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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새롭게 읽는 우리 인문학의 역사- 인문학박물관 ‘우리 인문학의 역사 교실’ 1기를 마감하며 (인문학박물관 학예실장 강성원) 1강 이중환, 《택리지》(1751) - 한국적 이상향을 추구한 인문지리서(강사: 양보경) 2강 안확, 《조선문명사》(1923) - 민족사와 문명사 그리고 정체성 찾기(강사: 류시현) 3강 이여성,김세용, 《숫자조선연구》(1931) - 식민지와 통계의 내밀한 관계 분석(강사: 서호철) 4강 이만규, 《조선교육사》(1947) - 한국교육사의 고전, 민족교육사의 고전(강사: 정미량) 5강 박열, 《신조선혁명론》(1948) - 혁명과 사랑, 그리고 아나키즘(강사: 오제연) 6강 신남철, 《역사철학》(1948) - 한국 최초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의 현실인식과 각오(강사: 김재현) 7강 김동석, 《뿌르조아의 인간상》(1949) - 상아탑의 인간상, 혹은 지식인의 운명(강사: 손정수) 8강 백남운, 《쏘련인상》(1950) - 당대 지식인의 대소 인식(강사: 이상호) 9강 배성룡, 《농민독본》(1953) - 농민민주주의의 실현, 농민의 단결과 각성을 촉구하다(강사: 김기승) 10강 김태오, 《미학개론》(1955) - 대한민국 건립 초 서구 미학사상의 유입(강사: 진중권) 11강 홍기문, 《조선신화연구》(1964) - 조선신화의 정체성 찾기(강사: 오세정) 12장 이종하, 《우리 민중의 노동사》(2001) - 민중이 주체인 역사(강사: 김원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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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고전’이라고 할 만한 인문서가 있습니까?”
‘우리 인문학의 싹을 틔운 최초의 고전’ 선정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 인문학박물관의 첫 번째 결실, 우리 인문고전 12선에 보내는 인문학자들의 격찬, 《인문학의 싹- 오늘의 한국 인문학을 있게 한 인문고전 12선》(인물과사상사) 출간! 우리에게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 서적이나 인문학 강의를 통해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좇는 과정에서 무미건조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을 깨닫는다. 혹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접목, 광고와 인문학의 접목처럼 인문학적 상상력을 이용해 타인의 마음을 읽고 상품에 대중성을 가미해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얻기도 한다. 이처럼 인문학의 효용성에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는 지금, 인문학 그 자체를 이루고 있는 것에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인문학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한 에너지원 같은 것이 아니다.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남긴 문화의 흔적들을 탐구하여 인간의 본질을 밝히고 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의 미래를 좀 더 살 만하게 가꾸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인문학 응용하는 데, 또는 인문학을 실생활에 더욱 쓸모 있게 이용하는 데 앞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인문학의 시작’을 이해하는 일이다. 《인문학의 싹- 오늘의 한국 인문학을 있게 한 인문고전 12선》은 국토와 이념의 분단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토양에서 싹을 틔워 서구의 사상사만큼이나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가지를 뻗어온 우리 인문학의 성장과정을 거꾸로 추적해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인문고전’들을 소개한다. 이 인문고전들은 우리 인문학의 역사를 정리하고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인문학박물관에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엄선한 것으로, 남한의 인문학과 북한의 인문학을 통합해 ‘우리의 사상사’로 재탄생시켰다. 인문학박물관의 강성원 학예실장은 이 책들의 의의를 “흐트러진 삶의 중심을 관통해 들어간 인문적 사유의 파편들을 담고 있다. 글들이 보여주는 생각의 이런저런 맥락들은 공식적인 학계나 문화계에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새벽 강의 푸르름으로 우리 국학의 저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리, 문명, 노동, 문학, 철학, 통계, 신화, 교육 등 우리 인문학의 거의 전 분야를 대표하는 고전들을 텍스트로 삼아 인문학박물관에서 대중강연을 벌인 12명의 인문학자들조차 “아, 우리 지성사에도 큰 흐름이 있었구나!”(본문 190쪽) 하고 놀랄 만큼 이 고전 목록은 역사적 개연성과 인문학적 깊이를 지닌다. 특히 일제에 저항하면서 ‘모든 것의 수치화?계랑화’와 같은 근대적 사고의 발달이 더욱 가속화되었던 역사(《숫자조선연구》)나 해방기 이념의 혼재로 등장한 아나키즘의 유행과 한국화(《신조선혁명론》), 분단 이후 분명한 대응점을 갖게 된 남북의 정치사상(《쏘련인상》) 등을 논의하는 고전들은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본질을 꿰뚫는 것으로, 우리가 오늘날 이 자리에 있기까지의 연원과 그 기반이 되었던 사상의 변천을 환히 보여준다. 