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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
새 집
늙은 개의 죽음
목장과 숲
평원
새를 찾는 모험
부에노스아이레스
압제자의 몰락과 그 후
포플러스의 이웃들
가장 가까운 영국인 이웃
얼룩말 교배자
버려진 집의 우두머리
팜파스의 원로들
비둘기집
뱀과 아이
뱀의 수수께끼
소년의 애니미즘
새로 온 가정교사
형들
습지의 새
새 사냥
유년기의 끝
잃은 것과 얻은 것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고, 전문적인 과학 지식과 인문적 사유가 조화된 번역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 전문 번역가로 인정받고 있다. 케빈 켈리,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포티, 제임스 왓슨 등 저명한 과학자의 대표작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과학의 현재적 흐름을 발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과학 전문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스커빌가의 개와 추리 좀 하는 친구들』,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제2의 기계 시대』, 『인간 본성에 대하여』,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늦깎이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고, 전문적인 과학 지식과 인문적 사유가 조화된 번역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 전문 번역가로 인정받고 있다. 케빈 켈리,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포티, 제임스 왓슨 등 저명한 과학자의 대표작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과학의 현재적 흐름을 발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과학 전문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스커빌가의 개와 추리 좀 하는 친구들』,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제2의 기계 시대』, 『인간 본성에 대하여』,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등이 있다. 『만들어진 신』으로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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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17쪽 | 63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6820716

책 속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저녁식사 때 이런 초라한 옷차림의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기쁨이자 신나는 일이었다.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놓인 긴 식탁 측면의 우리 자리에 앉아, 우리는 아버지의 엄숙한 시선에 새로운 손님이 쩔쩔매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슬쩍슬쩍 눈치를 보면서 앞뒤 안 맞는 대화를 이어가려 애쓰는 손님들의 말을 듣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킥킥대는 소리가 약간이라도 들리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무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손님이 가난하고 촌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보일수록 어머니는 그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더 신경을 썼다. 그리고 가끔 나중에 어머니는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자신은 웃을 수가 없었다고 말이다. 어머니는 그 불쌍한 손님이 우리와 식사를 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고향에서는 그의 어머니가 방랑길에서 그에게 친절을 베풀어 줄 누군가를 만나기를 기도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p.307

이렇게 여섯 명의 아내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이웃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까? 걱정거리가 있거나 상처나 어떤 희귀한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돈 에바리스또를 찾아가 조언과 도움을 구했고, 그의 방식대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병에 걸려 죽을 때가 된 사람도 유서를 대필해 달라고 돈 에바리스또를 찾아왔다. …… 특히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흔히 걸리는 위험한 질환인 대상포진에 대한 그의 치료방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었다. 이 병은 단독(丹毒)처럼 몸 한가운데서 발진이 나서 완전한 띠를 형성할 때까지 허리 주위로 확대되어 간다. “띠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면 내가 치료할 수 있어.” 돈 에바리스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는 사람을 강으로 보내 적당한 크기의 두꺼비를 잡아오게 한 뒤, 환자의 옷을 벗기고 펜으로 발진이 난 부위 안에 당당한 필체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같은 글자를 써넣곤 했다. 글자를 쓴 뒤 그는 두꺼비를 손에 쥐고 발진이 난 부위에 부드럽게 문질러댔다. 그러면 두꺼비는 이런 치료방법에 화가 나는지 거의 터질 듯이 부풀어올라 우둘투둘한 피부로부터 독성이 있는 유액을 분비하곤 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환자는 깨끗이 나았다! 그와 같은 인물이 한 명이 아니라 여섯 명의 아내를 갖는 편이 즐겁다고 한다면,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은 타당하고 옳은 일이었다. 여섯 명의 아내를 가졌다고 해서 그가 나쁘다거나, 현명하지 못하다거나, 신앙심이 없는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182


