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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정치 발간에 부쳐
역사 역사화에 대한 인식과 전망 - 서용선의 노산군 일기 전쟁과 신화 전쟁과 신화 그리고 역사 War and Myth, History, on Suh Yongsan's Paintings 도시경계 왜곡과 대비의 지적 상징성 An Intellectual Symbolism by Means of Distortion And Contrast in the Recent Works of Suh Yongsan 시선의 정치학 Politics of Gaze : People, Cities and Scens 치유 서용선의' 철암 그리기 ' 사유와 치유의 사회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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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인문학적 화가, 서용선
서용선은 우리 화단에서 미술로 인문학의 정신을 표현하는 대표적 작가다. 그는 예리한 눈으로 역사와 현실 속에서 작품의 주제와 소재를 찾아내 관객 앞에 내놓는다. 왜곡된 역사 속에서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단종의 비극을 기억하게 하고, 각박한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지하철역의 인간 군상들을 그려내는가 하면 자본의 힘 앞에서 무력하게 스러져간 탄광촌 주민들의 삶에 다가간다. 과거의 아픈 역사는 물론 현재의 병든 현실을 애써 감추거나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막연한 상상과 공상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기록, 관찰과 조사로 확보한 사실적 지식, 현장에서 얻은 체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삼되 기억과 회상을 동원한다. 그것은 역사적·현재적 상처를 직접 대면하고 거기서 확인한 상처와 현실을 고스란히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내면과 무의식 속에 또아리 틀고 있는 깊은 상처를 온전히 감쌀 수 있고 제대로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2009년 ‘올해의 작가’ 서용선 작가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통 민속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뻘겋고 퍼런(‘빨갛고 파란’이 아닌) 오방색을 선명하게 대비시킨다. 강렬한 원색을 격렬하게 충돌시킴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단박에 집중시킨다. 여기에 원시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굵고 거친 붓 터치로 인물과 공간과 배경을 묘사하되 투박한 구성으로 표현주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용선의 이런 작품을 한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예쁘장하게 포장한 그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애잔한 슬픔과 가슴 저 깊은 곳을 건드리는 진정성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작가가 오랜 세월 인간과 역사와 문명을 천착해 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작품의 밑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20년 동안 후학을 가르쳐 오다 2008년 작품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을 과감히 포기한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역사, 인간, 상처, 치유란 키워드를 일관되게 작품 속에 담아온 서용선의 예술적 진정성과 독특한 개념과 독창적인 화법이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미술학자가 파헤친 ‘인문학적’ 그림의 세계 이번에 출간된 시선의 정치_서용선의 작품 세계는 서용선의 작품 세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서울대 정영목 교수의 평론을 정리한 것이다. 작가와 정 교수의 첫 만남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숙명여자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서울대학교로 출강하던 정 교수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에 재직 중이던 작가의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1991년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 서용선 개인전 서문을 쓰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 책은 꾸준한 연마와 노력을 통해 거장의 문턱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서용선 작가가 그동안 발표해온 작품을 주제별, 시기별로 구분해 작품 세계와 주제의식이 어떻게 변화 발전해왔는지 5편의 평론과 대표작 도판을 통해 집중 조명한다. 제목에 담긴 시선의 정치는 화가의 시선은 어떤 의미로든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정치성이야말로 서용선이란 작가가 견지하고 있는 일관된 주제의식임을 암시한다. 이 책에서 정영목 교수는 “서용선의 작품에는 인간의 실존적 삶에 관한 철학적, 역사적 명제를 회화로 표출하려는 젊은 지성의 힘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표피적 감성과 피상적인 개념의 남발, 격한 감성과 관념의 맹종, 또는 판에 박힌 한국적 정서 등을 부추기는 우리 화단의 흐름과는 달리 서용선은 화가로서의 인문적 태도와 지적 진지성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용선-정영목 두 사람의 협업으로 출간되는 이 책은 때마침 서울문화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견작가 작품집 지원 공모작에도 선정돼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았다. 역사 서용선의 작품은 기존의 ‘역사화’처럼 우리가 공통적으로 기억할 만한 과거의 사건을 회상한다는 점에서 기념적 요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판이하다. 과거 왕조에 얽힌 정치적 사건이나 군사적인 행위, 특히 전투의 승리 장면 등을 기록·기념하거나 정권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역사란 끊임없이 당대의 시대정신에 의해 비판받으며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는 역사화라는 기존 장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역사의 장면 중에서 특히 ‘단종의 비극적인 죽음’에 집중한다. 