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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불 속|마술|희작삼매|개화의 살인|늪지|게사와 모리토|히나 인형|가을|짝사랑|보은기|한 줌의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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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unosuke Akutagawa,あくたがわ りゅうのすけ,芥川 龍之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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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 개의 청죽을 엮어 그 위에 걸어놓은 목은……. 아아, 그 처참한 피투성이 머리는, 어찌 된 일일까요? 저는 떠들썩한 군중 속에서 창백한 머리를 보자마자 우뚝 서 버렸습니다.
머리는 그자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마카와 진나이의 머리가 아니었습니다. 두툼한 눈썹, 툭 튀어나온 광대, 미간의 칼자국……. 무엇 하나 진나이와 닮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돌연 햇빛과 주변의 군중, 대나무에 걸린 목, 모든 것이 어딘가 먼 세계로 흘러가 버렸나 싶을 정도의 강렬한 놀라움이 덮쳐 왔습니다. 그 머리는 진나이가 아니었습니다. 내 머리였습니다. 20년 전의 나. ……딱 진나이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그 무렵의 나였습니다. ---「보은기」중에서 빛의 안개와도 같은 흐름은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오히려 어지러운 비약 속에 온갖 것을 집어삼키며 팽창하여 그를 덮쳐 온다. 그는 이미 그것의 포로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잊고 흐름의 방향에 따라, 폭풍우와도 같은 기세로 붓을 달렸다. 이때 왕자王者와도 같은 그 눈에 비친 것은 이해利害도 아니고 애증도 아니었다. 하물며 비방과 칭찬에 휘둘리는 마음 따위 진작에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그저 불가사의한 환희였다. 혹은 황홀하고 비장한 감격이었다. 이 감격을 모르는 자에게 어떻게 희작 삼매의 경지를 맛보게 할 수 있으랴. 어떻게 작가의 엄숙한 영혼을 이해시킬 수 있으랴. 지금 여기에서 인생은, 온갖 잔재를 씻고 마치 새로운 광석처럼, 아름답게 작가의 앞에 빛나고 있지 않은가……. ---「희작삼매」중에서 도둑은 끊임없이 교묘하게 이야기했다. ‘몸을 더럽힌 이상 남편과의 사이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런 남편을 따라가느니 내 처가 될 마음은 없는가? 네가 사랑스러워서 이런 엄청난 짓까지 한 것이다.’ ……놈은 대담하게도 이런 말까지 했다. 도둑의 말을 듣고 아내는 몽롱한 얼굴을 들었다. 나는 그때만큼 아름다운 아내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아내는 이렇게 묶인 나를 앞에 두고 도둑놈에게 무슨 답을 했는가? 나는 중유를 떠돌면서도 아내의 대답을 떠올릴 때마다 분노로 타오르지 않은 적이 없다. 아내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그럼, 어디로든 데려가 주세요.’ (긴 침묵) 아내의 죄는 그뿐이 아니다. 그게 다라면 어둠 속에 있는 내가 이토록 괴롭지는 않다. 도둑의 손에 이끌려 덤불 밖으로 나가려던 아내는 홀연 안색을 바꾸더니 나무 아래에 있는 나를 가리켰다. “저 사람을 죽이세요. 저 사람이 살아 있으면 저는 당신과 함께할 수 없어요.” ---「덤불 속」중에서 ‘6월 12일, 혼자서 신토미자로 갔다. 작년 오늘, 내 손에 쓰러진 희생을 생각하면 연극 관람 중에도 회심의 미소가 절로 나오는 것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그곳에서 돌아오는 길, 문득 살인의 동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그 취지를 잃은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아아, 누구를 위해 미쓰무라 교헤이를 죽였는가? 혼다 자작을 위해서? 아키코를 위해서?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해서인가? 답변할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인가?’ ‘7월 ×일, 자작, 아키코와 함께 오늘 저녁 마차를 달려 스미다 강의 유등회를 보러 갔다. 마차 창으로 새어드는 등불에 아키코의 눈동자가 한층 아름답게 보여 옆에 있는 자작의 존재를 잊을 뻔했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다. 마차 안에서 자작이 위통을 호소하자 나는 주머니를 더듬어 환약 상자를 꺼냈다. 그런데 그것이 ‘그 환약’인 것에 깜짝 놀랐다. 나는 왜 오늘 밤 환약을 갖고 있었는가? 우연인가? 절실하게 우연이길 빌었다. 하지만 꼭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개화의 살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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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 네 가지 진실 『덤불 속』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에 빛나는 『라쇼몽』의 원작 『덤불 속』. 한 부부가 여행 중 도적의 꾐에 넘어가 아내는 강간당하고 남편은 살해당한다. 그리고 행방불명이 된 아내. 사건과 관련된 몇 명의 인물과 사건을 밖에서 바라보는 몇 명의 진술로 진실을 엮어보려하지만 엇갈리는 이야기에 진실은 점점 멀어진다. 도둑은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하고, 아내는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하며, 남편은 스스로 자기를 찔렀다고 말한다. 한 사건을 경험하고도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도둑, 아내, 남편의 원혼. 무엇이 사실일까? 아니 사실이 정말 중요할까? 인간 에고이즘의 다양한 모습 첫 번째 선집 『묘한 이야기』가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며 동화 같은 느낌으로 생각거리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 모음이었다면 두 번째 선집 『희작삼매』는 인간 내면에 자리한 다양한 에고이즘의 모습을 그려낸다. 작가를 글 쓰는 기계로 생각하는 출판사 사장(희작삼매), 동생에게 첫사랑을 양보하고 물러서지만 그것이 온전한 희생이라 단언할 수 없는 언니(가을), 욕심을 버리는 것에 대한 고찰(마술), 선한 목적을 위한 살인에서 시작해 스스로를 옭아매버린 한 남자(개화의 살인), 종이 한 장 차이로 달라지는 보은과 복수(보은기), 첫사랑에게서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남자와 그에 못지않은 여자(게사와 모리토)…….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 일본 다이쇼 시대(1912~1926)에 활동한 일본 최고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한 번 이상은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을 읽어봤을 것이다. 활동시기로부터 백여년 후, 그가 이름만으로도 가치 있는 존재가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35세의 나이에 자살하기 전까지 약 1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창작에 매달리며 백여 편의 작품을 써냈다. 생모의 광기로 출생 이후부터 불안함을 절절히 겪은 그는, 이에 대한 극복 의지로 인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멈추지 않았으며 그 결과 늘 온기 가득한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두 번째 선집 『희작삼매』에 실린 총 11개의 단편에서 우리는 흠칫 놀랄 만큼 날카롭게 묘사된 인간의 에고이즘을 맞닥뜨리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숨어있다. 속살의 드러낸 인간의 에고이즘, 한없이 쓸쓸한 삶. 그럼에도 살아내야 할 의미가 있는 우리의 생이 그의 작품 속에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