또한 분단 시기 일본을 통해 유입된 서구사상의 영향 아래 한국 최초라 할 수 있는 철학사상가들이 탄생(《역사철학》, 《미학개론》)했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그 선구자적인 시각에 대한 감탄을 자아냄과 동시에 당대 지식인의 비통한 현실인식을 드러내 민족의 고통을 공감하게 한다. 각각의 책들은 겉으로는 전혀 다른 주제인 것 같지만 결국 나와 너, 개인과 민족의 삶을 이해하고 포용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하나의 지향점을 공유한다. 《인문학의 싹- 오늘의 한국 인문학을 있게 한 인문고전 12선》은 이 같은 우리의 인문고전이 담고 있는 본래의 가르침을 훼손하지 않도록 여러 인문학자들의 자문을 얻어 완성한 책이다. 그리고 고전이 주는 지루한 느낌을 덜어내고 이 책들을 처음 접했던 당대 사람들의 흥분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인문학자 12인의 입을 빌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거대한 사상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정체불명의 인문학이 횡행하는 지금,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외침이 전해질 것이다. “무엇부터 읽어나가야 인문학적 소양을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을까?” 한국사회와 한국인을 통찰하는 인문학의 기초를 제시한 놀라운 인문고전 강의 제1강 이중환, 《택리지》(1751)- 양보경 “택리지는 한국적 인문지리서와 중세 지리학의 새로운 틀을 확립한 책으로 평가됩니다. 다른 지리서와 달리 한국적인 유토피아가 무엇인가를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제2강 안확, 《조선문명사》(1923)- 류시 “서구를 ‘보편’으로 설정하고 조선 역사와 문화를 이에 대비한 안확의 연구방법론은 조선 민족의 독자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민족주의적 분위기와 일정한 거리 두기가 가능했습니다.” 제3강 이여성?김세용, 《숫자조선연구》(1931)- 서호철 “‘조선을 자로 잰다, 측정한다, 수량적으로 관찰한다.’ 이는 근대의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었고 이 책은 전 세계로 퍼져가는 그런 근대의 흐름 속에 끼어 있습니다.” 제4강 이만규, 《조선교육사》(1947)- 정미량 “출간된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현재 남북한 대부분의 한국교육사 개설서는 이 책을 재인용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한국교육사 연구에서 고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지요.” 제5강 박열, 《신조선혁명론》(1948)- 오제연 “박열의 사상은 해방을 기점으로 표면상 크게 변화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자유와 평등, 연대와 협력 같은 아나키즘의 핵심 가치들은 여전히 이 책의 기저에 흐르고 있습니다.” 제6강 신남철, 《역사철학》(1948)- 김재현 “이제까지 한국에서 ‘역사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몇 권 나왔지만 최초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신남철의 책만큼 치열한 현실참여의식과 역사의식을 담고 있는 것은 찾기 힘듭니다.” 제7강 김동석, 《뿌르조아의 인간상》(1949)- 손정수 “김동석의 문학 활동은 양심적이고자 했던 한 지식인을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만들고 또 그런 정치적 지향조차 비극으로 끝맺게 만든 우리 현대사의 가혹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8강 백남운, 《쏘련인상》(1950)- 이상호 “이 책을 분석하는 것은 당시 지식인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백남운의 시각을 통해 북한의 대외인식, 특히 사회주의 대국 소련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제9강 배성룡, 《농민독본》(1953)- 김기승 “지식인으로서 농민의 입장을 생각해보려 애쓴 배성룡의 이 책은 농민들을 각성시켜 스스로 권익을 쟁취하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농민민주주의’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제10강 김태오, 《미학개론》(1955)- 진중권 “대한민국 건립 시기 독일철학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김태오가 유일했을 거예요. 50여 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니 대단하죠.” 제11강 홍기문, 《조선신화연구》(1964)- 오세정 “우리 고대사의 맨 앞을 차지하는 역사를 정확히 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신화를 역사학적 입장에서 규명한 최초의 시도였기 때문에 부제를 ‘조선사료고증’이라 붙였지요.” 제12강 이종하, 《우리 민중의 노동사》(2001)- 김원열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민중의 고통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 점이에요. 여기서 촉발된 감수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면 민중이 주체인 노동사의 서술은 어려웠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