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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정서
그리고 마음과 정서를 소년과 함께했던 온갖 나무열매와 산새와 작은 짐승들이 자연 속에 가득했다. 「스핑크스의 코」 263쪽, 리영희, 까치 1998 “자연 속에”는 “자연에”로 고치고, “소년少年”은 “사내아이”나 “아이”로 고쳐 줍니다. 마음과 정서를 → 마음을 → 마음과 생각을 → 마음과 느낌을 → 마음과 넋을 → … 사람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감정을 일컬어 “정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낱말책에서 “감정感情”이라는 한자말을 뒤적여 봅니다. 낱말풀이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자말 “감정”은 토박이말로 “마음”이나 “느낌”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정서” 말풀이에 이러한 뜻풀이를 담을 때에 “사람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마음이나 느낌”이 됩니다. 뜻풀이가 겹치기입니다. 아무래도 국어학자 된 분들께서 낱말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피면서 뜻을 달지 못했구나 싶습니다. 한결 꼼꼼히, 더욱 차근차근 헤아렸다면 이와 같은 겹치기 말풀이란 나타나지 않습니다. 말썽거리는 낱말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사람들 말씀씀이에도 이어집니다. 더욱이, 교과서와 언론매체와 숱한 책에 적히는 글로도 뻗어나갑니다. 국어학자부터 스스로 낱말 하나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판인데, 남달리 말과 글에 사랑과 믿음을 쏟지 못하는 여느 사람들은, 또 수많은 지식인들은, 살뜰히 말하고 알뜰히 글쓰려는 매무새를 키우지 못합니다. “마음”과 “느낌”과 “정서”와 “감정”이 어떻게 다르거나 닮았는지를 깨닫지 못합니다. 토박이말과 한자말이 왜 갈리는지를 느끼지 못하고, 우리 삶에서 우리 이웃과 살가이 주고받을 말은 무엇인가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나오니 말이고 쓰니 글인 셈입니다. 곱씹는 말이 못 되고, 헤아리는 글이 못 됩니다. 단단히 여미는 말이 못 되고, 튼튼히 붙잡는 글이 못 됩니다. 우리 넋을 담지 못하는 말이 되고, 우리 얼을 싣지 못하는 글이 됩니다. 낱말책 보기글 고치기 정서情緖: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 - 정서 불안/건전한 정서의 함양/정서가 풍부하다/그는 자연 속에서 체험했던 정서를 시로 읊었다 정서 불안 → 흔들리는 마음/흐트러지는 마음 건전한 정서의 함양 → 싱그러운 마음 가꾸기 정서가 풍부하다 → 마음이 넉넉하다/마음밭이 푸지다 자연 속에서 체험했던 정서 → 자연에서 겪으며 받아들인 느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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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쓰는 겹말 이야기 108가지
‘넓은 광장廣場’, ‘뛰어난 수작秀作’, ‘둥근 원圓’, ‘꾸준히 많이 나가는 베스트셀러’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표현은 모두 겹말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역전驛前 앞’, ‘옥상屋上 위’, ‘남은 여생餘生’ 같은 겹말 말고도 우리가 무심코 쓰는 겹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한자어 + 우리 말(옥상 위), 영어 + 우리 말(hit치다), 영어 + 한자어(pool場) 같은 예처럼, 외래어와의 조합으로 겹말이 마구 넘쳐난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이러한 겹말은 우선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또 언어의 경제성에도 위배되거니와, 말과 글의 품격이 떨어지고, 말, 글이 늘어져 듣는 사람, 읽는 사람한테 피곤함을 줄 뿐이다. 이러한 군더더기 말글은 심지어 글을 전문으로 다루는 작가, 번역자, 출판 편집자, 언론인들까지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흔히 쓰고 있다. 이 책 「사랑하는 글쓰기: 엉뚱하게 잘못 쓰는 겹말 이야기」는, ‘오늘날 이 땅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대로 살피지 않으며 엉뚱하게 잘못 쓰는 겹말’ 이야기를 다루었다. 더불어 지나치게 쓰인 한자말이나 일본 말투, 번역 말투도 바로잡아 준다. 그러나 이 책이 가벼운 한글 바로잡기 책에 그치지는 않는 것은, “우리 말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결같이 마음 기울여야 할 우리 넋과 우리 삶을 함께 아우르고 있다”는 지은이 믿음이 책 곳곳에 새겨져 있는 까닭이다. 해서 이 책 이름은 「사랑하는 글쓰기」이지만, 정작에는 「(삶을) 사랑하는 글쓰기」인 셈이다. 