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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학자의 6.25
양장
강인숙
에피파니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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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950년대의 연대기 ? 6.25에서 휴전 전후까지

Ⅰ 6.25 이야기

1. 그날 우리는 이사를 했다
* 강변으로 가는 길 …… 1950년 6월 25일
* 공중전
* 근대국
* 밤에 온 손님
2. 내 머리속의 분당리는 …… 6월 28일-7월 초순
* 정체 모를 폭발음
* 유엔군의 참전 소식
* 한강 건너기 곡예
* 남의 밭의 수박
* 정자리 전투
* 같은 말을 쓰는 적군
* 그때 내가 본 분당리는
* 그날 원효로의 플라타너스
3. 등화관제의 계절 …… 6월 25일-9월 28일
* 그 여름의 무더위
* 불타는 도시
4. 석 달마다 바뀌던 애국가
* 사흘 만에 국적이 달라지다
* 사람 숨기기
* 부역자의 그늘

Ⅱ 1.4 후퇴 …… 1951년 1월 3일-22일 서울~군산

1. 피난행로
* 한강을 걸어서 건너다 …… 1951년 1월 3일
* 디아스포라 …… 1951년 1월 4일
* 먼저 간 자들의 수난
* 소한 날 …… 1951년 1월 5일
* 오가吾可의 밤
* 피죽 한 수레
* 홍성 3제
- 질서의 의미
- 어느 이산가족의 만남
- 핸드카
* 인해전술 산조散調

Ⅲ 임시 수도 부산의 풍물지

1. 부산 점묘點描
* 비로도 치마
* 서민호 사건 …… 1952년 5월
* 마리안 앤더슨 …… 1952년 여름
* 신라의 달밤 …… 1952년 추석
* 화폐개혁 …… 1953년 2월
* 피난 보따리의 우선순위
2. 「향수동」(소설)

Ⅳ 나의 프레시맨 시절 …… 1952년

1. 구덕산 캠퍼스
* 길고 긴 방학
* 산기슭의 천막교실
2. 남녀 공학 ― 파랄렐 풀레이
3. 바다

Ⅴ 나의 동숭동 시절 …… 1953년 10월-1956년 3월

1. 하숙집의 6.25
2. 동숭동 캠퍼스
* 캠퍼스의 흐슨한 분위기
* 무슈와 마드모아젤
* 아르바이트
3. 캠퍼스 커플
* 긴 방학의 의미
* 장난감 놀이
* 50년대식 사랑법
* 글 쓰는 사람과의 동행
* 오오! 계절이여, 성이여!

Ⅵ 동숭동 시절의 문리대

1. 국문과
* 우리들의 사설 도서관-정병욱 선생님
* 서구적인 외모의 신사-전광용 선생님
* 패기 있는 산악인-이숭녕 선생님
* 두시언해杜詩諺解와 양주동 선생님
* 일석一石 선생님 댁 세찬상
2. 불문과
3. 영문과

에필로그 흙으로 집을 짓다

저자 소개 1

건국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현재 영인문학관 관장이다. 1933년 함경남도 갑산에서 출생, 경기여자 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 건국대학교 교수와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저서로 논문집 『자연주의 문학론 Ⅰ, Ⅱ』 『일본 모더니즘 소설 연구』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도시와 모성』 등이 있으며, 문화기행집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이집트 문화기행』 『시칠리아에서 본 그리스』, 자전적 에세이 『글로 지은 집』 『만남』 『나는 글과 오래 논다』 『성안
건국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현재 영인문학관 관장이다. 1933년 함경남도 갑산에서 출생, 경기여자 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 건국대학교 교수와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저서로 논문집 『자연주의 문학론 Ⅰ, Ⅱ』 『일본 모더니즘 소설 연구』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도시와 모성』 등이 있으며, 문화기행집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이집트 문화기행』 『시칠리아에서 본 그리스』, 자전적 에세이 『글로 지은 집』 『만남』 『나는 글과 오래 논다』 『성안집 사람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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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19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152*210*30mm
ISBN13
9788955968002

