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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지금 필요한 건? 바로 미술 다이어트!
1장 미술관에서 들리는 말, 말, 말 화장실이 어디죠? / 관람객들은 왜 소곤거릴까? / 칭찬과 찬사의 말, 말, 말 / 비난과 불평의 말, 말, 말 / 말이 왜 필요해? / 관람객의 반응 끌어내기 / 예술작품 훼손하기 / 개막식의 말, 말, 말 / 형사 콜롬보처럼 / 미술 이야기는 하지 마! / 작가들의 허튼소리 목록 / 진퇴양난에 빠진 미술 / 평론이 처한 딜레마 / 평론가들의 빈말 목록 2장 미술관 관람에 대처하는 방법 미술관에 필요한 건? 당연히 대중이지! / 나, 모나리자 봤다! / 한 작품당 관람 시간은? / 루브르에서 춤을 / 눈총까지 받아야 해? / 마법이 깨지지 않게 / 관람자들, 꿀먹은 벙어리? / 다채로운 손님들 / 막간극이 펼쳐지는 곳 / 천박한 VIP / 노숙자 관람객? / 퍼포먼스에서 살아남는 법 / 전시회의 판매 열풍 / 구매 희망자 계신가요? / 붐비는 박람회, 썰렁한 화랑 / 염가매장에 들어온 미술 / 대가의 작업실 구경 / 작업실 로망 / 미술공장의 생산라인 / 작업실 없는 작가? 3장 작품이야, 쓰레기야? 요즘 미술은 왜 이해가 안될까? / 미술관을 나가자! / 회화, 죽었나 살았나? / 도발하는 그림 / 나도 할 수 있겠네! / 쓰레기를 모아모아서 / 사진, 예술의 반열에 오르다 / 연출인가, 실재인가? / 잠잘 사람은 비디오 예술 전시실로 / 작품 없는 작품, 퍼포먼스 / 당혹스러운 퍼포먼스들 / 머리 깨지는 개념미술 / 미술의 머리카락 세기 / 쾌감의 설치미술 / 표절, 우연의 일치? / 누구나 예술가! / 혁명 X, 개인 신화 O / 예술가도 그냥 직업일 뿐! / 팝아트의 메아리 4장 미술계 항해법 미술판이라는 별세계 / 미술품 수집가는 미치광이 강박증 환자? / 수집가들의 욕망 / 돈 대신 미술 / 자동차냐, 그림이냐? / 물불 안 가리는 수집가 / 화랑주, 자칭 미술의 전도사 / 작가와 화랑주의 공생관계 / 돈이 많거나, 결혼을 잘하거나 / 미술판 염탐꾼 / 블랙리스트 / 경매시장, 서민에서 마피아까지 / 편법과 트릭이 난무하는 경매 현장 / 위험한 도박 / 미술품, 투기대상인가? / 널뛰는 미술품들 / 힘없는 공공미술관 vs. 힘센 수집가 / 큐레이터, 세계를 누비다 / 스타 큐레이터의 조건 / 미술평론가, 배곯는 화석 / 작가에 대한 심상 / 작가는 망상가인가? / 보헤미안이냐, 사무원이냐? / 예술가와 알코올 / 예술가는 아직도 꿈의 직업인가? / 패자 대군단 / 웨이터냐, 택시운전이냐? / 스타 탄생 / 트렌드 제조기 5장 좋은 작품, 나쁜 작품 헐값에 산 잭슨 폴록 / 예술, 싸움은 끝났다 / 보는 작품? 생각하는 작품? / 천재도 인간 / 학문 도용, 교묘한 광고 / 히트작의 대량 자기복제 / 절정기 그 이후 / 차용도 예술이다? / 거창한 제목, 코딱지만한 아이디어 / 예술성 미달, 스캔들, 그리고 대작 / 내가 바로 작품입니다! / 내 몸이 예술 재료 / 테크닉 숙련의 전략 / 미술판 편승의 트릭들 / 미술은 미술이다 / 다 예술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후기 ― 미술에 선심 쓰기 옮긴이의 말 ― 예술은 필요하고 우리는 용기를 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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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가서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하며 지레 겁을 먹지만 알고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 최소한 전시개막식에는 동시대 미술에 대해 모르는 사람 천지다. 몰라도 좀 가면 어때! 미사여구 몇 개만 기억해 놓으면 만사 오케이다. 그런 상투적인 인사치레는 최소한 침몰을 막아주는 지느러미 역할은 한다. 우아한 침묵을 연기하거나 다들 ‘예스’라고 할 때 홀로 ‘노’라고 말하는 방법도 있다. 지루함이나 거부감, 무관심을 숨기기는 식은 죽 먹기다. 자의 또는 타의로 온 주위 손님들도 다 그렇게 한다. 대화가 시작되려고 하면 미술관 1위 질문 “화장실이 어디죠?”를 던지며 피한다. --- 1장 미술관에서 들리는 말, 말, 말
공공장소의 오브제는 특히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미술관이라는 온실을 떠나, 예술의 룰을 따르지는 않는 관객들과 직접 부딪히기 때문이다. 관객 중에는 작품을 쓰레기로 알거나 장난과 훼손을 일삼기도 한다. 작품에 구멍을 뚫거나 낙서도 하고 술자리로 애용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미국의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1977년 도쿠멘타 출품작 〈터미널〉에는 “이 개똥 같은 것에 들인 돈이면 수백 명의 목숨은 족히 구하겠다”, “고철 폐기!” 따위의 구호들로 도배가 되었다. 또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변기가 되었다. 작품 주변에 오줌이 흥건했던 것이다. 보쿰 시가 이 지저분한 작품을 구입하자 시민들은 쾌재를 불렀다. --- 1장 미술관에서 들리는 말, 말, 말 관내 기념품점은 이들의 필수 코스다. 광팬을 위한 소품들이 다채롭게 갖춰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건, 넥타이, 우산, 샤워커튼, 손수건, 냅킨에서 직물 디자인 하면 단연 첫째인 클레, 미로, 칸딘스키, 몬드리안의 쿠션, 엽서, 포스터, 도록, 커피잔, 장난감이 있고, 뭉크의 〈절규〉 인물 모양의 풍선인형까지 갖춰져 있다. 