우리 말 길잡이 최종규가 깊이 헤아려 풀어낸 백여덟 가지 엉터리 겹말 이야기는 곧 지은이가 껴안은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머리글에서 “이오덕 선생님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말씀하셨는데, 삶을 가꾸는 글쓰기란 ‘사람을 가꾸는 글쓰기’요 ‘삶을 가꾸는 말하기’이며 ‘사람을 살리는 말하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이름 하나에 얽매이거나 고이거나 사로잡힐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고맙게 받아들이며 내 아프거나 튼튼한 몸뚱이를 반갑게 사랑할 노릇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이웃과 동무와 둘레 사람들 누구나 우리 말글을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꿈꾼다. ‘우리 말 달인’이라거나 ‘우리 말 상식’이라거나 ‘바른 말 고운 말’이라는 울타리에 매이기보다, “서로서로 사랑할 삶과 다 함께 어깨동무할 터전이라는 어여쁜 마음밭을 일구면 보람차지 않느냐”는 지은이의 바람이 담긴 책이다. 하여 「(삶을) 사랑하는 글쓰기」는 올바른 우리 글쓰기에 도움이 되기는 하나, 문장작법을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글쓰기를 통해 우리 삶을 치유하는 책으로 봄이 더 옳고 마땅하다. 누가 읽으면 더 좋을까? 우리 말 이야기를 손쉽게 읽으면서 깊이 헤아리고 싶은 사람, 맞춤법과 띄어쓰기 이야기를 넘어서는 우리 말 이야기를 바라는 사람, 자유로우면서 상상과 창의를 북돋우는 우리 말 이야기를 바라는 사람,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 중고등학교 아이들과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다. 우리 말 지킴이 최종규가 벌이는 최의 전쟁 리영희도 까이고 김근태도 까이고, 박완서도 까이고, 도법 스님도 까이고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의 멸시와 차별에 맞선 김희로의 무기가 엽총이었다면, 우리 글에 대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무관심과 멸시에 맞선 최종규의 무기는 우리 말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다. 이 책 보기글로 희생(?)된 지은이 백여덟 명과의 전투(?)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사실 최의 전쟁은 꽤 오랫동안 외롭게 이어져왔다. 통역, 번역 일을 할 생각으로 우리 말을 깊이 들여다 본 뒤로 우리 말 공부는 꾸준히 이어 왔고, 1994년에 우리 말 동아리를 손수 열고 우리 말 이야기를 썼으며 혼자서 우리 말 소식지를 엮기도 했다. 2001년부터 윤구병 님과 함께 ‘어린이 국어사전’ 엮는 일을 했고, 2003년 가을부터 충주에서 이오덕 님 ‘남은 글 갈무리’를 하며 책으로 묶는 일을 했다. 2007년에 고향 인천으로 돌아와서 ‘사진책 도서관’을 개인도서관으로 열었고, 이해부터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를 내고 있다. 우리 말과 글을 살리는 일은 우리 생각과 마음, 우리 넋과 삶을 살리는 일이라는 믿음과 ‘사랑’이 없으면 지나지 못할 길이었다. 지난 책 「생각하는 글쓰기: 내 마음을 살리는 말 한마디」에 이어 나온 이 책 「사랑하는 글쓰기: 잘못 쓰는 겹말 이야기」에서도, 지은이는 우리나라 사람들 글쓰기에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한자 말투, 번역 말투, 일본 말투인 ‘-적’, ‘것이다’, ‘-의’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몸에 익고 입에 익은 말 버릇, 글 버릇이긴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천천히 바꾸어 나가자고 지은이는 말하며 스스로도 다잡고 있다. 이러한 글쓰기 이야기는 한두 차례 ‘가벼운 건드림’으로 그치지 않으며, 앞으로 지치지 않고 ‘재미나고 반갑게 읽을 우리 말 이야기’가 되도록 권수를 이어나갈 생각이기 때문에, 더욱 남다르면서 우리 모두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 1권 [내 마음을 살리는 말 한 마디]에 이어, 2권은 [잘못 쓰는 겹말 이야기], 더 나아가서는 [얄궂게 쓴 한자말], [얼결에 물든 미국말], [살가운 상말과 고사성어], [한자말 ‘존재’란 무엇인가], [‘化’한테 잡아먹힌 말], [묶음표에 갇힌 한자말] 들을 차곡차곡 이으면서, 우리가 우리 나라에서 살아가면서 글을 쓰고 말을 할 때, “어떻게 생각을 하고, 우리 생각을 어떻게 담아내면 좋을까” 하는 실마리를 풀어나갈 참이다. “불꽃 튀는 세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자면 한자도 배우고 영어도 배워야 한다고들 이야기하는데, 한자도 배우고 영어도 배워야 한다고 외칠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쓸 말을 알맞고 올바르고 살갑고 아름다이 익히고 가다듬고 보듬어야” 한다는 글쓴이 생각이 올곧게 바깥으로 드러나 더욱 귀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