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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 붉은 메뚜기
1면 : 냉동사탕 1면에 등장한 괴담들에 대한 ‘개략적인’ 주석 |
Ot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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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할 것인가? 열어볼 것인가?
나는 갈색 과자상자가 내게 던진 그 질문에 두려워하면서도 전율했다. 그때까지 철부지 계집에 지나지 않던 내가 바로 그 순간, 그 질문을 접함으로써 비로소 이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세계는 하나가 아니었다. 이 세상은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이성의 세계, 상자 바깥에 있는 질서와 합리의 세계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둠의 세계, 상자 안쪽에 있는 혼돈과 몽환의 세계였다. 이대로 상자를 열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이성의 세계에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자를 열게 되면 그 안에 갇혀있던 어둠이 바깥세계를 침식해 버리리라. 그 안에 잠들어 있는 붉은 메뚜기를 꺼내는 순간, 나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갈색 과자상자는, 그리고 그 안에 갇혀있는 붉은 메뚜기는, 내게 그런 세상의 참모습을 이해하게끔 해줬다. --- p.19 아내가 본 것은 붉게 물든 카펫과 나뒹구는 고깃덩이였다. 아들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한 쪽 팔은 소파 위에, 다른 쪽 팔은 텔레비전 위에 있었다. 양쪽 다리는 식탁 아래에 있었고, 몸통은 욕조에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아들의 머리는 육면체의 선물상자에 담겨져 있었다. 선물상자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달려 있었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합니다.” --- p.34 사각, 사각, 사사삭. 수저로 팥빙수를 파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것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간신히 두 번째 발자국을 뗐을 때, 그것은 이미 손가락을 바깥으로 꺼내고 있었다. 다시 나온 손가락에는, 시퍼런 구슬 같은 물체가 들려 있었다. 눈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심각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감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것을 살폈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상자의 뚜껑을 열고는 그 안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입안에서 뿌득거리는 소리가 한 차례 들렸다. 짠 맛이 입안에 퍼졌다. 악문 이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모양이었다. 그 뜨겁고 짠 액체 덕분에 내 육신은 비로소 원래의 온도를 되찾았다. 나는 허겁지겁 그것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이미 그것은 내게서 한참 멀어진 곳에 있었다. 마지막 순간, 그것이 나를 봤다. 눈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칼칼칼, 칼칼칼칼. 쇠가 부딪히는 것 같은 웃음 사이로, 그것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아있다.” --- p.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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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얄의 추천』오트슨 작가가 풀어내는 매혹적인 한국의 도시전설!
『괴담갑 1면』은 디앤씨미디어 이타카가 기획한「한국 정통 괴담문학 프로젝트」, 新괴담문학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한국 라이트노벨 브랜드「시드노벨」에서『미얄의 추천』으로 데뷔하여 폭발적 반응을 얻은 인기 작가 오트슨. 그로테스크함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그만의 필치가 한국의 도시전설과 만난 『괴담갑』은, 그야말로 매혹적인 악몽과도 같은 귀기어린 작품이다!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상자를 여는 순간, ‘괴담’은 살아난다! 『괴담갑』. 그것은 살아있는 괴담의 이야기이며, 괴담에 생명을 부여하는 상자의 명칭이기도 하다. 괴담갑의 제조법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비밀스럽게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해바라기 무늬의 눈동자를 가진’ 어떤 인물에 의해 그 비의가 퍼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음에 언급하는 괴담갑의 제조법은 간단하나, 이것은 극히 위험한 주술이므로 절대로 섣불리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 두어야 한다. “괴담갑이란 괴담들로 만들어진 상자를 뜻한다. 이 상자는 소유한 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고 전해진다. 정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소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약식으로 만드는 방법도 존재한다. 그 방법과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여섯 장의 종이, 그리고 여섯 명의 이야기꾼을 준비한다. 이야기꾼은 각각 한 장씩의 종이에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기록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다른 이야기꾼이 무슨 이야기를 적는지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점을 어기면 그 이야기꾼은 저주를 받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가 적힌 종이 여섯 장이 준비되면, 그것을 이어 붙여서 육면체의 상자로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뚜껑을 덮기 전에 그 안에 제물이 될 물건을 집어넣는다. 제물이 소중한 것이면 소중한 것일수록 괴담갑의 신통력은 상승한다. 안에 제물을 넣었으면 마지막 여섯 번째 종이를 뚜껑으로 삼아 상자를 덮는다. 그리고 이를 단단히 밀봉한다. 여섯 개의 괴담. 하나의 제물. 이로써 괴담갑은 완성된다. 이 상자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유자에게 행복과 행운을 약속한다. 실제로 소유하고 있으면 그것이 지닌 신통한 능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절대로 밀봉한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괴담갑의 본질은 여섯 개의 무서운 이야기로 하나의 제물을 저주하는 데에 있다. 여섯 개의 무서운 이야기 모두를 알 수 있는 것은 그 안의 제물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만일 소유자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버리면, 안에 갇혀 있던 저주가 현실에 출현하고 만다. 여섯 개의 무서운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 버리고 만다는 뜻이다.” “실수로라도 상자를 열어버린 자에게, 여섯 개의 괴담을 더 무섭게 만들라. 괴담을 없앨 수 있는 것은, 더욱 무서운 괴담뿐이다!” 『괴담갑 1면』은 ‘마녀선생’이라 불리는 초등학교 여고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스로 ‘영하의 인간’임을 자각하는 그녀는 비이성적인 ‘열기’로 가득한 아이들을 다루기 위해 ‘괴담’을 지어 들려준다. 그녀는 괴담을 들은 아이들의 열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끼지만, 아이이면서도 ‘영하의 인간’인 여학생 양수정은 마녀선생의 기만을 꿰뚫어보고 냉소한다. 그러던 중 양수정이 갑자기 원인 불명의 중태에 빠지고, 양수정의 친구 임영만이 마녀선생에게 말한다. 양수정은 마녀선생의 괴담 ‘냉동사탕’에 등장하는 할머니에게 영혼을 빼앗겼다고……. ‘괴담갑’에 의해 살아나 현실을 침범하는 ‘냉동사탕’ 괴담. 누가, 어째서 ‘괴담갑’을 만들었을까? 괴담을 죽일 수 있는 것은 더욱 무서운 괴담뿐! 살아있는 괴담보다 더욱 무서운 괴담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