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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는 태어나서 처음 본 외할머니 집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된다. 시골 동네 어른들은 리리가 할머니를 고생시키는 ‘골칫덩이’라며 수군댄다. 방 안에서 꼼짝 않는 손녀를 보자, 할머니는 리리를 문방구로 데려가고, 리리는 공주 가면을 꽉 쥔 채 할머니를 바라본다. 가면을 쓰면 어른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할머니는 리리가 가면을 좋아하는 줄 알고, 각기 다른 공주 가면 두 개를 사 준다. 며칠 뒤,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리리 또래 수미. 수미는 자신의 선녀 할머니 집이 궁전 같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리리는 솔깃하다. 궁전을 보여 주겠다는 수미 말에 리리도 수미에게 공주 가면 하나를 선물로 준다. 수미와 리리는 선녀 할머니 궁전에서 가면을 쓰고 함께 놀기로 약속한다.
드디어 선녀 할머니 궁전으로 놀러 가기로 한 날, 리리는 공주 가면을 쓰고 선녀 할머니 집으로 찾아간다. 선녀 할머니는 집 앞에서 가면을 쓴 리리를 보자, 손녀딸인 줄 착각하고, 탐스럽고 예쁜 사과를 건넨다. 곧 리리가 수미가 아닌 것을 알아채자, 불같이 화를 낸다. 리리는 너무 무서워 곧장 집으로 돌아와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조금 뒤, 리리 할머니 집에 놀러 온 선녀 할머니. 선녀 할머니는 리리가 골이 나 있다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리리 방으로 들어온다. 선녀 할머니는 방금 전에 만났던 리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수미랑 가면 놀이를 하며 친하게 지내라고 당부한 뒤 나가 버린다. 리리는 점점 화가 난다. 리리는 마당 밖으로 뛰어나가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선녀 할머니에게 화를 내고, 마당 끝에 서서 가면을 벗어 멀리 던져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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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골칫덩이 아니야, 나는 리리야!
-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당찬 꼬마 소녀 이야기 “어디서 굴러 들어온 애야?”, “아유, 골칫덩이를 맡았구먼.” - 본문 중에서 리리가 외할머니 집에 온 첫날, 동네 어른들은 리리를 코앞에 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수군댄다. 안 그래도 엄마가 말도 없이 사라져 자신이 가져온 ‘개구리 인형’에만 의지한 채 버티고 있는 리리에게 어른들은 큰 상처를 준다. 리리는 ‘골칫덩이’라는 소리에 방에 들어가 꼼짝하지 않는다. 얼마 뒤, 할머니 손에 이끌려 체념하듯 문방구에 따라 간 리리는 “두 눈만 뻥 뚫린 가면” 두 개를 사 들고 집으로 온다. 가면을 쓰면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가면의 위력은 아주 잠시뿐이다! 리리는 또래 친구 수미를 우연히 알게 되고, 더불어 수미 할머니인 선녀 할머니와 얽히며 가면의 허와 실, 이중성을 깨닫는다. 더불어 가면이 더 이상 자신의 안식처와 위로가 돼 주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 스스로 가면을 벗어 던지며 자조 섞인 다짐과 함께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제는 ‘리리’로 살아가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그래, 골칫덩이면 어때. 가면 쓰면 밥 먹기도 힘든걸…….” - 본문 중에서 또래 아이들처럼 예쁜 공주 가면이 좋아서 쓴 것도 아니고, “골칫덩이라고 놀리니까” 쓴 거라며 토로하는 리리가 한없이 안쓰럽지만, 낯섦을 극복하고 견뎌 보겠다는 당찬 결의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는 우리 아이들이 수많은 미혹 앞에서 잠시 흔들려도, 상처와 부대낌에 힘겨워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꿋꿋이 성장하길 기대하는 작가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아이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무력하게 느끼며 위축되어 있는 어른들에게 보내는 꾸지람이자 응원이기도 하다. “가면 속에 숨었대. 숨었다가 다 망쳤대.” - 가식과 위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침! 《돼지 궁전》에서 작가가 가장 강조하는 주제는 ‘가식과 위선’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가면’이란 소재도 활용하고, ‘선녀 할머니’란 캐릭터도 만들었다. ‘선녀 할머니’는 가식과 위선을 상징하는 인간상이다. 작가는 선녀 할머니 캐릭터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통의 인물로 그렸다. 인간 누구나 가식과 위선의 가면을 쓰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의도에서다. 의도를 극대화한 그림은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 준다. 갖가지 액세서리로 치장한 선녀 할머니, 다른 집과 다르게 꽃과 나무로 화려하게 꾸며 놓은 궁전 같은 집, 겉으로는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환하게 웃지만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본 듯하면(자기 위주로 판단하여) 마치 괴물처럼 돌변하며 본질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리리의 공주 가면 또한 가식과 위선의 해악을 보여 주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다. 웃고 있는 공주 가면 너머로 겁먹은 표정의 리리 모습이나 어른들에게 상처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리리 모습에서 가면의 허상을 폭로한다. 리리는 가면의 불편함도 이야기하고, 가면 때문에 자존감을 상실하여 울상 짓기도 한다. 모두 우리의 이중적인 모습에 일침을 보내는 작가의 메시지이다. 삶에 대한 막중한 의무를 독려하는 동화 작품은 자신의 뜻과 어긋난 삶이 펼쳐져도 삶에 대한 막중한 의무를 다하라고 독려한다. 엄마가 말도 없이 가 버려 어쩔 수 없이 외할머니 집에서 살게 된 꼬마 리리가 두려움에 직면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마냥 밝고 유쾌한 내용으로 행복한 결말을 약속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 주며 세상을 이해시키고, 단단한 내성을 기르며 성장하라고 이른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발 딛고 살아갈 세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리리가 세상을 알아가며 몸과 마음이 조금씩 자라듯, 어린이 독자들도 ‘리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며 인생의 무게감과 깊이를 깨달을 것이다.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화풍이 만난 매력적인 그림 세계 투명한 OHP 필름 위에 색깔별로 따로 물감을 얇게 발라 잘 말린 뒤, 각각의 필름을 일일이 칼로 긁어 내어 인물과 배경을 완성한다. 그런 다음 필요한 그림들을 하나하나 오려 흰 종이 위에 배치한 뒤 풀칠하여 단단히 붙인다. 입체적인 판화 느낌을 내기 위해 작가가 고안한 화법이다. 작가는 되도록 적은 색상의 원색으로 새로운 색깔과 분위기를 연출해 독특한 화풍을 만들었다. 이로써 작고 여린 듯하지만 자기 소신도 있고 고집도 있는 ‘리리’가 탄생됐다. 작품은 독특한 캐릭터와 원색적인 색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글이 다 보여 주지 않는 내용과 주제를 다양한 화면으로 배치해 지루할 틈이 없다. 한 컷 한 컷 예술 그림을 감상하듯 눈이 즐겁고, 장면마다 작가의 숨은 의도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