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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해제 - ‘조숙한 전위’의 아름다운 비극 _ 박노자(오슬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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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adimir Tikhonov, Park No-ja,블라디미르 티호노프, 朴露子, Владимир Тихоно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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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제국 건설은 필요가 아니라 욕망이다. 복리가 아니라 재해다. 국민적 팽창이 아니라 소수 인간의 공명과 야심의 팽창이다. 무역이 아니라 투기다. 생산이 아니라 강탈이다. 문명을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명을 괴멸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사회 문명의 목적인가. 국가 경영의 본지인가. 이민을 위해서라고 말하지 말라. 이민은 영토 확장이 필요하지 않다. 무역을 위해서라고 말하지 말라. 무역은 결코 영토 확장이 필요하지 않다. 영토 확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오로지 군인과 정치가의 허영심뿐이다. 금광과 철도의 이익을 좇는 투기꾼뿐이다. 군수를 공급하는 어용 상인뿐이다. ---「제4장 제국주의를 논하다」중에서
정치도 학술도 기계도 자본도 생산도 오로지 왕후를 이롭게 하고 부자를 이롭게 하고 관리를 이롭게 하고 군인을 이롭게 할 뿐, 추호도 일반인들을 이롭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현재의 국가 사회에 절망하는 다수가 생겨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추세가 아닐까.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무정부당뿐만 아니라 각 계급 인사들도 마찬가지로 인정했다. 이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노동 보호 주장도 일어났다. 만국 평화 논의도 제창되었다. 공산주의도 설파되었다. 사회주의 운동도 전개되었다. 이것들은 모두 앞길에 찬란한 희망을 크게 품고 지금의 병적인 현상을 고치고자 하는 것이다. 무정부당도 본래는 이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가 사회의 타락과 죄악과 곤란한 생활이 날이 갈수록 격심해지는 것을 보고 그들은 결국 앞길의 희망을 포기했다. 그들은 완전히 절망한 자들이 되었다. 세상에 절망한 자만큼 용기 있는 자가 없고 대담한 자가 없으며 흉악하고 사나운 자가 없다. 설령 그들이 흉포함을 들고 공명심으로 나아갔다 하더라도, 그들은 이 흉포함에 기대지 않고는 공명을 얻을 방도가 없다고 생각할 만큼 절망했던 것이다. ---「무정부당 제조」중에서 사회주의는 지금의 국가 권력을 승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하여 군비와 전쟁을 배척하고 있다. 왜냐하면 군비와 전쟁이란, 지금의 ‘국가’가 자본주의를 지지하기 위한 견성(堅城)과 철벽으로 삼고 있는 것이기에, 다수 인류는 이 때문에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 전쟁의 결과는 단지 소수 군인의 공명과 투기꾼의 이익뿐이다. 인류의 재앙과 죄과로 이보다 더한 것이 있겠는가. 만약 세계 만국에 지주와 자본가 계급이 존재하지 않고 무역 시장의 경쟁이 없고 재부의 생산이 풍부하고 분배를 공평하게 할 수 있고 사람들이 각자 생활을 즐기게 되면, 누구를 위하여 군비를 확장하고 전쟁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 비참한 재앙과 죄과들은 그로 인해 일소되고, 사해동포의 이상이 여기에 이르러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한편으로 민주주의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위대한 세계 평화주의를 의미한다. ---「제5장 사회주의의 효과」중에서 동지들이여! 지금 러일 양국 정부는 각자 제국적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함부로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회주의자의 눈에는 인종의 구별도 없고, 지역의 구별도 없고, 국적의 구별도 없다. 그대들과 우리는 동지다. 형제다. 자매다. 결코 싸울 만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들의 적은 일본인이 아니다. 지금의 이른바 애국주의다. 군국주의다. 우리들의 적은 러시아인이 아니다. 지금의 이른바 애국주의다. 군국주의다. 그렇다. 애국주의와 군국주의는 그대들과 우리들의 공통의 적이다. 세계 만국 사회주의자의 공통의 적이다. …… 우리들은 양국 정부의 승패 여부를 예지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귀결되든, 전쟁 결과는 반드시 인민의 곤궁이다. 과중한 세금 부담이다. 도덕의 퇴폐다. 그리고 제국주의와 애국주의의 발호다. 그러므로 그대들과 우리들은 결코 어느 쪽이 이기든 지든 상관이 없다. 요점은 전쟁의 신속한 정지에 있다. 평화의 빠른 회복에 있다. 그대들과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전쟁에 항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반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러시아사회당에 보내는 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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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최초로 《공산당 선언》을 번역한 혁명 사상가,
