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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계 현대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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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동국대학교 국문과와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학원 중문과를 졸업했다.시집 『광화문쟈콥』, 『넘치는 그늘』, 『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 『각을 끌어안다』, 중국어 번역시집 『문혁이 낳은 중국현대시』, 『나의 시에게』, 『오늘 그리고 내일今天與明天』, 함께 쓴 시와 에세이 『다시 사막에서 열흘』, 『차마고도에서 열흘』, 『바이칼에서 몽골까지 열흘』, 함께 쓴 시집 『빠져 본 적이 있다』 등이 있다. 펜번역문학상, 동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대시학]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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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95g | 153*224*8mm
ISBN13
9788970755885

출판사 리뷰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김금용 시인은 외교관인 남편과 십여 년 간 외국 생활을 하다가 최근에 귀국했다. 시인은 이번에 출간한 시집 속에 귀국하기 전까지 살았던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민감한 역사와 민족간의 경험 제제를 한 권의 시집 속에 형상화하여 중국(선양), 일본(히로시마), 한국(서울)의 순서로 묶었다.
시골이나 도시에서도 맞붙어 있는 이웃집과 다툼과 갈등이 있듯, 강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한국과 중국, 그리고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한국과 일본은 늘 경쟁과 갈등과 화해를 반복해 왔다. 이들 동북아시아 국가 간의 예민한 갈등과 애증 관계는 국경을 맞댄 피할 수 없는 지리적 운명 탓일 것이다. 이러한 지리적 운명과 민족 생존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한 ? 중 ? 일 그리고 북한 등 4개국 간의 관계를 좀 더 발전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김남조 시인은 “김금용 시인은 5년 간 외교관인 부군의 임지(중국 선양, 일본 히로시마)에 머물면서 그곳의 역사와 풍물을 놀랍도록 예리하고 충실하게 고찰했다. 이를 배경으로 우리 교민들의 비통한 애국혼과 역사적 정서의 목마름을 그의 시편들 속에 녹여 기록하고 있으며, 가슴 가득히 아픈 사랑과 상처로 받아들이면서 정확 여실하게 민족의 순환과 통한을 전달해 준다.”라고 이번 시집의 의의를 밝혀주었다. 또한 김남조 시인은 이번 시집이 한국인과 한민족의 모든 심정을 꿰뚫는 강력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으로 확신한다.

1. 예술의 양식과 국경, 이념의 경계 허물기

서탑엘 간다
중국 동북의 수도 심양시 서탑 거리를 간다
70~80년대식 카바레에
역전 식당식 간판이 요란한 서탑엘 간다
고구려 땅이었다가
독립군 활동이 뜨겁던 봉천奉川이었다가
모국은 한국이나
조국은 중국인 조선족 거리에
북한사람과 탈북자까지 뒤섞인
한국 교민의 거리
서탑엘 간다

한국의 역사가
백제원, 신라성, 고려원, 이조가든으로 나붙은 거리
북한의 모란각, 평양관, 동묘향관이 나란히 선 거리
신사임당. 가야원 떡집, 남원추어탕, 전주집도 모자라
서울가마솥, 수원갈비, 황해노래방, 부산사우나로 간판
을 내건 거리
모국어 하나면 다 통하면서도
중국인인 척, 한국인인 척, 조선족인 척,
북한인은 모른 척 아닌 척
어깨를 스치다가도 된장국 한 그릇에 마음을 여는 거리
다른 나라 이름을 멍에로 달고
패인 웅덩이마다 회한이 봄비로 질척이는 거리
한국어가 국경선 도시 단동 앞 압록강 너머
신의주 너머 38선 너머
고구려 바람에 이끌려 뒤엉키는
중국 속의 한민족의 거리,
서탑엘 간다
―「서탑 거리」전문

화자는 중국 심양에 있는 서탑 거리에서 한국의 70,80년대식 카바레와 역전 식당식 간판이 요란한 상가를 만난다. 이곳 서탑은 한때는 고구려 땅이었고, 독립군 활동의 본거지인 봉천이었고, 모국은 한국이나 조국은 중국인 조선족의 거리였다고 시인은 전한다. 북한 사람과 탈북자까지 뒤섞인 한국 교민의 거리이다. 이곳에 나붙은 간판들은 한국 역사와 관련이 있고, 현재 남북한의 지명과 유명한 음식들을 간판으로 달고 있다. 여기서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국어 하나면 다 통하면서도/ 중국인인 척, 한국인인 척, 조선족인 척”하는 하는 태도들이다. 결국 서탑 거리는 “다른 나라 이름을 멍에로 달고/ 패인 웅덩이마다 회한이 봄비로 질척이는 거리”라는 비애감이 드는 공간이다. 이 중국 속의 한민족 거리 서탑에서 화자는 민족은 하나이나 나라가 다른 비애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진술한다.

