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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계 현대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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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탁본

심야의 호선
나는 종종 갑상선이 붓는다
물구나무서다
섬이 가라앉고 있어요
애연가의 변
까마귀 솟대
잠의 두께
황사 바람 앞에서
손톱
스틸컷
생기
바닥에 닿아야
안개의 길을 가며
식탁 위의 접시도 꿈을 꾼다
내가 사는 마을

제2부 탁본

낮달
바람의 섬
공명의 꽃
파블로프의 식탁
라일락 언덕길
블랙커피를 마시며
중독된 자해
시월의 풍선
부부
재회
겨울 산에는 산불이 잦다
마늘장아찌 담그기
겨울 미나리가 되다

제3부 탁본

아침 바닷가에서
쥐 떼
꼬리뼈
그늘의 항쟁
선지 해장국을 먹으며
번데기
유언
일몰에 사무치다
달팽이의 길
본다(觀)
마음 밭
생존
고래 생각
상像

제4부 탁본

눈 오는 날
밤낚시
나의 사랑니
대청호의 수련
고향의 목련
입동
홍어
빨래
김장을 담으며
옥수수를 먹으며
자블라니
딸에게
시작詩作

□ 해설 ┃ 송희복
인간 조건의 불안과 고독에 대한 시적 견해

저자 소개

저자 : 김세영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7년 《미네르바》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인권위원. 시산맥시회 부회장, 성균관 의대 외래교수. 시집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와, 공저 『맑은 오늘』, 『항아리』, 『시로 쓴 유언』, 『간이역 간다』, 『장수하늘소는 그 산에 산다』, 『멀리 가는 밝은 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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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24g | 124*210*20mm
ISBN13
9788970755564

출판사 리뷰

시를 향한 치열한 순정과 넘치는 에너지, 생체 이미지의 각별한 시세계
현역 내과의사 김세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성균관 의대 외래교수이며, 2007년 계간 [미네르바]로 등단한 김세영 시인의 새 시집 [물구나무서다]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이후 두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시적이며 신화적인 은유 및 상징의 동력이 각별히 느껴지는 언어로 이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언어는 이 시집에서 친화적이기도 하고 또 섬뜩하기도 하고, 감촉이 gm물거리기도 하다가도 또 각질처럼 단단하기도 하다.
김세영 시인의 시집 [물구나무서다]에 대해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요약한다.
"김세영 시인의 시세계는 젊다. 바쁜 일상 속 가뭇없이 사라진 질풍노도 시대 순수와 열정을 좇는 첨단 이미지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내달리고 있다. 시인의 이미지들은 치열하고 신선하고 치밀하다. 찌든 피는 모조리 사혈瀉血하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려는 신선한 이미지들. 그런 작위마저 지우고 온몸의 기관들로 치밀하게 순수와 만나는 생체 이미지들이다. [물구나무서다]의 시세계는 우리가 직립으로 사느라 잃어버리고 있었던 생의 본원으로 돌아가기이다. 우리 시대 익사 직전의 순수와 순정을 심폐소생술로 되살려 독자들 앞에 건강하게 펼쳐 보이는 시세계가 소망스럽다."
또한 문효치 시인은 이번 시집의 시세계와 특색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김세영은 이미지 낚시꾼이다. 그에게 걸려드는 사물들 또는 정서나 관념들은 어김없이 새로운 사물로 변용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시각화되어 있는 그 그림들의 짙은 그림자 뒤에는 고독과 슬픔이 젖은 목소리로 잔잔히 노래하고 있다. 삶 속에 무시로 따라오는 시련과 억압의 가혹함도 때로는 예고 없이 따라왔다가 사라져버리는 꿈과 행복도 그는 시 속에 삶아 빨아 넣어 견뎌내며 승화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시는 삶의 도구이자 목적일 수 있다. '섬이 가라앉고 있'는 인생의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그가 버텨낼 수 있는 원동력이 그의 수많은 그림(이미지)들 속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1. 은유와 상징의 동력이 느껴지는 언어

김세영 시인이 [물구나무서다]에서 보여주고 있는 첫 번째 시세계는 은유 및 상징의 동력이 느껴지는 언어들이다. 이는 투사의 상징으로서 벌레, 짐승의 출현이 인간의 일반화된, 원초적이고도 원형적인 공포의 심리상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과 관련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시집의 첫머리에 제시하고 있는 [심야의 2호선]을 들 수 있다.