그 끔찍해 보이는 생물[에스꾸에르소]은 보통의 진짜 두꺼비들을 산 채로 삼키는 두꺼비였다. 마치 그것은 킹코브라가 독이 있든 없든 다른 뱀들을 삼키고, 독 없는 커다란 뱀인 마르티니크의 크리보가 맹독성의 삼각머리 독사를 죽여 삼키는 식이었다. …… 나는 그 겨울 호수만큼 이 생물이 우글거리는 곳을 보지 못했다. …… 그것들의 노랫소리는 처음에는 깊고 거칠고 화난 듯이 길게 끄는 소리였지만, 날이 갈수록 쉰 소리가 줄어드는 대신 더욱 크고 점점 끈질기고 더 멀리까지 울려퍼지는 소리가 되었다. …… 어느날 밤 침대에 누워 그들의 다양한 변주를 듣고 있었을 때, 사냥을 좋아했던 형이 내일 여물통을 끌고 호수로 가서 그것을 타고 저 혐오스러운 생물을 투창으로 잡자고 제안했다. 불가능한 계획은 아니었다. 그것들은 이맘때면 수면 위에서 헤엄을 치거나 떠 있곤 했고, 보트에서 보면 호수 바닥의 녹색 풀밭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형은 그 당시 고대역사를 다룬 책을 읽고 있었고 사람들이 일대일로 싸우는 옛날 전쟁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그는 당분간 장총과 권총에서 손을 뗀 채 활과 화살, 창, 방패, 도끼, 투창 같은 고대 무기를 제작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투창은 소나무로 만든 길이 2미터 정도의 막대기 끝에 길이 15센티미터쯤 되는 날카롭게 간 칼날을 단 것이었다. 그는 틀림없이 그것을 만들어 달라고 목수에게 뇌물을 주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그런 가공할 무기까지는 필요 없었다. 우리가 돈 아나스따시오의 사납고 힘센 돼지를 잡으러 간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형의 명령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난폭하고 호전적인 상상 속에서 그 두꺼비처럼 생긴 생물들은 우리와 대적하고 있는 정복하고 전멸시켜야 할 적대적인 종족의 전사들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무기로 무장을 해야 했다. …… 마침내 한겨울의 짧은 해가 저물자, 우리 모두는 몸이 굳고 추위와 배고픔을 느꼈다. 우리의 사령관은 야만적인 적들의 살육자 노릇과 함께 호수의 혈전을 그만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흠뻑 젖은 옷과 철벅거리는 신발을 걸친 채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너무 피곤해서 그렇게 먹고 싶어했던 연어요리가 식탁에 올라왔는지 관심조차 없었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식탁에 앉아 음식과 차를 마시는 일에도 시큰둥했다. …… 추위에 떨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우리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소리! 그 장엄한 밤의 합창이 평소와 똑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그 위대한 살육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적들을 전멸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그들은 위대한 승리를 자축하며 열광하는 것 같았다. 특히 깊고 거친 소리들 위로 오르간 소리처럼 높이 울려 퍼지는 지도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때는.

--- p.176

출판사 리뷰

사라져 가는 모든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
이 책은 『암흑의 핵심』의 저자 조셉 콘래드가 극찬해 마지 않았고, 그와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영국의 소설가이자 조류학자인 윌리엄 헨리 허드슨(William Henry Hudson, 1841~1922)의 유·소년기가 담긴 자전 소설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뛰어난 관찰력과 풍부한 묘사로 자연과의 교감을 담은 허드슨의 작품들은 1920년대와 30년대 서구에서 전개된 ‘자연으로의 복귀’ 운동의 촉진제가 될 정도로 서구 지식인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바 있으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일본에서는 그의 주요 작품들이 이미 1930년대에 이와나미 문고로 출판되었고, 지금까지 계속 쇄를 거듭하며 독자들을 찾고 있다).

성장소설이자 자연소설인 이 책은 허드슨이 죽기 7년 전, 그의 나이 70세 때 쓰여지기 시작했다. 그는 물론 이전의 소설들(『아름다운 초원』, 『수정시대』, 『녹색 장원』 등)에서 자신의 팜파스 이야기를 부분부분 풀어내 왔고, 어린 시절 팜파스에서 관찰한 새들의 생태와 습성을 조류학자로서 쓴 자연사 에세이(『라플라타의 자연주의자』, 『멸종된 영국의 새들』, 『런던의 새』, 『팜파스 이야기』 등)에 녹여낸 바 있었다. 하지만 몹시 앓던 어느날 불현듯 안개 속에 감쳐줘 여기저기 조금씩 드러날 뿐이던 과거의 기억이 하나의 전망처럼 온전히 눈에 들어왔고, 자신의 정신상태를 의심하면서 그는 병상에서 그 기억들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이 책의 초고가 되었다.