조선족 명성마을에 과꽃이 피었습니다.
어머니 나라 사람들 온다고 신작로 만듭니다
과꽃을 심어놓고 손 흔듭니다
백 년간 지켜낸 조선말,
마침내 한국 동포 온다고
조선족 할머니 할아버지 과꽃이 되었습니다.
색색의 한복을 차려입고 과꽃이 되었습니다

가마솥에 찐 옥수수에 고구마를 바구니 채 건네며
주름 그늘 깊게 눈웃음 터뜨립니다
고추며 가지 상추를 심어놓은 울안 텃밭에도
두만강 건너온 고향 햇살이 넘칩니다.
시선만 마주쳐도 눈시울 젖는 두만강 유역에
서툰 한글로 명성촌이라고 써 놓은
이정표 앞에 과꽃이 사무치게 붉고 밝습니다

고구려 때부터 지켜 낸
조선족 집성촌이
초가을 햇살을 등에 업고
함께 과꽃인 양
제 색에 겨워 저들끼리 출렁입니다
―「과꽃 마을」전문

중국의 조선족 명성마을은 중국 동북의 흑룡강성 녕안시 강남향에 있는 조선족 마을이다. 2013년 현재 3~4천 가구에 조선족 1만 명이 산다는 기록이 있다. 시인의 남편이 심양의 총영사로 재직할 때인 2010년 무렵 한옥마을을 집중 개발했다. 이 조선족 마을 사람들이 “어머니 나라 사람들”이 온다고 신작로를 만들고 과꽃을 심으며 환대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백 년 동안 지켜낸 조선의 말과 한복이 그대로 재현된다. 가마솥에 찐 옥수수와 고구마 바구니를 건네는 풍습도 그대로다. 고추와 상추를 키우고, 두만강 건너의 햇살도 고향의 햇살과 다르지 않다. 한글로 명성촌이라고 쓴 이정표도, 한국의 화단에서 만나는 과꽃도 사무치게 붉고 맑다. 물론 이곳은 고구려 때부터 살아온 조선족 집성촌이다. 화자는 명성촌을 방문하면서 본 정경을 단순한 서술어법의 짧은 문장으로 진술하고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 부분에 와서야 방문의 감회를 “초가을 햇살까지 몰려들어/ 함께 과꽃인 양/ 버스가 떠난 뒤에도/ 제 색에 겨워 저들끼리 출렁”인다고 한다.

프라이팬에 물 한 잔 놓고 점심을 먹는다
창틈으로 비껴드는 바람밖엔
재잘거리는 소리 전혀 들리지 않는
침묵만 가득한 오후 세 시에 비빔밥을 먹는다
밥통에서 노랗게 변해 가는 잡곡밥과
명절에 남은 콩나물에 고사리, 취나물을
된장국물과 김치 섞어 비비다가
마른 김 몇 장과 볶은 깨, 참기름 약간 두르면
비행기 기내 음식으로 외국인도 환영한다는
문지방 사라진 웰빙 음식이 탄생한다
클래식과 뽕짝의 경계를 허물고
시와 산문, 그림과 사진 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나이와 국경, 성性의 구분까지 허물고
눈빛 하나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이념도 목적도 필요 없는 디지털 문화를 만든다
정해진 요리법이며 트릭도 맛내기도 필요 없는
나만의 식사, 나만의 몽상을 비빈다
허공까지 빡빡 긁어 꿈을 먹는다
―「비빔밥론」전문

비빔밥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이다. 그릇에 재료를 몰아넣고 섞으니 간편하고 재료도 야채 중심이어서 최근에 유행하는 웰빙 식단에도 그만이다. 화자는 프라이팬에 물 한잔을 놓고 점심에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중이다. 그것도 오후 3시에 먹는 늦은 점심이다. 밥을 한지가 오래 되어 노랗게 변해 가는 잡곡밥과 명절에 남은 나물 음식, 그리고 여러 가지를 섞어서 비비다가 “비행기 기내 음식으로 외국인도 환영한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상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클래식과 뽕짝의 경계, 시와 산문의 경계, 그림과 사진 등 예술의 경계 허물기까지 상상을 확대한다. 거기서 나이와 성의 경계 허물기까지 치닫는다. 결국은 정해진 요리법과 맛내기도 없는 무경계의 비빔밥 요리 방식은 “나만의 식사, 나만의 몽상을 비비는” 데까지 이른다. 시인은 비빔밥을 먹던 경험을 상상으로 확대하여 예술의 양식과 국경, 이념의 경계 허물기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끝내는 허공까지 긁어 섞어 내니 시인의 상상은 무변의 경계에까지 이른다.


