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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두 사내아이의 이야기이다. 단언컨대 그 무엇도 둘을 갈라놓지는 못했으리라. 그들에게 유치한 경쟁심 같은 건 없었다. 둘을 갈라놓은 건 다른 것, 처음부터 도사리고 있던 어떤 것이었지만 그때는 누구도 그걸 짐작할 수 없었다. --- p.11
만도, 내 둘도 없는 친구. 공원 모래밭에서 처음 만나 단짝이 된 이래 나는 뭐든지 그 애와 함께 했다. 완강한 그 애는 한 번 작정한 일은 반드시 했고, 내게도 그러기를 원했다. 그 애는 내 유약함을 가차 없이 지적했고 나는 늘 그 애의 평가가 두려웠다. 용기가 부족할 때마다(그런 일은 수시로 있었다) 나는 그 애한테 기대고 그 애의 힘을 빌렸다. --- p.42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난 걸 알릴 때도(“이 녀석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세상을 떠난 다음 누군가 기억을 더듬어 줄 때도(“그 사람 말이야, 이름이 뭐였더라?”) 언제나 말이 필요하다는 이 개념이 나는 퍽 마음에 들었다. 출생 기록부에 기록된 이름이 우리를 한 여자의 자궁에서 끌어내 이승에 자리 잡게 해 주고, 저승으로 간 후엔 묘비에 새겨져 후손들이 기억하게 해 준다. --- p.53 일기에는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긴 전화 통화, 매주의 외출, 정열적인 발견들, 사랑의 경험과 교령술 모임들까지. 하지만 재판소 서기 같은 정확성과는 뚜렷이 상반되는 사실 한 가지가 내 눈에 들어오리라. 거기에는 방학 캠프 사건이, 그의 스키 사고와 내가 함께 가지 않은 사실이 빠져 있었다. --- pp.6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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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일기에는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 속에 그려진, 너무도 완벽한 우리의 우정.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포르말린 용액에 담긴 박제처럼. 두 소년이 있다. 둘은 어린 시절 몽소 공원의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후, 죽어서도 변치 않을 우정을 약속한다. 고요하고 평온하게 흘러가는 나날들, 만도와 루의 완벽한 우정이 스냅사진처럼 추억의 앨범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스페인 해안의 암벽에서 보냈던 여름, 페르사례즈 묘지에서의 산책, 영국으로 떠난 졸업 여행. 모든 추억에는 ‘함께’라는 단어가 붙었다. 만도와 루는 늘 함께였다. 나무랄 데 없는 그들의 우정에 그림자가 드리운 일은 없다. 하지만 만도가 일기장에 기록하지 않은 사건들, 루가 애써 외면한 의문들이 끝내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 되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곳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그제야 그들은 깨닫는다. 샴쌍둥이와도 같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악연이었음을……. 공쿠르 상, 위조 상 등을 수상한 필립 그랭베르의 신작 소설. 완벽한 우정 이면에 가려진 진실이 당신의 눈을 사로잡는다! 『악연』은 필립 그랭베르가 전작 『비밀』로 공쿠르 상과 위조 상, 프랑스 여성 독자들이 뽑은 문학작품 대상을 수상한 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소설가이자 정신분석가인 그는 작품 속에서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끄집어내어 능숙하게 펼쳐낸다. 그의 작품은 특유의 정밀함과 섬세함, 완성도 높고 날카로운 서스펜스 기법으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두루 받고 있다. 앞선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분신’과 ‘비밀’에 대한 충격적 진실을 다룬 이 책은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선사한다. 인생은 숱한 ‘악연’들로 가득 차 있다. “등 없는 작은 의자가 전부 다리 네 개로 서 있는 건 아니다. 그중엔 다리 세 개로 버티는 것들도 있다. 