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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라이프
플라워스 옮긴이의 말 |
Shuichi Yoshida,よしだ しゅういち,吉田 修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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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서는 되도록 고개를 숙이고 걸어간다. 그때 곧바로 고개를 들면 안 된다. 먼저 넥타이부터 느슨하게 풀고, 지하철 매점에서 사온 캔커피를 한 모금만 마신다. 고개를 들기 직전 몇 초간은 눈을 감는 게 좋다.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신 후, 단번에 고개를 쳐들며 눈을 크게 뜬다. 비좁은 지하도에 익숙해진 눈에는 조금 가혹하지만, 머릿속이 어질어질 하는 가벼운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 까닭은 모르겠지만, 왠지 눈물이 복받쳐오를 때도 있다.
싫어하는 이유와 좋아하는 이유가 완전히 똑같을 수 있을까. ---p.12-13 파문이 번지는 연못, 이끼 낀 돌담, 나무, 꽃, 비행기구름, 그런 모든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상태는 실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이고 뭔가 한 가지, 예를 들면 연못에 떠 있는 물새를 본다고 의식함으로써 비로소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진 물새가 물새로서 드러나는 것이다. ---p.30 최대한 몸이 닿지 않게 팔을 벋디디는 자세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 위치까지 몸을 지탱하며 히카루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닿지는 않았지만, 그 입술이 부드럽다는 것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히카루를 끌어안고 있었다. 너무 꼭 끌어안아서 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히카루가 눈을 떴다는 것은 알았다..... 아직도 그날 밤,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자세로 몸을 지탱하던 팔의 이두박근이 후들거리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p.33 지하철에서 처음 말을 주고받았을 때도 그랬지만, 그녀의 말투에서는 상대와의 거리를 성큼 줄이는 느낌이 묻어나왔다. 강인하게 확 이끌려가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내 앞으로 폴짝 뛰어오는 것 같은 느낌. 서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인데도 “점심 벌써 먹었어?”라고 자연스럽게 묻는 그 말투는 마치 내 방 열쇠를 가지고 있는 애인의 그것처럼 친근함에 젖어들게 했다. ---pp.35-36 “예를 들어 미즈호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잖아. 그러면 뭐랄까, 신경을 써준다고 할까, 늘 같이 있으면 집사람이 숨 막혀 할지도 몰라서 난 침실에서 책을 읽지. 그러다 미즈호가 침실로 들어오면 불 때문에 잠을 못 잘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거실로 나가고.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같이 있고 싶으니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는 거지.”---p.43 “왜 모두들 공원으로 올까요?” “마음이 놓여서겠지” “그렇잖아, 공원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도 누구도 책망하지 않아. 오히려 권유나 연설처럼 뭔가를 하려 들면 쫓겨나지." ---pp.8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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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도쿄 히비야 공원, 그리고 도시 남녀의 삶, 사랑, 파크 라이프 가깝지도 멀지도, 또 결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파크라이프」 가까워졌나 싶으면 어느새 손바닥을 뒤집듯 휙 멀어져 버리는, 그래서 곤혹스러운 「플라워스」 요시다 슈이치 작가 경력의 진정한 출발점과도 같은 제127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그의 작품으로 도쿄 히비야 공원을 무대로 현대 도시남녀의 담담한 일상을 묘사한 표제작 「파크라이프」 외에 꽃꽂이 조형미의 미묘한 뉘앙스와 인간관계, 그리고 꽃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추함을 대비시킨 작품 「플라워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저마다 홀로인 이들이 모여 있는 공원, 끝내 알 수 없는 타자의 내면과 고독한 영혼, 담담한 일상의 묘사로 인생을 깊이있게 파고든 수작이다. 아쿠타가와 상 심사평에서 ‘높은 완성도’, ‘구석구석까지 소설의 참맛이 배어 있는 작품’, ‘현대 특유의 존재의 불안감과, 뒤틀린 유머 감각, 미미한 희망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