2. 만물동근萬物同根의 우주적 시각으로 바라본 일본

김금용 시인은 일본의 자연은 한국의 자연과 같은 뿌리이고, 일본인도 한국인과 다를 바 없기에 그들과 교감하고 이해하며 끌어안으려 한다. 이러한 보편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을 지닐 때 인간 관계는 물론 국가 관계 역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시인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비극적인 역사를 직시한다. 진정한 평화는 참회와 용서가 함께 맞물려질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살아남은 건
날 수 있었던 까마귀 떼뿐
원폭으로 죽어간
조선인 사체로 배불린 까마귀 떼뿐,

“아이고, 어머니”
한국어로 신음한 까닭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화장火葬조차 허락하지 않아
끈적이는 8월 폭염 속에 죽어간
조선인 만여 명,

일본인 화가 이리 마루끼 부부가 그린
까마귀 떼 연작엔
흰 치마저고리가 상단에 떠서
하늘을 날고 있다
―「히로시마 까마귀1」 부분



일본이건 한국이건
산들도 혼자 떨어져 있긴 싫은 걸까
산끼리 어깨를 감싸고 선
히로시마 근교 산단교 골짜기에 들어서면
낯선 외지 사람이 왔다고
삼나무 숲이며 산길이 숨을 죽인다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수줍은 고향 마을 아이들처럼
나무 뒤에서, 너럭바위 뒤에서
저들끼리 키드득거리느냐고
가지 사이로 햇살 밟히는 소리
산 그림자 흔들리는 소리
귀가 먹먹하다

산새들이 모두 어디 숨었을까
도시의 온갖 구린 냄새와 자동차 소음을
끌고 들어온 나를 내치는 것일까
삼나무 뿌리를 휘감는 계곡물에
세족洗足부터 하라고
새들까지 일본인들처럼 숨죽여 지켜보는 것일까
계곡물 따라 걷고 또 걸어도
끝내 풀지 못하는 저들의 화두
오늘은 여기 계곡에 발 담고 손 씻으며
숨죽인 천뢰天?에 귀 다 내놓고
저들의 속이야기 좀 들어야겠다
뿌리등걸에라도 앉아서 기다려봐야겠다
―「산단교三段峽에 들어서면」전문

우주적 지리적 시각으로 봤을 때 모든 사물의 원리와 인정은 똑같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에 있는 산들이, 사물이 똑같다는 만물동근萬物同根의 우주적 시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단절되었다. 인간은 자연을 개발대상으로 보거나,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가져다 주어야 하는 피지배의 존재로 인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계에서는 자연과 인간은 서로 섞이는 소통의 관계가 아니다. 화자가 골짜기에 들었을 때 골짜기는 “낯선 외지 사람이 왔다고/ 삼나무 숲이며 산길이 숲을 죽”이고 있다.
화자는 자연과의 소통을 기다리다가 나무 뒤에서나 너럭바위 뒤에서 “수줍은 고향 마을 아이들”의 키득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밟히는 소리를 듣고 산 그림자가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화자는 이 소리에 귀가 먹먹하다고 한다. 2연에서는 산새들이 어디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새들이 숨은 이유는 도시에 사는 화자에게서 나는 구린 냄새와 자동차 소음 때문이라는 것. 화자는 새들이 “삼나무 뿌리를 휘감는 계곡물에/ 세족부터 하라고” 일부러 숨은 것으로 상상한다.
그런데 화자는 숨어서 자신을 보고 있을 새들을 생각하다가, 자신을 지켜보았던 일본인들과의 경험을 생각해 낸다. 계곡을 걷고 걸어도 일본인들이 숲속의 새들처럼 숨죽여 지켜보는 이유를 풀지 못한다. 계곡에 손을 씻고, 천뢰에 귀를 내놓고 뿌리 등걸에 앉아서 기다려 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시인은 산단교라는 구체적 계곡 여행에서 깨달은 만물동근의 원리, 인간과 자연의 교감, 일본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깊은 사유로 보여 주고 있다.

누구나 경험한 만큼의 제재와 사유한 만큼의 세계를 시로 쓰지만, 지금까지 중국, 한국, 일본 세 나라에서 다년간 거주하며 그 경험을 한 권의 시집으로 낸 사람은 김금용 시인이 처음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금용의 이번 시집은 한국문학사는 물론 동북아문학사, 아시아문학사에서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이번 시집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한국 시단에 확장된 서정의 폭을 펼쳐 보였다는 것이다. 개인 신변 위주의 시시콜콜한 일상의 잡담이나 정제되지 않은 욕망을 이해 불가한 잡담으로 쏟아 내는 한국 시단에 김금용 시인의 시는 동북아 3국의 경험을 제재로 하여 보다 큰 서정의 폭을 보여 주었다는 데 또 하나의 의미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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