이 책에는 허드슨이 세네 살이던 아주 어릴 적부터 방황하는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16세 때까지, 팜파스에서 그가 보고 사랑하고 함께한 새들과 다른 동물들, 그리고 가우초(스페인·포르투칼인과 남미 원주민의 혼혈로, 팜파스 지역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사람들)와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5그루의 옴부나무가 줄지어 있는 아르헨티나 대평원의 오래된 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롬바르디아 포플러 숲과 습지, 비스카차(토끼처럼 생긴 설치류), 아르마딜로(몸이 딱딱한 등딱지로 덮여져 있는 쥐처럼 생긴 포유류), 뱀, 그리고 무엇보다 허드슨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딱새, 잉꼬, 도요새, 새매, 푸른 따오기, 홍학 등 온갖 새들을 만난 모험과 더불어 팜파스의 이웃들의 삶으로 잔잔하게 흘러가고, 저자가 자연에 대해 가진 독특한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로 맺어진다.

이 책에는 광활한 대평원의 자연에 대한 묘사, 종이 다른 새 하나하나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 마치 톰 소여처럼 엉뚱하면서도 아이다운 모험,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어우러져 있다. 아르헨티나의 한여름인 12월과 1월에 불어오는 남서풍 빰뻬로가 2~3미터 길이로 대평원 가득 자라 있는 거대 엉겅퀴들을 한순간에 쓸어버리는 광경이나 노란 초록빛 되새가 수천 마리나 숲에 모여 앉아 마치 폭포가 떨어지듯 합창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는 지금 그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선명하며, 원주민들이 에스꾸에르소라고 부르는 커다란 두꺼비처럼 생긴 생물을 잡으러 형과 함께 ‘전투’를 준비하고 나서는 모습이나 아버지가 좋아하는 분홍넙적부리 오리를 단 한 발의 총알로 잡아 수십 발의 총알을 쏘고도 평범한 오리나 몇 마리 잡아올 형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생각을 하며 식구들 몰래 무거운 총을 들고 늪지로 향하는 모습에서는 아이다운 천진스러움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또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며 고행의 길을 걷던 어느 은둔자의 이야기나 자신의 존엄을 잃지 않고 필요한 먹거리를 요구하며 구걸하던 도도한 거지, 전설적인 싸움꾼 가우초 바실리오 바르보사, 여섯 명의 아내와 한 집에서 어울려 살며 온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가우초 원로 돈 에바리스또, 오로지 희귀한 색의 얼룩 무늬가 있는 말을 교배하는 데 온 정성을 쏟았던 돈 그레고리오 간다라, 가르치는 일에 도무지 흥미가 없고 아이들을 싫어하기까지 했던 가정교사 트리그, 수학과 역사를 좋아하며 늘 동생들을 모험으로 이끌었던 둘째 형 등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잔잔한 웃음과 함께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

그리고 「소년의 애니미즘」이라는 장에서 말하듯 자연과의 교감이 그에게 불러일으킨 형용할 수 없는 충만함과 행복감, 이웃뿐만 아니라 대평원을 오가는 방랑자나 여행객들을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그의 어머니,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잘 아는 것은 아이들이라는 소신으로 교육했던 아버지, 만나기만 하면 죽여야 하는 것으로 배웠던 뱀도 살려두어야 할 생명임을 알려준 이웃집 여인, 삶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 양치기 개 캐사르의 죽음 등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어린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해 가면서 겪는 정신적 변화 과정이 섬세하게 드러나 있다.

허드슨은 청년기에 영국으로 이주한 뒤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 대한 자신의 예민한 감수성을 감지했고, 어머니로부터 받은 종교적 교육과 다윈의 『종의 기원』 사이에서 엄청난 방황을 하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모두 풀어놓은 뒤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이 세상과 인생이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즐겁거나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고, 마지막까지 평정을 유지하면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그들이 제대로 살아본 적도 없고, 그들이 그렇게 부족하다고 보는 세상이나 그 속의 어떤 것도 명확하게 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풀잎조차도 말이다. …… 자연을 벗삼으면서 경험했던 기쁨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사라지고 없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복한 추억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 행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 오랫동안 자연과 단절된 채 병들고 비참하게 친구도 없이 지내야 했던 그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도 나는 항상 느낄 수 있었다.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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