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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장~58장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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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는 대규모 철거 공사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수두룩했다. 복도 바닥은 위에
서 떨어진 천장재와 이제 전기가 끊어져 쓸모없이 되어버린 전선들을 고정했던 긴 알루미 늄 조각들로 뒤덮여 있었다. 이것이 과거 20세기에 세워졌던 ??새로운 건물들??의 최후였 다. 한때 위용을 자랑하던 최신식 건물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회벽 덩어리로 전 락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건물이야말로 그림자가 가장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비밀스런 공간. 하늘 높은 곳이나 땅속 깊은 곳 혹은 칠흑 같은 어둠 속. 반쯤 짓다 말았거나 폐쇄된 어지러운 공간. 인적이 끊긴 음침한 터널이나 아찔할 정도로 높다란 지붕 위가 그에겐 최고 은신처였다. 램프 불빛 속으로 공중을 떠다니는 뿌연 먼지가 보였다. 둥지 속에 있던 비둘기들이 푸드 덕거리며 날기 시작했다. 그 비둘기들은 진짜였다. 버클랜드 회사가 만든 로봇 비둘기가 아니었다. 비둘기들이 깜짝 놀라 위로 날아가다 천장에 부딪혀 떨어졌다. 미친 듯이 퍼덕 이는 날갯짓 때문에 회벽 조각이 또 떨어졌다. 반들반들한 갈색쥐가 커다란 몸을 꿈틀거리 며 바닥 위를 기어가는 게 보였다. 쥐는 마치 길을 가로막으려는 듯 망토 입은 남자 앞에 서 정지했다. 쥐가 고개를 들자 벌겋게 이글거리는 두 눈이 보였다. 매서운 입매 사이로 아래위로 가지런히 난 날카로운 이빨이 번뜩였다. 쥐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접근 금지! 제한 구역! 제한 구역! --- p.19~20 “사실 여긴 진짜 도시가 아니야.” “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여긴 몇 년 전에 박물관의 용도로 지어진 도시야. 그런 걸 ??테마파크??라고 해. 이 도시 의 가장 바깥 경계선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들은 과거의 런던을 그대로 본 따거나 다시 복구해서 만든 거야. 그러니까 모든 게 그냥 환상이란 말이지. 이 모든 것들이 옛날에 존재했던 도시를 그대로 재현한 거란 뜻이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여기서 사는 걸 좋아해. 옛날 방식으로 사는 거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돈을 내고 여기 와서 우리가 옛날 방식으로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거야.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과거를 경험하는 거지.” 그쯤 되자 내 머리는 핑핑 돌고 있었다. “이 도시 이름이 ??과거세계??야. 과거의 런던이란 뜻이지. 그리고 관광객들은 우리가 사 는 이 빅토리아 시대를 있는 그대로 체험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오는 거고. 이 시대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천박함, 위험, 더러움까지 모두 체험해 보려고 말이야.” 머리가 계속 어질어질했다. “그럼 우리가 진짜 빅토리아 시대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요?” “그래, 이브. 사실 우린 1880년대를 훌쩍 넘어선 시대에 살고 있어. 과거세계의 바깥, 우 리를 둘러싼 이 스카이 돔 밖은 2048년이야. 여기와는 완전 딴판이지.”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예요?” “글쎄. 이런 말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너 혼자만 이런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게 아 냐. 여기 사는 수많은 사람들, 특히 여기서 가난한 집 자식으로 태어나 무시당하고 사는 사람들 모두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 그들도 이 세계가 가짜란 걸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나 우리에게나 이 세계는 여러 면에서 현실이야. 그냥 이 름뿐인 세계지만 말이야.” --- p.65~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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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세계는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테마파크이다. 과거의 런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런던이 살아 숨 쉬는 생생한 현실로 재창조된다. 평생 과거세계에서만 살아온 이브는 말이 모는 마차나 가스등 같은 최첨단 기술에 감탄한다. 이브는 자신이 가상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게 되면서,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과거세계를 방문한 관광객 칼레브에게 테마파크는 2048년의 숨 막히는 규제와 복종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이다. 날 것 그대로의 과거 생활은 스릴 만점의 경험이다. 그러나 살인 사건 현장의 한가운데에서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면서, 구식 경찰들에게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런던의 자욱한 안개 속에는 살인을 밥 먹듯 즐기는 사악한 존재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의 이름은 팬텀, 과거와 현재의 검은 욕망이 함께 만들어낸 위험한 피조물이다. 그의 검은 그림자 안에서 칼레브와 이브는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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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한민국에 조선시대를 테마로 한 테마파크가 존재한다면?
현재의 놀랍도록 디지털화되고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이 가져다준 문명의 혜택을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의 표면적인 삶의 모습은 행복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반면 이러한 사회 변화에 따른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과학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은 물질적 부족함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행복감을 충족시켜 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1년 대한민국에 조선시대를 완벽히 재현해 놓은 테마파크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아마 일상에서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현대인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주고서라도 과거세계인 〈조선시대〉를 경험하기 위해 몰려들 것이다. 〈패스트월드〉는 이처럼 2050년을 배경으로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시대를 완벽 재현한 〈과거세계〉라는 테마파크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과거시대의 날 것 그대로를 경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는 일상의 단조로운 삶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삶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더럽고, 추악한 모습까지 경험할 수 있는 일탈을 제공해 주고, 독자들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짙은 안개 속 〈과거세계〉에서 벌어지는 ‘팬텀 살인 사건’ 초반 독특한 설정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팬텀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팬텀’이라는 인물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배경과 그를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역추적 과정이다. 〈과거세계〉를 만든 아벨 버클랜드, 잭 멀헤른 박사, 루시우스 브라운은 ‘팬텀’이 계획한 음모에 따라 과거세계를 방문한다. 그리고 팬텀은 보란 듯 과거세계를 만든 인물 중 한 명인 잭 박사를 처참히 살해한다. 〈과거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팬텀 살인 사건’ 속에 숨은 진실과 사건 전말에 대한 궁금증은 각 인물들의 개별적인 시점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짜맞추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전말은 반전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패스트월드〉는 끊임없는 인간의 욕심에 대한 경고이다. 이 작품에서는 끊임없이 과거세계의 모습과 과거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러한 〈과거세계〉 모습을 통해 정말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현재 우리 삶의 모습에 대한 반성과 미래의 삶에 대한 대안이다. 〈과거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과거를 살고 있는 사람이나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 모두 살아가는 방식과 현재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것은 다르지만 공통된 한 가지의 모습이 보여진다. 그것은 바로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인간의 ‘욕심’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 가지지 못한 이들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욕심을 내고 서로를 짓밟고 약 탈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욕심에 의해 희생되고 만들어진 피조물인 ‘팬텀’과 ‘이브’를 통해 끊임없이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인 ‘욕심’에 대해 끄집어내며 결국 〈과거세계〉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세계이며, 그 〈과거세계〉는 모든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고 있는 세계임을 역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