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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주는 줄리엣」과「빗소리 몽환도」두 작품은 독서의 행위인 책읽기란 과연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 언어로 창조된 인물들, 햄릿이나 돈키호테나 셜록 홈즈나 홍길동은 몇백 년 전에 창작된 캐릭터이지만, 현대에도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일상의 한 부분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는가? 따라서 그들은 현재 속에 혼재되어 있으며 현재에 적극 개입한다.
상징이 된 인물, 고유명사가 된 캐릭터는 과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힘으로 얼마든지 재생산, 재탄생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일야화의 세레헤자드가 동대문에 나타날 수도 있고, 허균이 종로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는 건, 현실을 증폭시킨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홍길동의 이름이 동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따위의 서류에 대표인물로 적혀 있다는 것도! 「사과」라는 작품은, 아담의 ‘애플’로 시작하여 스티브 잡스의 ‘애플’까지, 한 단어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변형되며 사용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신화적인 냄새를 풍기는 사과 장사꾼이 사라진 후에 주인공 소년은 ‘훔친 사과’ 라는 단어의 변주 하나를 세상의 언어 목록에 얹어 놓았다. 「극악무도한 몽타주」는 코믹한 비극이다. 인간의 얼굴을 그려내는 화가는 흉악범의 몽타주를 그려내지 못한다. 왜냐면, 비록 악당일망정, 한 인간 안에 내재하는 모습은 너무도 무한하여 하나로 국한시키는 작업에 실패하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거기가 어디야」는 사랑에 관한 진술이다. 사랑, 그것은 땅 밑의 어둡고 길고 구저분한 지하철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며, 그 여정 가운데 드문드문 연인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108개나 되는 계단을 올라가야 되는 것이며, 이 보잘것없는 상승 과정에 하이힐의 뒤축이 나가고 콘택트렌즈를 잃어버리고 또 핸드백도 뒤집어지는,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성가신 사건들을 극복하는 것이다. 마침내 만나는 연인이 형편없는 에고이스트일망정. 여자는 그를 보자 자신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것을 발견한다. 사랑은 상대와 상관없는 행위인지도 모르며 어쩌면 스스로를 찾아가는 구도와 다름없는 일임을 작가는 주장하는 듯하다. 「놀이공원 무유위유」에서 無有爲有라는 말은 장자의 제물론에서 빌려왔다. 있지 않는 것을 있다고 말한다는 뜻이다. 놀이공원은 오락을 위해 만들어 놓은 세계이다. 이 조작된 인위적인 세계는 불교에서 말하는 욕계(欲界)를 닮았다. 만일 그곳에 전기가 끊어진다면 物의 세계로 돌아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無가 되어버릴 것이겠지만, 전기로 운행되는 동안은, 주어진 그 시간 동안만은, 그것이 실제이듯 즐겁게 놀다가야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 나들이를 온 아이들처럼! 「수사반장의 추상예술 감상」의 P 형사는 예술가의 죽음을 밝히고 예술을 이해하려다가 미로에 갇히게 된다. 한 꺼풀 벗길수록 어머니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는 듯하고, 시간을 거슬러 ‘고인돌’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고, 마셔야 할 ‘술병’으로 기어들어가는 느낌이다. 마지막에 ‘관’처럼 작고 비좁은 방에 갇히게 되면서 비로소 P 형사는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게 된다. 세상은 연결되어 있다.「메일오더」작품에서 목격했듯이. 손가락의 클릭 하나로 누구는 사랑도 하고, 클릭 하나로 돈다발이 왔다갔다 하고, 머나먼 돌부처 비석 돌도 날아오게 한다. 옛 도깨비 방망이가 할 수 있던 모든 것, 선한 흥부의 박들이 열어주던 모든 것들이 클릭 하나로! 지금 우린 그런 요술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문명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갑작스런 태풍에, 지진에, 해일에, 폭풍에, 화재에, 자연재해에, 한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 자연에겐 이길 수 없다 「위층의 이웃」은 영화 「내 친구는 어디에 있는가?」의 도시 버전이자, 분열된 현대인의 은유이다.「낯선 곳에 와서」라는 작품은 현실을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면 이 세계가 너무도 이상하고 낯설게 보여, 마치 외계인처럼 또는 정신소외자처럼 전락되는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무수히 떨어지는 눈송이의 한 점이 우리 눈동자 동공에 확고하게 정착되지 않는 한, 우리는 낯선 이곳에 왜 있게 되었으며, 타자들은 왜 연극을 하고 있는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 수상작인「거짓말이야 거짓말」은 거칠고 초라한 현실을 살아가는 들고양이의 심장에, 호랑이의 기억을 환원시킨 백남준을 통해 예술가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예술가는 영원히 달의 사제이라는 서사를 가진 이 작품은 중요한 순서대로 잃어버린 것이 많아진 현대인의 발걸음을 잠시 붙잡고 있는 노래이다. 「방문객」작품에서 죽은 어머니의 영가가 전해주는 삶의 비의가 의미심장하다. 인간은 죽어서도 변하지 않으며, 달라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오직 살아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꿈에 나타난 어머니는 말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주어진 까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재밌는 설화 같은 이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