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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옮긴이의 말 미주 참고 문헌 |
Jean Gi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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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지 않는 양치기 남자는 작은 자루를 꺼내 테이블 위에 도토리 한 무더기를 쏟아부었다. 그는 도토리를 하나씩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따로 구분해놓았다. 나는 앉아서 파이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내가 도와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는 자신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그 일에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지 보았고,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것이 우리가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p.18~20
그는 목표한 곳에 도착하자 쇠막대기를 땅에 박아서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든 구멍에 도토리를 심고 다시 덮어두었다. 그는 떡갈나무를 심고 있었다. 나는 그곳이 그의 땅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 땅이 누구의 땅인지는 알고 있었을까? 아니,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이 땅이 공유지라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땅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누군가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땅이 누구의 소유인지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그저 정성을 다해서 그곳에 100개의 도토리를 심을 뿐이었다.--- p.23 바람이 때마침 불어와 씨앗을 멀리 퍼트려주었다.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을 때 버드나무, 갈대, 풀밭과 정원과 같은 기름진 땅이, 꽃들이 다시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그러나 변화가 너무 느리게 일어나서 그것이 습관처럼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놀라움을 주지는 못했다. 산토끼나 야생 멧돼지를 사냥하기 위해 이 언덕으로 올라온 사냥꾼들은 어린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았지만 그저 자연이 일상적으로 만들어가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도 부피에가 나무를 심는 과정을 간섭하지 않았다. 만약 사람들이 부피에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했다면, 누군가 그가 하는 일을 방해하려고 했을 것이다.--- p.34~35 ‘나무를 심은 사람’은 ‘나무를 심는 사람’이었다. 나는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로 변신한 결과 탄생한 역사적 산물이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나무를 계속해서 심는 행위를 통해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무를 계속 심으려는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니, 견딜 수 없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심겠다는 다짐과 결의, 그리고 계속해서 나무를 심으려는 의지의 발동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옮긴이의 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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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이지만 ‘기적’을 보여주고 ‘기적’을 일으키는 이야기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고 누군가는 탁월한 저널리즘이거나 감동적인 여행 서적 또는 한 사람의 인생의 발자취를 기록한 회고록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다. 경지에 이른 위대한 소설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작가는 프로방스의 척박하고 건조한 풍경으로 독자들을 데려가서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부피에의 헌신적인 삶을 단 몇 페이지로 녹여내 독자들에게 감동과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장 지오노는 프로방스 언덕에 살던 나이 든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와 방랑하는 학생의 우연한 만남이 실화인지 묻는 질문에 허구의 이야기였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믿음을 주고, 독자의 마음을 열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우직한 한 사람이 황무지를 울창한 삼림으로 탈바꿈시키고, 죽은 마을을 희망과 행복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었다. 이 기적을 믿는 사람들을 통해 또 다른 기적이 연쇄작용처럼 또다시 이어지리라 장담한다. 여전히 빛나는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이야기 늙은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는 양을 돌보고 나무를 심는 일을 하면서 황량한 언덕과 폐허가 된 마을을 누구나 살고 싶은 동산으로 만드는 데 인생을 바쳤다. 그는 매일매일 세심하고 꼼꼼하게 100개의 도토리를 골라 심으면서 기적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그는 지칠 줄 모를 정도로 집요하고 열정적이었다. 그 덕분에 황량했던 언덕이 서서히 초록색으로 물들어가고, 새들이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으며, 말라버린 하천에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돌아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동안 세상에는 큰 전쟁이 두 번이나 일어났고, 세상은 공포와 동거하였지만 엘제아르 부피에는 묵묵히 나무를 심는 일에만 열중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부피에가 개척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황무지가 넓게는 황폐해진 우리의 터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전쟁이 할퀴고 간 땅, 무분별한 개척으로 맨살을 드러낸 땅, 그 땅에서 살아가는 지치고 이기적이고 희망 없는 사람들에게 늙은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는 그만의 방법으로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는 낡은 파멸의 땅에서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가 심은 모든 도토리는 희망의 씨앗이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여전히 빛나는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