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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는 삶, 일상의 기록] 부산 출신이라고 하면 수영을 잘 할 줄 알지만 아직 물에 뜨지도 못한다. 물에 뜨려면 먼저 힘을 빼야 한다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먹고 산다는 게 만만하진 않지만 아둥바둥 애쓰지 않는 삶을 꿈꾸며, 같은 꿈을 꾸는 이의 힘 빼는 기술을 먼저 배워보련다. - 문학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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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_ 만다꼬
Part 1 가까이에서 나의 국어 경찰 아버지 친구들은 사회적 정서적 안전망 모험가 고양이의 가출 충고하지 말라는 충고 돈을 갈퀴로 긁는 사람 보답은 릴레이로 힘 빼기의 기술 최고로 좋은 때 연애가 망해도 인생은 남는 것 오른쪽 귀에 연필을 꽂고 쿠판디스 이야기 취미는 절교 내 인생의 첫 고양이 라면과 개똥과 기품 실연의 손익분기점 어머니의 연애 비결 내가 나사 좀 조여봐서 아는데 유 고, 위 해브 어 카 엄마의 전축 사시미 칼 같은 도구 하늘 같은 후배 노랑이 구조 작전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읽은 책 Part 2 먼 곳에서 가만있자, 그 돈이면 나를 남미로 등 떠민 사람들 벨로주 1 벨로주 2 유 선생님 니, 파타고니아 가봤나? 피 묻은 발자국의 정체 린다비스타,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쿠에게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날 관점과 태도 온기 국립 탱고아카데미 아르헨티나의 복화술사 초보자와 전문가 네루다의 검은 섬 인간이 만든 것 우유니의 프란스 양념치킨은 어디에 있는가 악마의목구멍 팬심 해변의 삶 페르난두 때 묻은 발 클라우지우 다비드 서퍼 보이 사막의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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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힘들어하는 이에게 응원의 뜻을 담아 “힘내라!”라고 말한다. 물론 좋은 마음에서지만 차라리 “힘 빼라!”라고 말해주는 게 나을 때도 있다.
--- p.6 ‘만다꼬’ 꿈은 클수록이 아니라 다양할수록 좋다고 믿는다. 나는 자꾸만 삶을 비장하게 만드는 말들이 싫다. 사는 게 힘들기만 한 사람은 인생을 예찬할 수 없다. 나는 완주와 기록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삶을 선물로 여기게 만드는 순간들을 더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다. 만다꼬 다들 그래 뛰가야 됩니꺼? --- p.7 ‘만다꼬’ 게다가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내가 해봤다’는 건 결국 별로 소용없는 일이었다. 후배는 내가 아니며, 그 관계가 나의 경험과는 다르게 전개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래, 이게 바로 꼰대 짓이구나. 내 경험에 비추어 미리 다른 이의 경험을 재단하려는 마음. 후배는 앞으로 마음을 크게 다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또한 자기 선택이고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경험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다. --- p.32 ‘충고 하지 말라는 충고’ 그 집을 나와서 길을 걷다가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토익 시험을 보러 갔던 날을 떠올렸다. 대학교 4학년 때였으니 1999년이다. 일요일이었고 시험장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고등학교였다. 휴일 아침 일찍이었지만 시험이 있어선지 학교 앞 문방구가 열려 있었다. (……) 다들 내민 손에서 그래봤자 500원, 1,000원 정도의 금액을 잇따라 받고 잔돈을 거슬러주느라 분주하던 문방구 아저씨가 흥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유, 돈을 갈퀴로 긁네, 긁어~.” 사람들도 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이 어찌나 유쾌했던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 pp.35~36 ‘돈을 갈퀴로 긁는 사람’ “하나.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사람에게서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 이제 내가 너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 하나, 너도 여행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네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줘.” 그 후로도 나는 수많은 여행지에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때론 작은 보답을 할 수 있었고 감사 편지를 쓴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럴 상황이 못 되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의 빚 따위는 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답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거니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가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면 되니까. 