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타너가의 남매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Robert Walser
로베르트 발저의 다른 상품
|
저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제까지도 여전히 모든 사람들 중에 가장 쓸모없는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하다못해 저는 제가 어지간히 제 삶을 정돈했다고 말해 줄 수 있을 만한 양복 한 벌 몸뚱아리에 걸치지 못했어요. 인생에서 한 특정한 선택을 암시해 보이는 아무것도 당신은 저에게서 보실 수 없죠. 저는 여태 인생의 문 앞에 서 있으면서, 노크하고 또 노크합니다. 하지만 맹렬하지 않게요. 그러고는 제게 빗장을 열어 주고픈 누군가가 오는지 긴장한 채 귀 기울이죠. 그런 빗장은 좀 무겁죠, 그리고 바깥에 서서 두드리는 게 거지라는 느낌이 들면 누가 잘 오려 하지 않고요. 저는 오로지 귀 기울이는 자이자 기다리는 자일 뿐입니다. 그런 자로서 하지만 완성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기다리는 동안 꿈꾸는 걸 익혔거든요.
--- p.414 |
|
지몬은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구직과 실직을 반복하는 젊은이다. 끊임없이 현재와 일상을 탈주하려는 지몬은 삶을 개선해 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책방 점원으로, 변호사 사무실의 업무 보조자로, 중산층 가정의 상주 하인으로, 실업자를 위해 운영되는 필사실의 필사자로, 그의 처지는 점점 더 궁색해진다. 형제자매들의 사정도 크게 나은 것은 아니다. 소설의 결말이 암시하는 바로 보건데 그의 삶은 서서히 몰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지몬은 장황하면서도 유려한 만연체 글과 말로써 당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 임금 노동에 매달리느라 꿈꿀 여가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은 부조리하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삶의 태도만이 마땅해 보이지만 정작 지몬의 삶은 서서히 몰락해 가는 중이다. 책의 배경이 되는 100년 전 청년의 삶에 오늘날 청년의 삶이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로베르트 발저는 초기의 성공과 명망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만년을 보냈다. 『타너가의 남매들』은 그가 청년기에 쓴 첫 장편소실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냉소적이면서도 비판적인 관점이 드러난다. 카프카와 헤세가 그의 열렬한 독자였고, 페터 한트케, 마르틴 발저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무질은 카프카의 <관찰>이 로베르트 발저의 모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