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曺榮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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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사메 모노가타리春雨物語』라는 제목을, 짧고 서정적인 서문에 기대어 풀어본다면 ‘봄비 내리는 날 들려주는 이야기 열 마당’쯤 될지 모르겠다. 『하루사메 모노가타리』는 우에다 아키나리가 만년(일흔 다섯 살)에 지은 작품이다. 아키나리는 일흔 여섯에 죽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하루사메 모노가타리』를 고치고 또 고쳤다. 어째서인지 그는 『하루사메 모노가타리』를 생전에 출간하지 않았다. 그 덕에 『하루사메 모노가타리』라는 제목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물을 본 사람은 거의 없는 기이한 작품이 되었다. 열 개의 이야기가 온전히 실려있는 『하루사메 모노가타리』가 등장한 것은 20세기 중반의 일이다. 1808년(분카 5년)에 일단 완성되고(그것을 ‘분카 5년본’이라 부른다) 1809년에 죽을 때까지 작가가 개고를 거듭했던 작품이 약 150년 뒤에 유물이 발견되듯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루사메 모노가타리』는 비유하자면, 풍경화라기보다는 암호와도 같은 이정표에 가깝다.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풍경이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지점을 가리키는 표지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 표지를 읽어내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각기 성격을 달리하는 여러사본을 취합하여 텍스트를 확정하는 일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취사선택은 작품의 해석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확정하고 나면 문제가 끝나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하루사메 모노가타리』는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소설 아홉 편과, 어떻게 보아도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는 가론(歌論) 한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기에는 끝 모를 인용, 의도적인 사실(史實)의 왜곡,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펼쳐지는 아키나리의 학문적 견해, 각각 독립된 듯이 보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주는 각 작품의 관계 등등 겹겹의 벽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나카무라 히로야스의 말을 빌리자면, 『하루사메 모노가타리』는 아키나리가 ‘평생의 학문연구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물을 모노가타리 형식 속에 풀어낸’ 작품인 것이다. 암호를 풀어 나타난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은 어디인가.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읽는 이가 제 발로 걸어가서 보아야 할 풍경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