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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괜찮아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늘 퍼주고 살아야 했던 그녀를 위해... 용돈을 주세요. 항상 참고 살아야 했던 그를 위해... 난장판을 벌여주세요. 모든 걸 책임지며 살아온 그녀를 위해... 이름을 불러주세요. 외로움을 참아야 했던 그녀를 위해... 꼭 안아주세요. 앞만 보고 달려온 그를 위해... 함께 놀아주세요. 가꾸는 법을 배우지 못한 그녀를 위해... 옷을 사 주세요. 홀로 떠 있는 스타, 그녀를 위해... 침묵을 선물하세요. 5분 만에 밥을 먹는 그를 위해... 식도락을 가르쳐주세요. 억세게 생색내는 그녀를 위해... 쓸데없는 책을 사 주세요. 슬리퍼로 살아가는 그를 위해... 함께 산책해주세요. 사랑의 손길을 두려워하는 그녀를 위해... 마사지를 해주세요. 언제나 스마일인 그녀를 위해... 존경한다고 말해주세요. 쉽게 화내는 그를 위해... 속아주세요. 지독한 개인주의자인 그녀를 위해... 편지를 보내주세요. 고독한 아버지와 아들을 위해... 사과주스를 만들어 주세요. 다이어트에 목 맨 그녀를 위해... 꽃게 살을 발라 주세요. 까탈 대마왕인 그를 위해... 박수를 쳐주세요. 천하장사인 그녀를 위해... 맥가이버가 돼주세요.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를 위해...이벤트를 선물하세요. 자꾸 직장을 옮겨 다니는 그를 위해... 먹을 것을 나눠주세요. 파견업무 전문이 된 그를 위해... “No!”라고 대신 외쳐주세요. 음치가 되어버린 그를 위해... 화랑 순례를 해주세요. 엄격한 수도사 같은 그녀를 위해... 액션 영화를 함께 봐주세요. 에필로그 - 착한 아이 콤플렉스 그들을 위한 마음의 마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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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장 노릇을 하는 그녀로부터 10만 원의 용돈으로 보호자의 자리를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보호하고 싶습니다’라는 당신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집니다. 용돈을 받는 순간 그녀도 깨달을 것입니다. 자신이 아주 오랜 시간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것을, 늘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 살면서 몹시도 피로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직 보호받아 마땅한 나이에 스스로 보호자가 되었다면, 그렇게 산 세월이 길었다면 그녀는 분명 마음속에 아주 많은 생채기를 안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재정적 지원을 받는 가족들, 그녀의 경제적 보호 아래 있는 주변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어렵고,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았던 그녀의 상처들은 그러나 반드시 밖으로 나와 숨을 쉬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녀 자신이 그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용돈은 그녀로 하여금 자기 상처를 바라보게 하는 첫 번째 스위치가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치료도 시작될 것입니다.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플 때 지켜주겠습니다. 당신이 쓰러져도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게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동안, 혼자 애썼습니다.’ 천만 원을 버는 그녀에게 10만 원의 용돈이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 〈늘 퍼주고 살아야 했던 그녀를 위해... 용돈을 주세요〉 중에서. 외모를 가꾸는 일에 흥미가 없고 소질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은 어딘가 아픈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누구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알아가고 채워가는 것이 인생이니 말입니다. 그녀에게 옷을 사주는 것은 새 옷을 입으라는 것이 아니라 새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보라는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거울 앞으로 그녀를 초대하여 스스로를 보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도와주고 챙겨야 할 다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가꾸고 돌봐야 할 자기 자신도 있다는 것을…… 아홉 살, 햇살 좋은 어느 가을 오후에 했어야 할 공주 놀이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입니다. “거울을 들여다봐. 예쁜 네가 보일 거야.” --- 〈가꾸는 법을 배우지 못한 그녀를 위해... 옷을 사주세요〉 중에서 남편은 그녀보다 유능한 구석이 없는 사람이었고, 인격적으로도 나을 게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냥 그녀를 무시했습니다. 자기는 한국 사람이고, 그녀는 중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자기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으로 잘난 척을 했고 그녀의 어눌한 말을 비웃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치 그렇게 예정이 되었던 것처럼 그녀는 이혼을 했습니다. 이혼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서 있는데 그냥 소변이 죽 흘러내리더라구요.” 30대에 느닷없이 요실금이 찾아올 만큼 그녀의 정신적 충격은 컸다고 합니다.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에게 맡겨진 유일한 가족인 딸을 위해 그녀는 미치도록 삶에 매달렸습니다. “그냥 웃었어요. 웃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거든요. 정말 일부러 소리를 내며 웃어요. 지금도 힘든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해요.” 