 수 있는 금기의 사회적 현상을 지은이는 한 사회 집단의 공통적인 생활이나 사고 또는 행동양식의 한 영역과 결부시킨다. 그래서 한 사회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터부’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공동체는 무엇이 좋은 것이고 잘못된 것인지를 판단하여 지지하기도 거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시민사회의 재가(裁可)를 얻어 법으로까지 승격될 수 있다고 본다. 유대인들의 ‘돼지고기 금기’와 성서의 ‘근친상간의 금기’를 살펴보면,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배설물을 먹고, 더러운 진흙탕에 몸을 씻는 돼지의 불결한 습성이 금기를 발생했다고 보기도 하고, 반대로 토템의 숭배의 대상이 되고 특권층의 음식이 되면서 평민들에게는 제한하기 위해 발생했다고도 본다. 또 돼지 사육에 불리한 생태적 · 환경적 요인이 금기를 발생시킨다고도 본다. 근친상간 금기가 합리적인 이유 도덕적인 비난이라고 보기 쉬운 근친상간의 금기 역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레비-스트로스는 상호 교환과 호혜성의 원리를 든다. 즉 “내 누이와 딸을 타인에게 주고, 타인의 딸이나 누이를 내가 데려오는 교환법칙은 집단 간의 대립을 완화시킨다.” 민족학자 마가렛 미드 역시 자기 누이와 결혼하는 것은 매형이나 매제를 포기하는 것이 되고, 결국 “물고기를 잡거나 사냥을 할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한다. 즉 근친결혼(상간)은 도덕적으로 유죄이기 이전에 사회적 · 경제적으로 불합리한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금기가 사회에 수용되거나 거부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원인이 곧 하나의 금기를 낳지 않는다.” 매우 복잡한 원인들이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얽히면서 발생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몇몇 조건들이 부분적으로 해체된다 하더라도 금기가 오랜 세월 살아남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