그렇게 해야 따뜻함의 순환이 생겨나는 것이다. --- p.39 ‘보답은 릴레이로’ 힘을 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줄 힘이 처음부터 없으면 모를까, 힘을 줄 수 있는데 그 힘을 빼는 건 말이다. 친구 하나는 “병원 가서 엉덩이에 주사 맞을 때 말야, 간호사가 ‘엉덩이 힘 빼세요’ 하면 엉덩이에 힘을 빼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에 더 힘이 들어가버린다구”라고 말했다. 쓰고 보니 이 말은 그다지 적절한 예시 같지는 않다. 하여간 힘 빼기의 기술은 미묘한 고급 기술이다. --- p.44 ‘힘 빼기의 기술’ 엄마가 무심하지 않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엄마는 언젠가 잔소리하지 않기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적도 있다. 다만 고민 끝에 ‘상수리 이론’에 따라 나를 내버려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상수리 이론’이란 무엇이냐? 그건 내가 친정 엄마의 간섭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 얘기를 했을 때 엄마가 대뜸 한 말에서 비롯한 이론이다. “니 도토리가 왜 동그란지 아나? 상수리나무 밑에선 상수리나무가 못 자란단다. 그래서 엄마 나무에서 떨어지면 되도록 멀리까지 굴러갈라꼬 동그랗게 생깄다 카네.” --- p.48 ‘최고로 좋은 때’ 의미를 찾기엔 완벽하게 허무한 삶에서, 한 존재가 다른 수많은 존재 중에 하필 바로 그 단 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막연히나마 ‘아, 내가 이 사람을 만나려고 이 세상에 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사건이라니, 대단한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종교가 주는 위로에 필적하는 위로다. 누가 종교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전능한 신보다는 무능한 인간들 사이의 사랑을 더 믿어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 pp.51~52 ‘연애가 망해도 인생은 남는 것’ 사랑은 인간에게 닥치는 가장 근사한 이벤트이자 동시에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사랑은 개체에서 전체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해본 자만이 인류를, 나아가서는 전 존재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여기는 바로 그 마음이 결국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불러오는 신비라니. 사랑의 강력한 힘은 그와 나 사이를 경계 짓는 울타리를 부숴버린다. 사랑만이 전면적으로 상대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또 기꺼이 상대를 내 안에 들여앉히는 기회가 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는 넓어진다. 진정한 사랑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유다. --- p.52 ‘연애가 망해도 인생은 남는 것’ 처음 겪는 일들을 파도처럼 맞닥뜨리면서 정신없이 그것을 헤치며 살아오는 동안 내 안에는 파도에 실려 온 모래 같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쌓여왔다. 이제 그 모래 알갱이들은 제법 두툼한 켜를 이루어 웬만한 파도에는 쉽게 휩쓸려버리지 않는다. 익숙함이란 그런 켜 같은 것이고, 그 켜들이 이루는 무늬를 좀 떨어져서 바라보게 될 때 통찰이 생겨나는 듯하다. --- p.81 ‘어머니의 연애 비결’ 모두가 춤추는 공연에서 커다란 DSLR을 들고 우직하게 무대를 찍고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백이면 백 한국 사람이다. 그는 해상도 높은 사진들을 증거물로 제시하며 공연이 참 신나고 좋았다고 말하겠지. 미쳐서 춤추라고 하는 공연 속에 그는 발 한 번 까딱이지 않았음에도. 그건 진실일까? 나라면, 어떤 풍광에, 어떤 음악에, 어떤 감정에 푸욱 뛰어들었다 나와, 아무런 그럴듯한 증거물도 없이 그냥 맥주 한 잔 놓고 침을 튀기며 말하겠다. 그 느낌이 어땠는지, 그 경험이 나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 pp.197~198 ‘국립 탱고아카데미’ “우리는 돈을 버는 법은 모르지만, 인생을 사는 법은 안다. 좋은 날도 지나가고, 나쁜 날도 지나간다. 하루는 지나가는 것이니, 좋게 보내는 게 낫지 않겠는가.” --- p.241 ‘해변의 삶’ |
어떤 목적도 내비치지 않으면서 꼬박꼬박 할 말을 다 하고,