책 속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불가사의했던 것은 멀리 보이는 한강철교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많은 차들이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철교 중간에 있는 어느 한 지점에 다다르면, 약속이나 한 듯이 헤드라이트들이 꺼져 버리는 것이다. 필름이 끊기듯이 깔끔하게 불들이 꺼져 버리고, 또 꺼져 버리고, 또 꺼져 버리고······. 그 남쪽에는 어둠만 있었다. 다리를 반으로 나누어 보면, 오른 쪽에서는 계속 헤드라이트들을 켠 차들이 몰려오고 있고, 불이 꺼지는 지점 왼쪽은 칠흑 같은 어둠에 묻혀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정부가 철수하는지 차량은 계속 밀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헤드라이트들이, 정지선에 이르면, 꺼지고 꺼지고 하는 일이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 어젯밤에 들은 폭발음은 철교가 폭파되는 소리였고, 헤드라이트들이 꺼지고 꺼지고 하는 일을 되풀이 한 것은, 다리가 폭파된 것을 모르고 달려오던 차들이 하나씩 하나씩 한강에 곤두박질을 친 것을 의미했던 것이다. 밤새도록 그 일이 되풀이 되었으니 대체 얼마나 많은 생령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말인가?
---「정체 모를 폭발음」중에서

그들은 함경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5년 만에 들어 보는 순종의 고향 사투리다. 반가워서 말을 걸려는 순간, 나는 그들이 바로 조금 전까지 우리 군대와 죽고 죽이면서 싸운 인민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적군인 것이다. 등골이 서늘해지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위협적이거나 무서워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대부분이 소년병이었기 때문이다. 내 또래의 소년들이 웃통을 벗은 채로 서로 물장난을 하며 세수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물놀이하러 온 고교생들처럼 철이 없어 보였다.
---「같은 말을 쓰는 적군」중에서

신작로에 심어진 버드나무들도 진물을 흘리며 타들어 가는 그 재난의 마을에, 신기하게도 타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이 있었다. 장독대였다. (······)
독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분노였다. 모든 집의 장독들이 분노로 부글부글 끓으면서 항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장독들이 하늘을 향하여 욕설을 퍼붓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대지의 신도 진노하여 울화를 터뜨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그때 내가 본 분당리는」중에서

사흘 만에 국적이 바뀌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인민공화국 백성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미처 이해를 하기도 전에, 마른 하늘에서 벼락처럼 떨어진 전쟁과 직면했다. (······)
그런데도 일상생활은 확실하게 변해갔다. 점령지 매뉴얼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사람들은 허술한 옷을 입기 시작한다. 입술에 바르던 연지를 감추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담을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서가에서 우파적인 주장을 담은 책들을 없앤다. 관복이나 군복을 입고 찍은 아들이나 남편의 사진도 없앤다. 소중히 여기던 것들을 다 버리고 나니, 사람들은 삶을 즐겁게 만들던 모든 것이 다 죄의 범주에 드는 것 같아 암담한 기분이 된다.
---「사흘 만에 국적이 달라지다」중에서

전쟁은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몰염치하게 만들었다. 부역자의 그늘에서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저 살 궁리만 하느라고 그렇게 도움을 받은 사람을 배신했다. 다시 정권이 바뀌었으니 반대편에서 또 그와 비슷한 일이 얼마나 많이 벌어졌겠는가? 석 달마다 통치자가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그렇게 이상한 방법으로 서로 얽혀서, 지옥의 계절을 같이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모두 손이 더러워져 갔다.
---「부역자의 그늘」중에서

강의실 바닥만 땅을 다듬었으니까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앞이 비탈인 곳도 있었다. 돈이 없으니까 학교 부지 전체를 평지로 만들지 못해서, 건물이 들어설 부분만 다져서 지은 강의실들이 산비탈에 간신히 붙어 있었는데, 지형에 따라 방향도 제가끔 달랐다. 강의실 밖비탈에는 표면에 인절미 두께의 진흙이 덮여 있었다. 비가 온 뒤라 걸을 때마다 그것이 신발 바닥에 달라붙었다. 움직일 때마다 다리를 흔들어서 신발에 붙은 진흙을 털어내야 걸음을 뗄 수 있었다.
(······) 털어도 움직일 때마다 또 달라붙는 진흙 바닥은, 비탈진 산기슭에 무리하게 집을 지은 피난학교의 업보였다.
“제기랄! 돈이나 이렇게 달라붙음 좀 좋아!”
배고파 보이는 남학생이 그렇게 한탄을 하자, 신발바닥에 진흙창을 달고 있어 키가 한 치나 커진 여학생들이, 그 경황에도 허리를 잡고 웃어댔다. 나라에서 남학생들에게 병역특혜를 주는 대신 정원을 줄여 놓아서, 그 해에는 여학생 수가 많았다. 국문과에만 여학생이 여섯이나 있었다. 그래서 그 진흙이 깔려 있는 구덕산의 산비탈에서는 여자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산기슭의 천막교실」중에서

