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대를 이은 농부 시인의 첫 서정시집
춘천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차창호 시인이 첫시집 『아버지의 꽃말』을 펴냈다. 2005년 계간지 《유심》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자연과 흙과 가족사를 아우르는 서정시의 문전옥답을 첫시집 속에 하나하나 쟁여놓았다. 농사짓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농부 시인의 삶의 애환과 함께 그에게 딸린 한 가족사의 모습도 애잔하게 그려놓고 있다. 겨우내 꽝꽝 얼었던 밭/ 일 년 묵힌 소똥 거름 퍼 나른다/ 한 수레 두 수레 몇 수레 부려놓고/ 앉아 쉬며 밭을 본다/ 한 몇 년 병상에 누워 한 마디 말없던 아버지/ 밭에는 꽃다지 냉이꽃 별꽃/ 아주 작은 꽃의 말만 하는 아버지/ 그 꽃말을 알아듣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한 밭자리를 간다/ 잘도 뒤집어지는 아버지 얼굴/ 아버지의 노랑 꽃말도 뒤엎어진다 - 「아버지의 꽃말」 부분 아버지가 일구었던 밭을 다시 아들이 갈아엎으면서 ‘아버지와 내가 주고받는 말이 왜 꽃말이어야 하는지/ 몇 년 밭을 갈고 나서 알았다’고 아들은 이 시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진정성 있게 토로한다. 사람과 흙을 통해서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해주는 서정시가 대를 이은 농부 시인의 가슴에서 씌어진 것이다. 자연 속에서 흙 속에서 땀 흘리며 쟁기질하는 시인은 비로소 아버지가 깨달았던 ‘꽃말’을 공유하게 되고, 세상과의 친화와 사랑을 시로써 체현한다. “고랑 파고 씨앗 뿌려 김매 거둔 농사. 그게 그의 시이다. 잘난 놈 못난 놈 없이 고맙다. 네가 수고했구나 늘 마음으로 감사하는 시. 농부 시인 차창호의 시는 저녁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의 정겨움이며, 벽에 기대어 흔들리는 그림자의 이야기이다”라고 차창호 시인의 시를 두고 최돈선 시인은 압축해서 말한다. 또 같은 강원도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도 “시는 수행이다. 그의 시어들은 마침내 더없이 투명하다. 그의 시집 『아버지의 꽃말』을 펼치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혼자 늑골을 삭여야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새삼 탄복을 금치 못하게 된다.”고 차창호 시인의 시세계를 이야기한다. 이랬던 놈이나 저랬던 놈이나 저마다의 빛깔로 고웁게 물들어 한바탕 계절이구나 작은 꽃그늘도 큰 산그늘도 그렇게 - 「그렇게 가을」 전문 다시 태어나면 밭이 되고 싶다 생각하다가 가만, 비 오는 소리를 듣는다 이 세상에 나는 비 오는 소리로 왔고 비 오는 소리로 나는 돌아갈 것이다 삶과 죽음 고요와 혼란 침묵과 언어도 저기 저 방울방울 내리는 비 소리에서 다 끝난다 생각하다가 아버지 어머니처럼 향암인 농부의 발걸음에 깨어 꽃 피고 봄이 오는 밭이 되고 싶다 생각한다 빗소리에 동그라미 친 빗소리에 동그라미 친 나의 마음 - 「빗소리에 동그라미 친 나의 마음」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