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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姸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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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다른 형제들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구박을 받으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 부모가 친부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과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가끔은 부모의 입에서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이라도 듣는 상황이 되면 그런 의구심과 두려움은 확정성을 가진 실체로서 다가오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이런 경험은 성장과정에서 ‘콩쥐팥쥐 이야기’나 ‘신데렐라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보낸다 할지라도 참고 견디다 보면 결국 선한 자에게 행운과 복이 온다는 권선징악의 순기능적 믿음을 얻게 된다.
이번에 번역한 『오치쿠보 이야기(落窪物語)』는 바로 ‘일본 고대의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부제가 나타내주듯, 계모와 의붓 자식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로서 10세기 말 일본 고대시대에 어느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 의해 완성된 작품이다. 제목 첫 머리에 붙어 있는 ‘오치쿠보’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불손함을 상충하기 위해, 더욱이 이번에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니만큼 부제를 달아 그 이해를 돕고자 했다. 본 작품은 계모가 의붓 자식을 학대하는 이야기 형태를 답습하고 있는데, ‘오치쿠보’라는 용어는 ‘신데렐라’라는 호칭이 ‘재투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것처럼 고유 명사가 아닌, ‘움푹팬’ 공간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즉 작품 속 여주인공이 기거하는 공간인 ‘움푹 팬’이라는 의미가 호칭으로서 굳어진 것인데, 결국 주인공의 이름은 그다지 명예롭지 못한, 아니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낯 뜨겁고 부끄러운 의미의 명칭이 되는 것이다. 작품의 내용은 신데렐라 이야기형의 내러티브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된다. ‘거듭되는 계모의 학대-남자 주인공의 출현-두 사람의 사랑-통쾌한 복수-남자 주인공의 출세-용서와 화해’의 형태에서는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 담겨진 장면의 교묘한 장치와 위트, 해학과 익살,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서는 지나칠 정도라고 느껴지는 사실성과 때로는 자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묘사 기법은 고대의 공간을 독자의 눈 앞에 긴박함을 가진 사실적인 장면으로 보다 생생하게 거듭나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