이혼 후 그녀는 미용사 자격증을 땄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돈을 모아 딸과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집도 장만했습니다. 그녀는 다른 누구보다 새로운 미용 기술을 배우는 데 열심입니다. 사람들의 외모를 가꿔주고, 그래서 손님들이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서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녀의 삶은 외롭고 고단합니다. 그래도 소리 내서 웃는 것으로 행복을 초대할 만큼 지혜롭고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런 그녀를 여전히 아프게 하는 것은 남편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 〈언제나 스마일인 그녀를 위해... 존경한다고 말해주세요〉 중에서 사랑에 대해 착각을 한 것은 그녀의 잘못이고, 사랑에 대해 포기를 한 것은 그녀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필요한 때에 체온을 나눠받지 못하고, 스킨십에 대해 훈련받지 못한 것은 그녀의 잘못이나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버려진 아기들은 유달리 면역력이 약해서 감기에도 잘 걸리고, 잘못하면 폐렴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스킨십이 부족한 것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태어나서 엄마와 나누는 충분한 스킨십이 없으면 면역력도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녀에겐 사랑에 대한 기초적인 면역력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스무 살이 되고, 성년식을 치른다고 모두가 모든 분야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그녀가 사람 사이에 오가는 체온에 대해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 최소한의 공평일지도 모릅니다. --- 〈사랑의 손길을 두려워하는 그녀를 위해... 마사지를 해주세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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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보다 감동적인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
정신없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살아내기 위해 살다보면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병약한 부모를 위해, 어린 동생들을 위해, 자기만 믿고 살아가는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그렇게 살다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대한민국에는 유난히 많다. ‘소년소녀가장’, ‘개천표 용’이라는 꼬리표를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하는 그들은 더 이상 소녀가 아니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도 더 이상 개천이 아니지만 그네들의 가슴 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가장으로 살고 있는 소녀가 존재하고, 승천을 통해 개천을 황금 연못으로 바꿔야 하는 숙명의 이무기가 존재한다. 고아 같은 심정으로 살면서 고아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 아픈 것을 모르거나 아프다고 말할 줄 모르는 사람들. 하루를 끝내고 자리에 누울 때면 그저 눈 뜨지 않고 가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자명종이 울리면 어김없이 일어나 일터로 달려가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흔히 만날 수 있고,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딱히 없고, 제도적으로 이들을 보호할 장치를 만들 수도 없다고 여긴다. 누구도 이 사람들을 구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김희재 작가는 이런 사람들에게 상처를 조금만 밖으로 꺼내라는 말을 건네기 위해 펜을 들었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조금의 온기는 더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는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이번에 출간된 에세이 「그래 괜찮아 미안해」다. 이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말 못할 상처 한두 개씩은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더욱 나의 모습 같고, 친구 또는 동료의 이야기 같아 더욱 가슴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할 수 있는 일상 속 처방전은 스스로를 위한 선물이 되기도 하고, 주위 사람을 돌보는 의사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와 감동이란 게 어떤 건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그래 괜찮아 미안해」일 것이다. 이해와 공감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이야기꾼 김희재 작가는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시나리오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공공의 적〉 〈실미도〉 등 웅장하고 화려한 스케일 속에서도 잃지 않던 ‘사람의 냄새’는 그녀가 쓰는 책들 속에서도 진하게 느껴진다. 전작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를 통해서는 부모 세대와의 공감을 이야기했고 이번 『그래 괜찮아 미안해』에서는 거울 속 자신, 친구, 이웃 등과의 소통, 교감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스크린 속 배우들을 통해 보여주던 것들과는 달리 하얀 종이 위의 까만 글자들을 통해 보여주는 색다른 매력은 그녀가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이기 이전에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며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꾼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