거기서 다리 하나가 더 없어지면 치명타가 된다.” 소설 속 프시코퐁프 교수의 말은 악연의 개념을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세 다리로 버티는 의자의 다리 하나를 제거하는 사건, 그것이 바로 필립 그랭베르가 정의한 악연이다. 누구보다 비밀을 폭로하는데 능란한 그는 숨 가쁜 전개나 드라마틱한 전환 대신 한결같이 담백한 이야기로 악연의 실체를 섬세하게 파헤친다. 모든 비밀이 드러났을 때, 루에게 달려드는 마지막 물음은 결국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를 물음이기도 하다. “내가 그 애의 악연이었나, 그 애가 나의 악연이었나?” “이 이야기는 ‘나’의 고백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악연』은 전작 『비밀』과 마찬가지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실제로 공원 모래밭에서 만도를 만났고, 소설 속에서 프시코퐁프 교수로 표현되는 라캉에게 매혹되어 그의 세미나에 열심히 참석했다. 그 때문일까. 가슴 깊은 곳에 담아두었다가 기억을 더듬어 풀어낸 루의 고백에는 진실함이 담겨 있다. 독자는 소설이 끝난 후에도 쉽사리 책을 덮지 못할 것이다. 루의 고백과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남긴 여운이 오래도록 가슴속을 맴돌기 때문이다. 해외 추천평 비극 속에서 전복되는 보물찾기 놀이 같은 소설. 독자들의 가슴 한복판을 명중시키는 작품. - 〈마리 끌레르〉 첫머리를 읽는 순간, 독자들은 ‘우정의 왕국’에서 뭔가가 썩어 가는 것을 직감한다. 그 전조들을 찾으면서, 어디서 어떻게 모든 것이 뒤집어질지 자문하면서,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설 속으로 열렬히 빠져 든다. - 〈르 피가로 매거진〉 필립 그랭베르는 가장 깊숙이 들어앉은 죄책감을 속속들이 끄집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악연》은 긴 후회의 이야기이자 보이지 않는 배신들로 황폐화된 우정의 역사이다. 지은이는 정밀하고 충격적인 문체로 ‘처음부터 도사리고 있었던’ 아주 작은 도마뱀을 찾으러 떠난다. - 〈마리안느〉 필립 그랭베르는 이번에도 ‘분신’과 ‘비밀’에 대한 충격적 이야기를 내놓았다. 광기와 고독과 죄책감을 그린 작품. - 〈부아시〉 필립 그랭베르 특유의 정밀함과 섬세함으로 그린 열정적 우정 이야기. 정말로 우리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지은이는 완성도 높고 날카로운 서스펜스 기법으로 열정과 그 열정의 극단을 차분히 이야기한다. - 〈엘〉 『악연』은 마치 사랑처럼 질투와 독점욕과 불균형으로 얼룩진 두 소년의 비극적 우정을 침착하게 그려냈다. ……비극의 정체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드러난다. ……≪악연≫은 ‘비밀’과 ‘입 밖으로 내어지지 않은 말’의 무게를 짊어진 작품이다. 필립 그랭베르의 책들은 잘난 척하지 않는 문체, 차라리 겸손함에 가까운 거리감이 매력이다. 전작 ≪비밀≫에서처럼 이번에도 그는 거리감을 갖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과거의 상처를 싸맨 붕대를 걷어낸다. - 〈리브르 엡도〉 ‘두 사내아이의 이야?’를 구성하는 뼈대는 이번에도 ‘분신’이라는 테마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단순하게, 몽소 공원의 모래밭 위에서 시작된다. 비극이란 애초 주의를 끌지 않은 채 자라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카인과 아벨 류의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를 읽기 위해서는 다른 식으로 눈을 떠야 한다. 이 소설은 자신의 ‘유령들’과 대면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자 사랑보다 몇 갑절 탐욕스럽고 강력할 수도 있는, ‘절대성’ 위에 세워진 우정의 이야기이다. - 〈누벨 옵세르바퇴르〉 지은이의 말처럼 이 이야기에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보다 훨씬 잔혹한 ‘광기’라는 정부情婦가 등장할 뿐. 두 사내아이와 광기의 삼각관계를 그린 소설. - 〈피가로 마담〉 정신분석가이자 소설가 필립 그랭베르의 놀라운 소설. 이 감동적인 소설은 독자를 당황하게 만들고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 〈카르푸르 데 사부아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