어떤 욕심도 부리지 않으면서 사람을 오래 붙잡아두는 글, 그래서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초현실적 효과를 거두는 글,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싶어 했다. -황현산(《밤이 선생이다》 저자, 문학평론가) 한 번쯤 간절히 말 걸고 싶어지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 아닐까. 이 차분함, 이 의연함, 그 안의 뜨거운 결. 그리고도 정신적인 힘줄. 이 책은 그래서 참 좋다. -이병률(《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저자, 시인) 가훈이나 좌우명이 있으신지? 없다면 다음의 이야기를 한번 참고해보면 어떨까? 여기에 정말 멋진 가훈이자 좌우명이 하나 있다. 바로 ‘만다꼬?’다. ‘만다꼬’라는 말은 ‘뭐하러’, ‘뭐 한다고’, ‘뭘 하려고’ 등에 해당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어린 시절, 김하나 작가는 집의 가훈을 적어 오라는 숙제를 받고 아버지의 지시대로 ‘화목’이라고 적어 갔지만(집의 화목을 가장 자주 깨트리는 아버지가 할 말은 아닌 듯했단다) 시간이 지나 불현 이 ‘만다꼬?’가 우리 집의 진짜 가훈이 아니었나 하는 이야기로 《힘 빼기의 기술》의 포문을 연다. “난 꼭 그 자리에 오르고 말 거야.” “만다꼬?” “우리 회사를 세계 1위 회사로 만들 겁니다!” “만다꼬?” 이처럼 경상도 특유의 살짝 핀잔주는 뉘앙스를 띈 ‘만다꼬’라는 말은 결연한 의지나 기백의 빈 허리를 푹 쑤시는 마력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보면 이 ‘만다꼬?’야말로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질문임을 알 수 있다. 잠시 김하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가족은 이 말을 정말 자주 사용해왔다. 나는 한동안 ‘만다꼬’가 싫었다. 내가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부모님은 여지없이 “만다꼬?”라고 되물었다. (……) 그러나 나이가 더 들어서 독립을 하고 나니 ‘만다꼬’는 인생에 있어 중요한 질문이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또는 사는 게 힘에 부칠 때면 ‘만다꼬?’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왜 이것을 하는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가? 나는 이것을 진정 원하나? 아니면 다들 그렇게 하니까 떠밀려서 하는 건가? 내 안에 내재된 ‘만다꼬?’에 대한 대답을 찾으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보게 되는 거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부분에 쏟고 있던 힘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힘 빼기의 기술》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녀가 펼쳐놓는 이야기들은 늘 우리를 감싸고 있는 속도감이나 허세, 걱정, 치열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이도 있겠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이에게 응원의 뜻을 담아 “힘내라!”라고 말하기보다 차라리 “힘 빼라!”라고 말해주는 게 나을 때도 있지 않은가? 물속에서 수영하다 온몸에 힘이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게는 “힘내라!”라고 하면 안 된다. 그때는 힘을 더 소모하지 말고 온몸에서 힘을 빼 둥둥 떠 있어야 한다. 계속 힘을 내려다간 결국 가라앉는다. 꼭 이 ‘만다꼬’를 적용해보지 않아도 김하나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힘을 뺀 것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레인코트를 입고 산책하는 강아지, 음치 가수의 유쾌한 공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는 설거지에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만다꼬 다들 그래 뛰가야 됩니꺼? 힘을 뺀 것들이 이렇게 완벽한데 말입니다. 설거지나 고양이 구경을 주된 일과로 파자마 차림인 채 하루를 보내나 싶다가도 김하나의 생각은 아주 멀리까지 다녀온다. 인생의 작고 큰 것, 중요하고 사소한 것을 뒤집어 자기식으로 다시 배열한다. 삶의 리듬은 그렇게 약박에서 생겨난다. -황선우(패션 매거진 〈더블유 코리아〉 피처 에디터, 김하나의 동거인) 이 책의 1부는 김하나 작가가 여기저기에 기고하고 틈틈이 작성해두었던 일상 수필로, 2부는 남미 여행을 떠났을 때의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2부 여행기는 휴대전화도 없이 남미로 떠났던 터라 친구,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블로그에 남겼던 기록들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을 뽑았다. 환경이 따라주어 현지에서 편안하게 쓴 글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 속을 부글거려가며 쓴 글도 있고, 숙소의 공용 컴퓨터에서 한글 입력 사이트를 통해 쓴 글도, 친구의 넷북이나 아이팟으로 쓴 것도 있다.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친구,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쓴 글인데도 이토록 성실하게, 심혈을 기울여 방대한 양의 글을 작성한 이유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당시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마감이나 위대한 목적을 갖지 않았던 이야기. 이런 소박한 뜻을 담아 썼기에 그녀의 글들은 늘 선선하고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이것이 바로 힘을 뺀 것의 매력이 아니던가. 위대한 꿈을 품고 있지 않아도 멋이 있는 글과 사람. 그래. 한 번쯤 간절히 말 걸고 싶어지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 아닐까. 이병률 시인이 이 글을 읽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