일제의 조선 식민화를 비판하고 안중근을 존경했던 양심적 지식인, 조선과 중국의 혁명가들에게 국제 연대의 정신을 전파한 동아시아 사회주의 운동의 출발점 고토쿠 슈스이 사상을 읽는다! 아시아 사회주의 운동의 선구자인 고토쿠 슈스이(幸德秋水, 1871~1911)는 1907년에 일본의 조선 식민화에 반대한다는 위험한 글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문제적 인물이었다. 안중근 의사가 처형당하고 3개월 후인 1910년 6월 고토쿠 슈스이는 천황 암살을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다. 그리고 1911년 1월 24일, 비밀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후 불과 일 주일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른바 ‘대역 사건’의 전모는 사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나는 사회주의자다》는 고토쿠 슈스이 사후 100년을 맞아 최초로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는 고토쿠 슈스이 선집이다. 1901년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며 일본 지성계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불과 10년 동안 동아시아 전역에 최초로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민족을 뛰어넘는 민중 연대를 주창한 위대한 혁명가 고토쿠 슈스이의 치열했던 삶과 사상을 그의 육성으로 듣는다! 고토쿠 슈스이 사후 100년 만에 만나는 최초의 한국어판 저작집! 고토쿠 슈스이는 일본을 넘어 조선과 중국 지식인들에게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한 동아시아 최초의 사회주의자였으며,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를 비판하고 제국주의 전쟁의 본질을 꿰뚫어본 정치사상가였다. 그는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 피지배 계급의 연대와 저항을 외친 국제주의의 주창자였고, 일제의 조선 병합을 비판한 양심적 지식인이었다. 《나는 사회주의자다》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와 억압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 순정한 혁명가 고토쿠 슈스이의 주요 저술을 망라한 최초의 한국어판 저작집이다. 이 책은 고토쿠 슈스이의 주요 저서인 《20세기의 괴물 제국주의》《장광설》《사회주의 신수》를 비롯해 그가 《만조보》와 《평민신문》 등 여러 신문에 발표한 논설과 연설문, 선언문 등을 싣고 있다. 이 글들은 20세기 초 중국과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사상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끼친 역사적 의미가 깊은 문헌들이다. 사회주의 사상과 아나키즘에 대한 탁월한 이해,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한 비판, 러시아혁명 등 국제 혁명 운동에 대한 분석과 진단, 사형 집행을 앞둔 지식인의 철학적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번역에만 4년이 넘게 걸린 이 저작집을 위해 옮긴이 임경화 박사는 희귀 자료를 찾아 몇 차례나 일본을 오가며 연설문과 신문 사설부터 저서까지 고토쿠 슈스이가 직접 쓴 글은 물론이고 고토쿠 사후에 그와 관련되어 나온 자료들도 모두 철저히 연구했다. 참고할 수 있는 한국어 번역본이 전무한 상황에서 현대 일본어와 크게 다른 100년 전 일본어 문장은 번역 이전에 해석부터 쉽지 않았다. 학문적 성실함과 지난한 노력의 결과로 마침내 200자 원고지 2천 장에 이르는 번역 원고와 250여 개의 풍부한 주석이 완성되었다. 더불어, 고토쿠 슈스이가 한·중·일 3국의 근대사에 끼친 영향과 그의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박노자 교수의 한국어판 해제는 이 저작집의 의미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동아시아 사회주의의 원형을 만나다 《나는 사회주의자다》는 1901년에 발표한 최초의 저서인 《20세기의 괴물 제국주의》부터 1911년 사형을 앞두고 감옥에서 쓴 사생(死生)에 이르기까지, 고토쿠 슈스이의 10년에 걸친 사상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저작집에 실린 글들은 자유주의에서 의회사회주의를 거쳐 아나키즘에 이르는 고토쿠 사상의 전모를 보여준다. 고토쿠의 저술을 통해 그의 사상을 읽는 것은 고토쿠 슈스이라는 한 혁명가에 대한 관심을 넘어 근대 동아시아 사회주의의 원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20세기 초 동아시아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고토쿠 슈스이의 글을 통해 제국주의 비판 담론과 사회주의의 이념을 받아들였다. 즉, 고토쿠 슈스이가 받아들이고 이해한 사회주의가 곧바로 근대 동아시아 사회주의 사상의 원형이 되었던 것이다. 《20세기의 괴물 제국주의》는 일본 출간 이듬해인 1902년에 중국어로 번역되어 중국 신해혁명의 주역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이후 중국 반제국주의 운동에 결정적인 자극을 주었다. 구한말의 변영만 등 조선의 선구적인 제국주의 비판자들도 고토쿠 슈스이의 작업에서 처음으로 중요한 실마리를 얻었으며, 신채호는 1928년 일제에 체포되었을 때 고토쿠의 《장광설》을 읽고 무정부주의(아나키즘)에 공명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민족과 국경을 뛰어넘는 민중의 연대를 꿈꾸다 왜 지금 우리가 고토쿠 슈스이를 알아야 할까? 고토쿠의 《장광설》을 읽고 아나키즘에 관심을 가진 신채호 등에게 끼친 영향이라든가, 그 당시 일본에서 보기 드물었던 고토쿠의 안중근에 대한 긍정적 태도 등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투쟁에 대한 의미 부여보다, ‘지금 여기’에서 고토쿠 슈스이가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고토쿠 슈스이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인종과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는 민중 연대의 길을 제시한 선구자였다는 점이다. 고토쿠 슈스이는 무산계급이야말로 국경과 민족과 인종을 넘는 연대를 통한 세계 평화 실현의 주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평화의 비전이 담긴 고토쿠의 사회주의 이론은 애국심과 우승열패를 강조하며 영토 확장을 꿈꾸던 제국주의에 맞서는 일본 사회의 거의 유일한 저항의 구심점이 되었다. 실제로 러일전쟁 당시 고토쿠는 반전 운동을 벌이면서 적국인 러시아 사회주의자들과 연대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끌어냈다. 또한 1907년에 고토쿠 슈스이가 여러 동지와 함께 참여한 ‘아주화친회’는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반제국주의, 반침략 운동의 연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