그동안 은폐 혹은 왜곡된 역사의 파편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는 역사에서 탈주체가 되어버린 단종을 다시 기억해내면서 “복합적인 사건의 상황을 하나쟀 화면에 집약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분할된 화면에 나열식으로 열거해놓는 방법(continuous narration)”(본문 36쪽)으로 일련의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 이렇듯 진정한 역사의식을 그가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문학과 언어로는 쉽게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쟁과 신화 서용선은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전쟁화’에 관심을 가졌다. 전쟁화 역시 ‘역사화’의 범주에서 살필 수 있는데 그 중심에는 늘 ‘인간’이 있다. 그의 화폭에는 거의 대부분 사람이 등장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큰 줄기가 흐르고 있다는 증거다. 남북한 군사들이 군복을 입고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경계-휴전선]을 보고 있자면, 동족상잔의 비극을 여실히, 아프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정영목 교수는 이렇게 평가한다. 서용선의 작품 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삶에 관한 철학적, 역사적 명제를 회화로 표출해보려는 젊은 지성의 힘”과 “화가로서의 인문적 태도와 지적 진지성”(본문 135쪽)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 경계 서용선은 역사 속 인물은 물론이고,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동시대인들에게도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메마르고 삭막한 도시 속에서 일상에 치여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그려낸다.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왜곡하지도 않은 우리의 모습은 어딘가 쓸쓸하고 스산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서용선다운 붓터치’ 덕분에 우리는 진정성을 담은 ‘인간’의 모습과 담담하게 만날 수 있다. 서용선의 작품은 탄탄하게 구조화된 화면 구성을 토대로 삼되 강렬한 색채를 통해 시각적인 긴장감을 전해준다. 화면의 배경인 지하철, 건물, 상점 등은 두드러진 그리드와 다양한 원색들의 조합으로 눈길을 끈다. 여기서 그리드의 표현은 차가움과 냉정함 그리고 기계적인 느낌을 보여준다. 또한 원색은 팽창해가는 물질문명의 화려함을 표현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화면 속 원색의 강렬한 느낌은 화려한 듯 보이지만 보는 이에게 예기치 않은 불안한 시각적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서로가 서로에게 소외되고 단절된 도심 속 인물들의 인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낸다.그가 제시하는 세상 곳곳의 역사와 현장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가 바라본 도시 속의 사람들, 지하철 그리고 건축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함께한 사람들의 표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의 작품은 역사 속에서 세상 사람들이 만드는 여러 종류의 풍경이기에 그 속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따라서 그 메시지가 구체적인 정치성을 띠지 않는다 하더라도 보는 사람의 시선을 그곳에 머물게 하는 힘이 있다. 그의 시선은 건축물, 교통수단 등 도시인의 일상이 펼쳐진 현장에 닿아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의 지하철과 독일 분단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에는 도시의 역사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도시인들이 함께한다. 서용선이 묘사하는 인물들은 도심에서 개개인의 기호와 정체성이 상실되어 익명화된 사람들의 생기 없는 모습으로 비친다. 그 속에서는 타인과 나누는 시선의 교차도, 타인과의 미세한 정서적 교감도 감지하기 어렵다. 수많은 대중이 각각의 정체성과 개성이 획일화되어가는 도시의 모습을 암시하는 것이다. 치유 서용선은 아무리 하찮은 일을 하고 누추한 삶을 살아도 인간의 영혼은 늘 존귀하고 삶은 소중하며 존중받아 마땅한 것임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2001년부터 뜻 맞는 선후배와 함께 강원도 태백 철암의 폐광촌을 무대로 ‘철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를 통해 작가 스스로 자연스레 이 버림받은 폐광촌에 녹아들어, “사회/문화적 기능의 일환으로 미술이 갖는 치유의 힘”(본문 73쪽)을 발휘해보고자 하는 노력을 펼쳤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 현대사에서 스스로 소멸될 수밖에 없는 탄광 사회와 그 주변에 얽힌 부조리와 아픔의 시공간을 같이 사유하고, 사회학으로서의 미술이 그들에게 어떤 미래로 다가갈지를 함께 고민”(본문 226쪽)하게 되는 것이다. 평론집 출간과 동시에 서용선 개인전 [시선의 정치]도 오픈!! 학고재갤러리, 2011년 3월 9일(수)부터 4월 10일(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서용선의 개인전 ‘시선의 정치’에서는 이방인으로서 바라본 서구의 도시를 본격적으로 조망한다. 단종, 한국전쟁, 중국 신화, 도시 풍경 등 인간과 역사, 우리 주변의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던 기존의 작업에서 ‘외부’로 시야를 넓힌 셈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한 서용선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급속한 변화를 겪어온 도시와 도시인의 면면을 지켜보았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 도시 연작들을 통해 자신의 주제 의식과 세상에 대한 그의 입장을 드러낸다. 이전의 도시 연작이 서울의 산업화 과정을 담고 있었다면, 지금 그의 시선이 닿는 영역은 서구 도심 속 역사의 현장과 이방인들의 삶으로 확대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해외의 대도시들을 방문, 거주하며 바라본 도시의 유형과 인간 군상의 모습,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다양한 양태와 보편적인 속성 등을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