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Lagos
나는 도시에 귀 기울인다 _ 크리스 아바니 London 죽은 영혼들 _ 수크테프 산후 Seoul 단기 기억 상실증 _ 김영하 Cairo 우리는 한낱 한숨의 먼지일 뿐 _ 마리아 골리아 Mexico City 진실이 담긴 마약 _ 기예르모 파다넬리 Teheran 황홀한 지옥의 종착역 _ 아미르 하싼 체헬탄 Johannesburg 어젯밤에 만들어낸 환영의 도시 _ 이반 블라디슬라비치 Sao Paulo 웰컴 투 파라다이스 _ 다니엘라 샤레띠 Beijing 과거를 거세당한 사람들 _ 쉬 징 Los Angeles 떠나온 것들이 모여드는 곳 _ 크리스 아바니 Tokyo 비교적 온순한 몰록 _ 플로리안 쿨마스 Bombay 봄베이, 뭄바이, 붐베이 _ 카이란 나가르카 |
Kim Young-Ha,金英夏
김영하의 다른 상품
|
“서울, 너는 어디에서 왔는가?”
한 도시에도 무의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점점 더 그 에너지를 축적해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의식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부글거리며 아름다운 인공수로 아래를 흐르는 하수도는 바로 그 도시적 무의식의 상징일 것이다. 기억이 없는 존재들이 살아가는 인구 천만의 도시는 매년 엄청난 돈을 들여 자신을 꾸미지만, 그럴수록 내면의 공허는 커져만 간다. 결국 도시 저 깊은 곳에서 우리가 파묻은 무의식이 물어올 것이다. 서울, 너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기억이 없는 이 인공낙원에 사는 너는 누구인가? --- p.70, ‘서울’ 편 중에서 “지금 여기처럼 우리 자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은 없다” 우리는 이 빛과 공기 속에서 자랐고, 바람의 감촉을 피부로 느낀다. 우리는 이 땅, 이 잔디, 그리고 발바닥에 닿은 이 매끈한 빨간 돌들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세상 그 어디에도 이곳에서처럼 우리가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조금 더 행복하고, 약간 더 건강해지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좀 더 안전한 곳은 있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지금 여기처럼 우리 자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은 없다. --- p.139, ‘요하네스버그’ 편 중에서 “오늘의 베이징은 우뚝 서 있다” 몇 년 전부터 베이징의 저녁 하늘은 더 이상 내 어린 시절의 하늘, 별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던 그 하늘이 아니다. 당시의 도시는 회색이 도는 납색이었지만 하늘만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오늘날은 사람들이 모두들 푸른 피를 가진 귀족이 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지만, 하늘에 관한 일이라면 그게 청록색이든 카키색이든 아무래도 개의치 않는다. 예전의 베이징은 웅크린 도시였다. 그때의 도시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노인네처럼 편안히 누워 있었다. 반면 오늘의 베이징은 우뚝 서 있다. 비아그라를 한 움큼 삼키기라도 한 것처럼, 도시는 조금씩 발기되면서 점점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비아그라가 심장에 좋을 리 없듯 부자연스러운 것을 계속 빨아들이는 행위는 도시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 p.174, ‘베이징’ 편 중에서 “도시는 그렇게 우리를 바꾸어 놓는다” 로스앤젤레스 또한 전 세계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다. 모든 도시들은 어느새 익명성과 불투명성 따위의 이름 모를 동경에 근접해간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는 그렇게 우리를 바꾸어 놓는다. 우리가 도시를 바꾸어 놓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이 도시, 저 도시, 세상 모든 도시들은, 그 안에서 사는 동안 자기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이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 p.199, ‘로스앤젤레스’ 편중에서 |
|
김영하의 ‘서울’에서 크리스 아바니의 ‘라고스’까지, 우리 시대의 대표적 작가들이 자기 삶의 배경에 대해 쓴 라이프로그이다. 세계 12개 도시를 바라보는 저자들의 시선에는 각자 자신의 공간에 대해 느끼는 애증이 배어 있다. 수많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떠날 수 없었던 이곳, 이 도시를 앞으로도 벗어나지 못할 작가들의 내밀한 고백을 듣는다.
우리 삶의 치명적 배경, 도시 세계 곳곳의 작가들이 자기 삶의 배경이 된 도시에 대해 쓴 12개의 단편모음집이다. 사람들은 아픈 기억과 쓸쓸한 그림자가 부유하는 이 도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곳에 자신의 상처와 기억, 사랑까지도 모두 쏟아버렸기 때문이다. 도시를 살아가는 자들에게 그들의 공간은 ‘마지막 고향’과도 같다. 책은 그 도시들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영하를 비롯한 세계 11명의 작가들이 쓴 에세이 소설가 김영하는 서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잊어버리는 것, 그리고 그 망각에 익숙해지는 것을 뜻한다.” 영화평론가 수크테프 산후는 런던의 브릭 레인과 템스 강변을 걸으며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다. 나이지리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크리스 아바니는, 라고스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저마다 품고 있는 삶의 지난함을 끄집어낸다. 작가들은 자기가 몸담은 도시의 한복판을 무심히 활보한다기보다 가능한 한 좁은 길과 외진 골목을 돌아다닌다. 도시에서 자랐고 끝내 도시를 떠나지 않은 작가들의 문장은, 거침이 없으면서도 부드럽다. 생의 처음과 끝 모두가 존재하는 이곳은, 그들을 포함한 우리에게 불안과 평온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장소이기에 그렇다. 쓸쓸한, 그러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곳 세계 12개 도시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정서는 황량함과 망각, 결핍 등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선 도난 방지용 경보기 산업이 인기를 누리고, 모든 구조물들이 인공적으로 생겨난다. 라고스 시내의 번지르르한 고층빌딩 뒤로는 빈민가가 펼쳐지고, 고급차를 탄 부자들은 종종 가난한 집에서 흘러나오는 통곡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그곳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자들에게 도시란, 동시에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의 또 다른 정서에는 애틋함과 추억, 사랑이 자리한다. 먼지가 곳곳을 뒤덮고 관료제의 폐해가 극성을 부리는 카이로에서도, 사람들은 언제나 태연함과 낙관적 생각으로 어려움을 버텨내가며 꿋꿋이 살아간다. 작가들의 글에는 자신의 도시를 향한 애증의 마음이 짙게 배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