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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살인의 그림, 살인자의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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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 베첼리오가 그린 「카인과 아벨」이라는 그림이 있다. 근육질의 두 사내가 뒤엉켜 싸우고 있는데, 한 사람은 몽둥이를 들고 있고, 그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다른 사람은 쓰러져 있다. 몽둥이를 든 사내는 그 싸움의 상황을 압도하며 힘과 폭력의 미학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사내가 몽둥이를 다시 내려치려는 찰나이기에, 그림을 보는 이들은 곧 벌어질 파괴에 대한 무의식적인 아픔을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이미 4000년 전에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은 그야말로 하찮은 일 때문에 형이 사랑하는 동생을 죽인 끔찍한 사건이었다. 또한 인류 최초의 살인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 p.23 ('제1부_살인의 그림, 살인자의 그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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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별 두려움 없이 해골을 몸에 지니고 다니기까지 했다. 무시무시한 ‘죽음의 사자’가 한낱 ‘생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변한 것이다. 사람들은 바니타스를 항상 몸에 간직하고 다니려고 문신으로 새겼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시대에서 죽음에 순응하는 시대가 되었으며, 이제 문신으로 바니타스를 몸에 걸치고 다님으로써 자신의 용맹을 드러내고 타인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처럼 바니타스는 시체가 전부 부패하고 남은 골격에서 두개골만을 선택적으로 그리거나 조각한 작품이다. ‘죽음’을 중심에 두는 바니타스를 만들면서 굳이 두개골만을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은, 어쩌면 죽음 위에 군림하기 위해 죽음마저도 참수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이 아닐까.
--- pp.141~142 ('제2부_참수를 그린 그림, 그림을 통한 참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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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명화에 깃들여진 인간의 원초적 범죄 심리
선인, 악인을 막론하고 인간은 누구나 무의식중에 범죄 충동을 일으키는 야누스를 품고 있는데,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처럼 그것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발현되기도 하고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원초적 범죄 심리가 위대한 상상력의 프리즘을 통과하면 아름다운 명화로 거듭난다.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간, 혹은 타인에 의해 죽음에 직면하게 된 인간의 솔직한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된 명화가 오래도록 칭송받는 이유는, 내면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야누스를 비춰주는 명경(明鏡)이기 때문이다. 아찔한 범죄의 순간을 포착한 명화들은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야누스의 양면적인 본성을 경고한다. 『미술과 범죄』에서는 명화 속에 펼쳐지는 성서, 신화, 역사의 대표적인 살인 사건뿐만 아니라 고가의 미술품을 둘러싼 범죄까지, 그림 속에 은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무의식적인 범죄 충동을 추적한다. 법의학자, 명화를 해부하여 미술 범죄의 모든 것을 밝히다 미술 범죄란 미술과 관련된 모든 범죄들을 말한다. 『미술과 범죄』에서는 성서·신화·역사 속의 살인·참수·독살 현장을 그린 작품뿐만 아니라 화가가 실제로 저지른 흉악한 범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림, 도난이나 예술파괴행위의 표적이 되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그림 들을 중심으로, 미술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범죄들을 법의학적인 관점으로 고찰해 본다. 이중자화상으로 스스로를 참수시킨 카라바조_카라바조는 단 한 점의 초상화도 남기지 않은 화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카라바조는 여러 그림들에 등장하는 살인자 혹은 살해당한 자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바꿔치기했다. 특히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의 머리통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그린 「다윗」에서는 청년 카라바조와 중년 카라바조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청년 카라바조는 다윗으로, 중년 카라바조는 골리앗으로 분하여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카라바조가 죄 많고 타락한 카라바조를 살해함으로써,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자의 깊은 참회가 엿보인다. 또 다른 죄악에 지나지 않는 십자가형_예수가 당한 십자가형은 유사 이래 가장 잔혹한 사형 방법이다. 형벌로서의 사형이라면 죄인이 최대한 고통을 덜고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죄인에게 가장 길고 극심한 고통을 주는 십자가형은 죄악의 발로일 뿐이다. 예수의 십자가형을 그린 종교화들을 보면 십자가형이 얼마나 무자비한 극형인지 알 수 있다.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그리스도 책형」에는 극심한 통증으로 손가락에 경련이 일어나고 줄무늬처럼 일어서 있는 발가락의 인대들을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림을 통한 무의식적인 참수_‘베로니카의 성안포(예수의 얼굴이 새겨진 수건)’나 ‘가면’처럼 몸통과 분리되어 머리만 나타나 있는 작품에서는 무의식적인 참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예수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베로니카가 피땀으로 흥건한 예수의 얼굴을 자신의 수건으로 닦아주자 그 수건에 예수의 얼굴만 선명하게 새겨졌다고 한다.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면 화가’로 유명한 제임스 앙소르는 자신의 예술관을 이해해 주지 않는 세상 사람들에게 가면을 씌워 무의식적인 참수 의지를 생생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다양한 이유로 도둑맞는 그림들_예술품은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도 높고, 한 점 한 점이 유일무이한 희소성을 지니기 때문에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그에 따라 예술품이 개인적 취향에 따른 소유욕의 대상,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 일확천금의 기회로 악용되기도 한다. 도난 그림은 대체로 크기가 작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림이 작을수록 운반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럼 점에서 그림 경매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팔린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나, 30여 점밖에 남아 있지 않은 얀 베르메르의 그림 등은 언제나 그림 도둑들의 단골 표적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