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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이 도시의 서정적인 고아들을 위하여 1. 백화점 가질 수 없는 건 더 아름다워야 한다 나의 첫 외투는 어머니의 보자기에서 나왔다 스카프는 외로운 목덜미를 어루만져줘야 한다 드디어 나도 내 맘에 꼭 드는 트렌치코트를 샀다 나는 본질적으로 커트 머리를 사랑한다 2. 주방 결국,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 먹는 일이다 심장은 따스한 국수를 먹고 자란다 디저트는 유년의 선물이다 벌컥벌컥, 이 얼마나 탁월한 삶의 방식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육식동물이어서 행복했다 3. 아지트 개와 살 것인가, 고양이와 살 것인가? 소심함은 나의 천성적인 기질이 됐다 땀에 젖은 어린아이의 주먹에서 나는 버터와 캐러멜 냄새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나의 영혼의 집은, 바로 그 우물가이다 4. 특별한 장소 비행기는 깃털 구름 속을 날아간다 공항, Hello와 Goodbye의 세계 오늘도 우리는 결혼식의 하객, 장례식의 조객으로 머문다 아름답게 살아 숨쉬는 한옥이 돌아왔다 실례지만, 아파트 사세요? 5. 거리 매해 새롭게 피는 꽃은 사람을 얼마나 순진하게 만드는가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드라마틱한 1년을 보낸 뒤, 나는 광화문을 떠났다 운동화를 신고 거리로 나서자 세상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청담동에서는 누구나 익사이팅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 어떤 인생을 살라고 우리는 이 도시에 놓여졌을까 6. 영화관 톰 크루즈의 엉덩이는 80년대 남자의 자부심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행복하게 산 예술가의 사생활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터틀넥을 입은 남자에게선 모던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나이 드는 것을 슬퍼하지 않는 여자는 젊음을 시기하지도 않는다 7. 카페 애교야말로 사랑의 고급 기술이다 쿨은 영원불멸의 형용사다 본능이란 무엇인가 실수투성이의 여행자가 있어 삶이란 여행은 다채로워진다 "좋아, 하지만 너무 바빠"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20대와 30대, 우리는 함께 긴 줄을 잡고 있다 추천사_장윤주 나는 왜 이 도시에 남겨졌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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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도시에서 숨죽이며 울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습니다. 외로운 자들은 소리에 민감합니다. 자신이 이미 하나의 공명통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나처럼 헤매고 다니셨군요. 도시는 밖에 있고, 부유의 슬픔은 늘 내 속에서 살아갑니다. --- 「프롤로그 '이 도시의 서정적인 고아들을 위하여'」 중에서
여행길에 기차역에 잠시 정차할 때나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는 베이스캠프를 찾듯 누들바를 찾는다. 다양한 인종들이 높은 테이블에 앉아 동시에 후루룩거리며 국수를 먹고 있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퐁듀나 햄버거 푸아그라나 소시지가 아니라 달그락 후루룩 짭짭 꿀꺽 소리를 내며 국수를 먹고 있을 땐, 우리 모두 입으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 같다. 국수 가닥 위에서 우리의 삶은 한 줄의 하이쿠 같다. --- 「심장은 따스한 국수를 먹고 자란다」 중에서 부드러운 봄밤, 노란 고양이의 보드라운 발바닥을 만지작거리며 한강의 불빛을 바라볼 때면 가끔은 굳은 발바닥으로 둥지가 있는 파주까지 머나먼 길을 씩씩하게 달려갔던 나의 개의 시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아, 그때는 그랬었지. 그렇게 자꾸만 무릎으로 파고드는 개의 체온이 참으로 따스했었지. 하지만 고양이의 시간도 나쁘지 않아.'--- 「개와 살 것인가, 고양이와 살 것인가?」 중에서 내가 세상으로 나가자 세상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두 팔을 흔들며 씩씩하게 걸어다니는 나를 발견한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턱시도 재킷에 트레이닝 팬츠, 빅 선글라스, 나이키 배낭, 생수병…… 저렇게 입고 청담동을 초스피드로 누비는 저 여자가 누구지? 하고 봤더니, 너였어. 반갑다." --- 「운동화를 신고 거리로 나서자 세상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중에서 촌스럽지만 가끔은 유원지 벚나무 아래서 돗자리를 펴놓고 김밥을 먹던 일이 생각난다. 일본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서는 벚나무 아래 한 평짜리 돗자리 펼 자리를 잡기 위해 밤새 꿋꿋하게 나무를 지키는 말단 사원의 일화가 나온다. 그렇게 꽃 피는 나무 아래 서면 인생 뭐 별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봄이 오면 꽃나무 아래 자리 하나 펴는 것, 인간의 생에서 그보다 더 벅찬 습관이 무엇일까? --- 「매해 새롭게 피는 꽃은 사람을 얼마나 순진하게 만드는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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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배우들」의 김기자─ 김지수