밤늦은 귀가歸家
흐물흐물한 애벌레처럼
창이 벽이 되는 몸체로 들어가
땅 속을 달린다

꿈의 터널을 뚫는 두더지가
어둠의 속살을 헤치는 박쥐로 진화했다는
옛 이야기를 창의 진동으로 듣는다

철제 껍데기 속의 번데기가
나비로 우화羽化하는 꿈을 꾸다가
한 생의 목적지를 지나쳐버린다

귀에 익은 정거장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잠을 깨울 때까지
인큐베이터 속의 미숙아처럼
잠 속을 달린다

새로운 새벽의 귀가
전생의 기억들로 가득한 조간을 들고
낯설지 않은 집 앞에서 머뭇거린다.
(/ '심야의 2호선' 전문)

작중의 화자는 막차를 놓치고 술로 밤을 지새우다가 마지막으로 포장마차에서 첫차를 기다리며 하룻밤의 주연酒宴을 갈무리하는 한 취객으로 보인다. 그 심야의 2호선은 시의 내용을 미루어볼 때 여명의 직전이 되는 가장 어두운 때 자신의 둥지를 향해 첫차가 질주하는 동선動線이다.
이 시에서는 벌레, 짐승으로 변형된 인간의 형상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이를테면 애벌레, 두더지, 박쥐, 번데기, 나비로 이어지는 은유적인 원형상징성은 발생론적인 무질서의 상태로 나아가는 언어이며, 마침내 카프카적인 존재론을 연상시키고 있는 언어이다. 그 무질서의 상태는 신화에서 곧잘 제기되어 있는바, 반수인半獸人의 형상으로 투사되기도 한 원형적 죽음의 출현에 직면하게 된 이른바 근원적인 공포의 심리상태이기도 하다.

2. 병리학적인 인간 조건을 넘어서는 시적인 존재론의 완성

"나비는 보지 못하고,/나비넥타이와 갑상선만 보는 사람들은/나를, 오랜 병력의/단순 갑상선 종대 환자로만 알고 있다."([나는 종종 갑상선이 붓는다]), "극기의 담금질에 야위어 가는/해마의 눈시울이 아직은/따뜻하고 촉촉하다"([겨울 미나리가 되다]), "내 살 속의 마크로파지가/점차 식욕의 본능을 상실했다"([홍어])와 같이, 내과의사인 김세영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의학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오랜 강직성 직립으로 체증이 생겨서
머리통이 건기의 물탱크처럼 말라갈 때
알갱이 가라앉은 과즙병을
뒤집어 놓듯 물구나무선다

......(중략)......

물구나무에 매달린 수많은 목어들이
굳었던 지느러미가 우화하는 날개처럼
다시 부풀어 올라 파닥거린다

물구나무는
물푸레나무처럼 싱그럽고
수초처럼 부드러워진다.
(/ '물구나무서다' 중에서)

김세영의 시가 보여주는 것은 존재론의 병리학적인 접근이지만 궁극에 있어선 병리학적인 인간조건을 넘어서는 시적인 존재론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실례의 하나가 [물구나무서다]이다. 물구나무선다는 것은 세상을 기존의 시각, 기성의 논리로 바라보지 않고 거꾸로 보고 뒤집어서 본다는 것이다. 즉, 시의 논리이다. 굳었던 지느러미가 우화羽化하는 날개처럼 파닥거리듯이, 시인은 새로운 언어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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