기념품점에서 산 물건은 십자가나 묵주처럼 ‘나도 그 미술관 다녀왔어’, ‘그 유명한 작품을 봤어’ 등을 말해주는 징표들이다. --- 2장 미술관 관람에 대처하는 방법 관람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많다. 아무도 없는 전시공간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뒤쫓는 감시인들의 눈총을 느껴야 하는 것도 그렇다. 끝나기 직전에 가면 감시인들은 짜증스럽게 지각생 주위를 이리저리 정찰한다. 감시인들이 관람자보다 수가 월등히 많아지면 아무렇지도 않게 큰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노골적으로 작품 훼손이나 도난을 의심하는 기분 나쁜 눈초리를 보낸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희극 《옛 거장들》에서 감시자에 대한 기념비를 세웠다. 주인공 이르지클러는 무례함도 가지가지인 관람객들을 주눅들게 하는 미술관 감시인 특유의 불쾌한 시선을 갖추고 있다. 인기척도 없이 모퉁이를 돌아 쓱 나타나는 주인공의 행태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 2장 미술관 관람에 대처하는 방법 많은 이들이 현재의 미술에 접근할 엄두도 내지 않은 채, 지난 몇백 년 간의 미술만 바라본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람들은 옛날 미술일수록 소비가 간단하다는 허무맹랑한 결론에 빠진다. 렘브란트나 루벤스, 라파엘로 등에 그런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옛 거장들의 그림은 무엇을 그렸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무안한 경우가 생기는 것은 현대미술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렘브란트라고 다 렘브란트는 아니다. 학생과 위작자들이 열심히 렘브란트를 그려댔으니까. 가짜 그림에 감동해서 온몸이 얼어붙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 3장 작품이야, 쓰레기야? 에피소드 또 하나. 수세미 포장박스를 그대로 본뜬 앤디 워홀의 작품 〈브릴로 박스〉를 전시하기 위해 캐나다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세관이 미술작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무역관세를 물린 사건이 있었다. 당시 캐나다 국립미술관장이 이 미술품 사진들을 정밀 분석한 뒤 세관의 견해에 동의해 미술계에서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 3장 작품이야, 쓰레기야?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없애고 싶어하는 퍼포먼스가 동원하지 못할 수단은 없었다. 그래서 퍼포먼스는 우스꽝스러운 독선처럼 보였다. 비토 아콘치의 행위는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1972년 그는 뉴욕의 대중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며 이 행위에 〈정자침대(Seedbed)〉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2주 내내 ‘작품’으로서 수음을 했고, 관람객들에게서 ‘필’을 받았다. 당시 화랑 주인이었던 여성 일리아나 존아벤트는 아콘치의 행위를 막지 않았다. 작품 의도를 들은 그녀는 사춘기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당황해서 “비토, 꼭 해야겠다면 하세요!”라고 대답했다. --- 3장 작품이야, 쓰레기야? 예술이라는 성역을 워홀만큼 세차게 흔들어댄 사람도 드물다. 그림공장 ‘팩토리’에서 미술품을 대량 생산한다는 아이디어는 ‘워홀’ 브랜드로 돈을 벌려고 한 그의 의도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워홀의 돈 그림은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작가가 무슨 돈 얘기?’ 예술은 신성하고 돈은 더럽다는 통념을 뒤집은 것이었다. 보이스가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을 가지고, 버려진 물건들을 가져다가 다시 잡동사니를 만들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부르짖었다면, 워홀은 돈에 사인을 해서 그 값을 껑충 뛰게 했다. --- 3장 작품이야, 쓰레기야? 미국의 석유 재벌 아먼드 해머는 충동적으로 미술품을 수집한 사람으로, 재력을 과시하며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찾아다녔다. 그는 여성의 누드화를 특히 좋아했다. 그의 자문역을 맡은 전 워싱턴디시 국립미술관 관장 존 워커는 해머의 소장품 가운데 위작이 많은 데 놀랐다. 해머는 그야말로 싸구려 사냥꾼이었다. 실패한 수집가가 되는 길에 위작보다 좋은 것은 없다. 해머가 소장하고 있던 진품 보증 렘브란트는 사실상 모스크바의 한 미술관 관장이 그린 것이었다. 이 네덜란드 거장의 작품은 현재 추산 300여 점이다. 그런데 1951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으로 건너간 렘브란트의 작품은 9,000점이 넘는다! --- 4장 미술계 항해법 삐딱했던 녀석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살바도르 달리 같은 기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달리는 매일 아침 표범고양이의 배설물을 수염에 발라 꼬아올렸다. 