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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를 읽기에 앞서
셰익스피어 작품 연보 서문/위대한 비극 『리어 왕』 『리어 왕』 공연의 역사 판본에 대하여 리어 왕 주해 |
William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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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직이 있는 개한테는 복종하는 거지.
넝마 옷 사이로 보이는 악행은 크게 보이는 법이지만, 법복과 털외투는 그 모든 것을 감춰주지. 죄에 황금 칠을 하면 강력한 정의의 창도 상처 하나 못 입히고 부러지는 거다. 세계 최고의 작가 셰익스피어가 문학사에 남긴 가장 위대한 작품 영국 BBC에서 실시한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 설문 조사에서 압도적인 결과로 1위를 차지한 셰익스피어, 그리고 셰익스피어 극작품의 절정이자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추앙받는 4대 비극 『햄릿』, 『리어 왕』, 『오셀로』, 『맥베스』. 이처럼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은 세계 최고의 작가가 남긴 세계 최고의 작품으로, 오늘날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펭귄클래식 코리아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시리즈를 기획하고, 『오셀로』를 시작으로 『맥베스』, 『햄릿』에 이어 마지막으로 『리어 왕』을 출간한다. 펭귄클래식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시리즈는 영국 국립 극장에서 사용하고 추천하는 판본이다. 판본의 문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루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셰익스피어가 작품의 출간에 관여하지 않은 탓에 기준 판본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립 극장에서 공인한 펭귄클래식 4대 비극 시리즈는 각 작품마다 판본에 대한 설명을 실어 신뢰성을 더욱 높였다. 또한 영국 유수의 학자들이 쓴 충실한 서문과 주해, 작품의 공연사는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리어 왕』: ‘자연-인간-사회’에 대한 우주적 담론 브리튼의 왕 리어는 왕국을 세 딸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은 권좌에서 물러나 여생을 느긋하게 보내려는 계획을 밝힌다. 하지만 가장 사랑했던 막내딸 코딜리어의 정직하고 솔직한 대답에 분노한 그는 그녀와의 혈연관계를 끊겠다 선언하고, 왕국은 거짓된 고백과 아첨으로 그의 환심을 산 큰딸 거너릴과 둘째 딸 리건에게 양분되어 돌아간다. 결국 코딜리어는 그녀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 프랑스 왕의 아내가 되어 왕국을 떠난다. 얼마 후 권력을 차지한 거너릴과 리건의 사악한 본심이 드러나고, 리어는 모든 권위를 빼앗긴 채 내쫓기듯 폭풍우 속으로 뛰쳐나간다. 점점 미쳐가는 리어의 비참한 처지를 전해 들은 코딜리어는 리어의 복권을 위해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상륙하고, 거너릴과 리건의 연합군과 일전을 벌인다. 이처럼 『리어 왕』은 표면적으로 가정 비극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 겉모습 속에 감춰져 있는 참모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도 심오해서 그 거대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망설이게 할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어 왕』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극예술”(퍼시 비시 셸리, 『시의 옹호』, 1821)이라는 극찬을 받는 동시에, “우리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는 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조차도 표현하지 못한다. 이 희곡 자체를 묘사하거나 혹은 이 작품이 우리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묘사하려는 시도는 전적으로 주제넘은 짓이다.”(윌리엄 해즐릿, 『셰익스피어 극의 등장인물』, 1817)라는 자조에 가까운 비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리어 왕』은 크게 두 가지 주제를 극화하고 있다. 하나는 자연 앞에 선 인간 존재의 본질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을 둘러싼 사회의 모순이다. 우선, 자연 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다른 존재에 비해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리어의 대사 곳곳에서 암시된다. 인간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 …… 하, 여기 세 사람은 겉치레라도 하고 있는데, 너는 사물 그 자체로구나. 문명의 편의에서 배제된 사람은 너처럼 그저 불쌍하고, 헐벗고, 다리 둘 달린 짐승일 뿐이다. 벗자, 벗어, 빌린 것들을! - p. 208 리어의 대사 중에서 어찌하여 개나 말이나 쥐는 살아 있는데 너는 숨을 쉬지 않느냐? 너는 다시 못 오는구나. 결코, 결코, 결코, 결코, 결코. - p. 301 리어의 대사 중에서 마음먹은 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리어는 딸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점점 미쳐간다. 그리고 그런 리어의 모습은 바로 그 자신이 말한 ‘사물 그 자체’, ‘그저 불쌍하고, 헐벗고, 다리 둘 달린 짐승’에 불과하다.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연에 속한 수많은 존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리어의 변화를 통해 보여 주는 것이다. 게다가 숨을 거둔 코딜리어를 향한 리어의 절규는 역설적으로 자연 앞에서는 인간이나 개나 말이나 쥐나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을 준다. 셰익스피어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그의 신랄한 비판의 칼날은 이제 사회를 향한다. 자기 존재의 본질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오만한 인간들이 만든 사회는 필연적으로 모순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셰익스피어는 특히 인위적인 계급 질서를 가차 없이 비판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전제 왕권을 누렸던 리어이다. 이 냉혹한 폭풍의 팔매질을 견뎌야 하는 불쌍하고 헐벗은 자들아, 어디에 있든지 간에, 머리를 누일 집도 없이 굶주린 뱃가죽으로, 그리고 구멍 뚫린 넝마를 걸친 채로, 이토록 험악한 시절로부터 어찌 너희 스스로를 보호한단 말이냐? 오, 그동안 내가 이것에 대해 너무 소홀했구나! 치료를 받아라, 화려한 자여. 불쌍한 자들이 느끼는 바에 스스로를 노출하여 넘쳐 나는 것들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고 하늘이 공평하다는 것을 보여라. - p. 205 리어의 대사 중에서 관직이 있는 개한테는 복종하는 거지. …… 넝마 옷 사이로 보이는 악행은 크게 보이는 법이지만, 법복과 털외투는 그 모든 것을 감춰주지. 죄에 황금 칠을 하면 강력한 정의의 창도 상처 하나 못 입히고 부러지는 것이다. 누더기로 무장하면, 난쟁이의 지푸라기도 꿰뚫을 수 있다. 아무도 죄짓지 않았다. 아무도 없다, 없어. - p. 261 리어의 대사 중에서 『리어 왕』이 당시 국왕 제임스 1세 앞에서 공연되었다는 사실은 셰익스피어의 치열한 문제의식을 시사한다. 이 비극이 쉴 새 없이 뿜어내는 강력한 힘, 그것은 다름 아닌 셰익스피어의 힘이다. 자연-인간-사회에 대한 우주적 담론을 거침없이 펼쳐 보이는 셰익스피어. 그렇다고 셰익스피어가 철학적 ㆍ 사회적 문제의식에만 함몰되어 극예술의 문학성을 도외시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의 독창적이고 강렬한 시적 표현만으로도 『리어 왕』은 세계 문학사를 빛낸 위대한 문학 작품의 전형이 되기에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