1952년에 입학한 우리의 대학생활은 카오스 속에서 시작되었다. 구덕산 기슭에 세워진 가교사는, 항구의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면 강의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천막 건물이었다. 수도도 화장실도 없는 판자촌에서의 가정생활도 엉망이었다. 길마다 양쪽으로 판잣집이 즐비해서 도시의 기능도 정상적이 아니었다. 정부가 수립된 지 2년 만에 전쟁이 터졌으니 정치도 경제도 모두 뒤죽박죽이었다. 그 혼돈의 천지를 카키색이 뒤덮고 있었다.
---「하숙집의 6.25」중에서

대학 새내기 때가 재미있는 것은, 그런 식으로 다듬어지며 커 가는 동급생들의 성장과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데 있다. 남들이 고등학생 티를 벗으며 대학생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구경하는 것은, 자기의 모습을 다듬어 가는 데 도움이 된다. 비상시만 겪으며 살아와서 우리 세대는 스무 살이 되도록 자신에게 맞는 옷차림에 대한 안목을 기를 기회가 없었다. 일제시대는 비상시였고, 해방 후에는 긴 교복시대를 거쳐 왔으니까 대학에 들어와서 비로소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 찾기를 시도해야 한 것이다.

---「긴 방학의 의미」중에서

출판사 리뷰

어느 누구의 삶도 역사 앞에서 특별하지 않다.
모든 이의 삶은 ‘그 자신의 특별함’으로 제각기 역사와 연결된다.

평상시의 사람들의 삶에는 평균치가 있다. 보편적인 삶을 뒷받침 해줄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비상시에는 그것이 없다. 사회는 파편화되고, 질서는 무너지고, 내일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그런 시기에는 인간은 대체로 혼자 서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각자가 자기만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 나는 열세 살에 한탄강 철교를 기어서 건넜다. (···) 나는 그 기간의 나만의 비상시 체험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건 파격적으로 비극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나 겪는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만이 겪는 재난도 역시 아니었다. 나의 경험은, 모든 것을 버리고 남쪽으로 오는 것을 선택한 한 무리의 사람들과 이어져 있었고, 교과서가 없어 국사를 배운 일이 없는 중학생들의 것이었으며, 전시에 사춘기를 맞는 병약하고 예민한 여자아이들과 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접목되어 있었던 것이다. (프롤로그 ‘1950년대의 연대기’ 중에서)


1. ‘나는 열세 살에 한탄강 철교를 기어서 건넜다.’
소녀에서 여성으로 살아낸 1950년대,
무심코 지나쳐 온 6.25의 또 다른 희비극을 섬세하게 복원한다

“우리는 전쟁터의 그 꽃나무들과 비슷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제대로 어른이 되지도 못하여 정신적인 기형아가 되어 버린 아이들.
사춘기를 조기 졸업해서 우리에게는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6.25 회상기에서 보지 못한, 역사적이고 사회사적인 경직된 흐름에서 벗어나 소녀와 여성으로 1950년대를 살아온 저자가 섬세하고 예민하게 난리통 속 사람 냄새나는 삶의 세계를 담은 기록이다. 포탄이 매캐하게 전장을 메우고 총을 멘 국군과 인민군이 대립하는 살풍경이 먼저 연상되는 6.25이지만 결국, 이 또한 사람이 살았던 시대이다. 저자는 1950년대를 살아낸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우리가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6.25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라도와 경상도로 두루 피난을 다니며 자신이 살던 곳과 다른 지역에서 경험한 말씨와 요리법, 의복, 가옥 구조들은 사람이 살았던 이야기 그 자체이다. 사는 모습만이 아니라 피난보따리로 보는 여러 삶들의 우선순위, 치마자락에서 읽는 아낙들의 마음, 부산 구덕산 산기슭에서 처음 겪은 남녀공학 학창 생활 등이 담겨있다.