매끈한 댄디 복장에 오만방자해서 보고 있기 힘든 그는 꼭 3인칭으로 자신을 지칭했다. 1960년대에 달리는 뉴욕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 묵으며 그림을 그렸는데, 호텔에 저명인사가 당도하는 소리가 들리면 어떻게 좀 신문에 실려볼 욕심에 로비로 달려가 과장된 제스처로 인사하곤 했다. --- 4장 미술계 항해법 샹송가수 질베르트 베코, 일명 ‘미스터 10만 볼트’는 쳐다보기도 싫은 대히트곡 〈나탈리〉를 불러달라는 팬들의 성화에 시달려야 했다. 그에게 〈나탈리〉는 그야말로 죽음이었다. 미술작가에게도 자기가 그려 이목을 끈 작품이 이처럼 짐이 되는 경우가 있다. 주문제작이 이루어지던 시절 ‘히트작’은 대량생산되었다. 19세기에도 주문이 쇄도하면 대량제작이 이루어졌다. 스타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은 〈죽음의 섬〉이 명성을 얻자 거의 똑같은 것을 다섯 차례나 그렸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는 자신의 아이콘이 된 〈절규〉를 여러 번 세상에 내보냈다. 잭슨 폴록은 컨베이어벨트를 써서 물감을 떨어뜨려야 했다. --- 5장 좋은 작품, 나쁜 작품 거창한 제목은 흔히 쓰는 기만술이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이 제목 붙이는 것을 어려워한다. 잭슨 폴록도 그 방면으로는 빵점이었는데, 두 번째 개인전을 연 화랑 주인이 번호 붙이는 일 좀 그만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제대로 된 제목을 내놓으라는 얘기였다. 폴록은 15분 만에 모든 작품에 제목을 급조해 붙였다. 결국 새 제목들은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파울 클레의 수채화 〈체험의 기억〉도 그런 경우이다. 팔릴 기미가 안 보였는데 〈동양 체험〉으로 제목을 바꾼 뒤 인기가 치솟았다. --- 5장 좋은 작품, 나쁜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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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전시회 도록은 꼭 사야 할까? 한 작품당 관람 시간은? 미술관 관람객들은 왜 소곤거릴까? 현대미술은 왜 이해가 안될까?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은 어떻게 구별할까? 화려한 미술판 이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한 것을 콕콕 짚어주는 친절한 미술책 루브르 미술관 하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다빈치의 〈모나리자〉. 루브르를 방문한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모나리자〉만큼은 꼭 ‘구경’하고 나올 것이다. 집에 돌아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 모나리자 봤다!”고 자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브르 측에서는 주요 작품들만 속성으로 볼 수 있는 단축 코스를 마련해 놓았으며, 특히 〈모나리자〉로 직행할 수 있도록 바닥에 화살표를 표시해 놓았다.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한 작품 앞에 머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조사 결과 20에서 60초라고 한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분명 눈뜨고 조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한두 시간씩 작품들을 보고 나오는 관람객들에게 미술관을 나오기가 무섭게 질문을 해보아도 4분의 1이 기억하는 작품이나 작가가 하나도 없었고, 절반 이상이 넷 이하였다고 한다. 현대미술은 왜 이해가 안될까? 예술에 대한 무지는 비싼 값을 치른다! 요제프 보이스는 “누구나 예술가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피카소는 “애들도 그릴 수 있겠다”는 평론가들의 비판에 이렇게 항변했다. “아이는 누구나 예술가다. 하지만 어른이 아이가 되기는 어렵다.” 현대미술이 왜 난해한지, 그리고 어떤 오해가 끼어들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1969년, 아이용 목욕통에 윤활유와 반창고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요제프 보이스의 엄연한 작품 〈목욕통〉이 전시되고 있었다. 마침 같은 건물에서 독일사회당 지구당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지구당 측은 이 욕조를 얼른 가져다가 청소부 아줌마에게 깨끗이 닦으라고 한 뒤 맥주를 식히는 데 사용했다. 결국 재판이 열렸고, 이 제멋대로 유용자는 8만 마르크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1940년대 말 뉴욕의 한 남자가 아내의 생일을 맞아 별난 선물을 찾고 있었다. 깜짝선물 상점에서 벨벳 수갑을 사듯 이 남자는 250달러라는 헐값에 잭슨 폴록 그림을 구입했다. 화랑 주인은 “추상표현주의 작품이 팔렸다”며 흐뭇해했다. 