화려한 패션쇼 스테이지 아래에서 삶의 모든 순간들을 환영하는 법을 연습해온 10년의 일기장 환상적이고 잔혹한 도시에서 서정적으로 살아가기 이 도시 어디선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외로운 마음들에게 "우리 모두가 다 어쩌면 이 도시의 서정적인 고아들"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도시 속에서 홀로 외로워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많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도시의 유목민으로 끊임없이 부유하며 청춘을 지냈다. 그리고 무언가를 좇아 힘겹게 삼십 대를 살아낸 이제야, 잔혹한 일상 속에 숨어 있던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았다. 이 책은 자신 앞에 놓여진 삶의 순간들을 환영하는 연습의 기록이다. 삶에 쫓기며 이 도시에 홀로 '남겨진 이유'를 찾고 있는가? 그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당신에게 속 깊은 대화를 청한다. 따스한 국수 한 그릇, 유행을 타지 않는 벙어리장갑을 닮은 이 책으로. 씩씩하게, 삶의 모든 순간들을 환영하는 연습 「여배우들」의 김기자, 『보그』 피처 디렉터, '문장의 배우' 김지수. 대도시 서울에서 태어났고, 패션지 『보그』에서 10년째 에디터를 지낸 그녀는 누구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아온 도시인이다. 우뚝 솟은 빌딩 안에서 책상 위 우편물처럼 쌓인 일 더미에 치여가며, 입버릇처럼 "너무 바빠"라고 말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운동화를 신고 거리로 나와 이 도시를 씩씩하게 걸으며 삶의 천연덕스러움과 마주하게 된다. 신호 대기에 걸린 차에 있던 친구가 그녀를 보고 경적을 울려 인사하고, 갤러리에서 작품을 걸고 있던 사진작가와 우연히 만나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길 가다가 만난 사람들과 서서 대화를 나누는 일이 잦아졌고, 숨어 있는 맛집이나 골목 안 선술집에도 불쑥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생겨난 변화와 깨달음. "나는 삶이 여행처럼 느껴졌고, 내가 다니는 길에서 무슨 일이 생길까 호기심이 차올랐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길을 묻고,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타인의 도움과 친절'로 살아간다는 관계의 이치를 체득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위안이 이 도시에 '남겨진' 이유이다 그녀는 특유의 섬세함으로 이 도시의 숨겨진 다정함,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있었던 아름다움을 발견해낸다. 그녀의 문장으로 다시 만나는 도시 속에서 독자들 역시 스스로에게 건네고 싶었던 꿈과 위로의 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백화점, 주방, 아지트, 특별한 장소, 거리, 영화관, 카페' 도시를 대표하는 공간들로 이루어진 7개의 장은 각각 패션, 음식, 장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국,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 먹는 일이다' '개와 살 것인가, 고양이와 살 것인가' '실수투성이의 여행자가 있어 삶이란 여행은 다채로워진다' 등 저자의 경험과 사색을 바탕으로 도시의 안팎을 유연하게 오가며 발견한 깨달음과 질문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찾은 멀리 있지 않은 행복과 위안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그 길을 함께하는 지도가 될 것이다. 저자의 말 여러분께 이 도시의 따스한 국수 한 그릇, 달콤한 디저트 한 접시를 권합니다. 영원히 유행을 타지 않는 벙어리장갑 한 켤레, 스카프 한 장도 매드리지요. 귀여운 할머니와 착한 아버지, 충직한 개와 고양이도 소개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과 내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면 참 다행이겠습니다. - 김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