2. 1950년대 폐허의 시대, 한국 지성사의 토대를 닦은 시대의 스승들과
학문을 향한 생명력이 움트던 서울대 동숭동 문리대에 대한 생생한 회상기

“폐허의 돌더미 위에서 젊음을 맞이한 세대······. (···)
달이나 바람을 노래한 시, 자연의 품에서 유유자적 하는 신선 같은 경지를 읊은 시들은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우리는 하늘에서 불비가 쏟아져 내리는데 도망갈 장소도, 몸을 숨길 동굴도 찾지 못한 폼페이의 주민들이었다.
그래서 절망 속에서 각혈을 하듯이 뱉어지는 절규 같은 시가 아니면 공감을 할 수 없었다.”

피난을 가다가 들른 빈 집에서 ‘책 도적질’을 하며 닥치는 대로 읽고, 등화관제를 피해 어둠 속에서 글을 읽다가 눈을 다 버린 세대, 그들이 1950년대 학생들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급급한 일촉즉발의 시간 속에서도 학문에 목마른 학생들은 손으로 받아 적으며 교재를 만들고 오매불망 책 대여 순번을 기다렸다.
메마른 토양 위에서 지적 여정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캠퍼스의 선생님들은 샘물과 같았다. 한국 지성사에 길이 남는 대학자들이 사제간에 나누었던 깊은 정과 교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둥숭동에서의 에피소드들은 폐허 속에서 우리 학문의 토대를 다지던 모습을 불러 일으킨다.
공부할 거리를 찾아 헤매던 학생들에게 사설 도서관이 되어준 정병욱 선생님부터 현대국어학의 개척자 이숭녕 선생님, 자유로운 천재 양주동 선생님, 『꺼삐딴 리』 전광용 선생님, 불문과의 손우성, 김붕구 선생님, 영문과의 고석구, 이양하 선생님······. 책의 후반부에서는 60여 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거듭 진보해온 한국 지성의 발판이자 시작이었던 흑백사진 속 선생님들을 지금 이 자리로 생생히 모셔온다.

3. ‘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동급생 연인이자 배우자로서
평생을 그의 그늘 속에 살았던 문학평론가이며 영인문학관 관장 강인숙의
사적 고백을 담은 ‘1950년대 한국전쟁과 청춘의 체험적 연대기’

“그는 그날 내게 처음으로 편지를 썼다. “30도의 술에 취하여 이 글을 쓰오”로 시작된 편지는
끝에 가서 ‘작품을 드립니다. 곧 보시고 돌려주십시오‘라는 깍듯한 사무적인 이야기로 맺어지고 있는데도,
웬일인지 무언가 사무치게 절실한 것이 전해져 왔다. 외로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 고독이 그를 내게 접근시켰다. (···)
“그가 마신 두 잔 술에 나는 아직도 취해 있는 것 같다”는 글을 3일 후의 일기에 쓴 생각이 난다.”

강인숙이라는 이름은 그동안 많이 가려졌었다. 자신 스스로도 충줄한 에세이스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국내 대표 문학박물관인 영인문학관 관장을 지내고 있지만 ‘시대의 지성’이라는 남편 이어령이라는 빛나는 태양의 뒤 켠에서 거의 평생을 보냈다. 이 책은 이어령과 서울대 국문과 동급생에서 연인,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로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편의 뒤에 가려져 있던 저자가 지금까지 내놓았던 저서들 중 가장 솔직한 사적 고백을 담은 ‘강인숙 에세이’의 정수이자 6.25 한국 전쟁의 체험적 역사실록이다.

전쟁이 터지던 1950년 6월 25일에 시작하여 휴전 전후까지를 다룬 이 책에서는 한강을 걸어서 건너던 피난길부터 천막학교에서의 학창생활, 부산에서 시작해 동숭동으로 옮겨진 대학시절로 소용돌이 같은 시간을 옮겨가며 기록한 ‘1950년대의 연대기’이자 하늘에서 불비가 쏟아지던 혼돈의 대한민국 ‘비상시’를 지낸 아이가 20여 년 동안 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고도 험한, 하지만 아름답고 따스한 마지막 통과제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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