장난기 어린 화랑 주인의 추천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어쨌든 이 부부는 수십 년 간 이 그림을 참고 견디다가 팔아서 결국 한 재산 챙겼다. 이런 종류의 현대미술에 대한 오해와 무지, 그리고 행운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처럼 도무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미술의 세계다. 현대미술에 던지는 발칙하고 무례한 시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말레비치의 그림을 보고 장기판이라고 하거나 몬드리안의 색면회화를 보고 지도라고 말하지 않는다. 미술 이야기에 끼어들려면 그 이상의 지식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대중매체들은 작품의 배경과 컨셉을 설명하는 친절함 대신 특별전 장사진을 만들기와 경매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품과 맞닥뜨린 일반인들의 마음속에는 많은 의문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디서부터가 예술작품인지는 누가 결정하는가? 예술작품과 공예품, 일상용품, 또는 쓰레기가 나뉘는 지점은 어디인가? 그럴싸한 서명 덕분에, 또는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그래서 예술인가? 함량 미달의 작품과 괜찮은 작품을 구별하는 간편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나름의 취향을 가질 수 있을까? 작가와 화랑, 수집가와 평론가, 그리고 애호가들이 얽혀 있는 화려한 미술판의 이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 책은 익살스런 촌평과 날카로운 비판, 간편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미술 입문서이다. 저자들은 미술 전시회를 찾으라고 권하지 않는다. 또 작품을 사거나 수집하라는 설교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줄일수록 좋다는 것이 저자들의 기본 모토다. 현대미술을 싸잡아 ‘엉터리’라고 밀쳐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로라하는 작가, 화랑에 대한 찬사에 맹목적으로 동승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딜레마를 해결해 준다. 미술사가이면서 작가로도 활동한 바 있는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거창한 이름 앞에서 괜히 주눅들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현대미술로 가는 재미있는 통로를 마련해 준다. 현대미술과 미술판의 전체 구도를 우리 손에 고스란히 쥐어주는 이 책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미술판의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함께 들려준다. 뒤샹은 왜 남성용 변기에 서명을 해서 작품이라고 벽에 기대놓았는지, 크리스 버든은 왜 자기 팔을 쏘았는지, 한때 잘 나가던 미술가가 어떻게 해서 타버린 유성이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에서 첫손에 꼽히는 수집가 찰스 사치는 또 왜 트레이시 에민의 엉클어? 침대를 거금을 주고 구입했는지, 미술관 관장들이 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대중을 끌어들이려고 그토록 안간힘을 쓰는지 등등의 이야기들은 신선함과 함께 폭소까지 선사한다. 미술 전시회,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즐겨라! 이 책에서 저자들은, 전시 오프닝 또는 미술관 관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날 저녁을 상처받지 않고 무사히 넘기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한다. “우리는 미술품을 구입하라거나 수집하라는 설득 따위는 애당초 할 생각이 없다. 차라리 아무것도 사지 말고 미술관 가는 일도 줄여라. 무거운 전시도록을 낑낑대며 들고 다니지도 말라. 보나마나 그렇게 구입한 도록들은 서가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이사 갈 때 짐밖에 되지 않는다. 차라리 그 돈을 아껴두었다가 잘 빠진 자동차나 영화표 사는 데 쓰라. 그리고 명심할 것은, 미술이란 행복, 하느님, 또는 삶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는 사실!” 미술과 미술판의 특성과 감상 태도의 이모저모를 유머러스하고 신랄하게 들려주는 이 책은 시종일관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고 독자를 안심시킨다. 미술에 겁먹고 주눅들 필요도 없고 미술관에 꼭 가야 할 필요도, 미술품을 수집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안심과 위안, 그리고 미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친절한 조언을 담고 있지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러나 미술관에 가지 말라는 저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은 독자는 어쩌면 가까운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