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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서문 첫 번째 편지 과일 도둑질 두 번째 편지 일요일의 오찬 세 번째 편지 바스콘셀루스 선생님 네 번째 편지 레시페에서 자보아탕으로 다섯 번째 편지 아버지와 몬테이루 삼촌 여섯 번째 편지 아르마다 선생이 넘어졌어? 일곱 번째 편지 아침 7시 기차의 여학생 여덟 번째 편지 어머니의 꿈 아홉 번째 편지 검게 물든 옷 열 번째 편지 비공식적 지식을 탐하다 열한 번째 편지 사회산업국에서 보낸 시절 열두 번째 편지 니나, 니나. 제 아내의 이름이에요 열세 번째 편지 내 조카딸 크리스티나에게 열네 번째 편지 교육과 민주주의 열다섯 번째 편지 해방을 위한 투쟁 열여섯 번째 편지 창조적 글쓰기를 위한 조건 열일곱 번째 편지 변증법적으로 사고하기 열여덟 번째 편지 세기말의 문제들 프레이리의 아내가 붙인 주 |
Paulo Fre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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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와 사춘기에 내가 겪은 어려움은 내게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희망이 뒤섞인 개방적인 태도를 일깨워줬어. 나는 결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지. 가족의 어려움이 어디서 생겨나는지를 아직 알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삶이 예정되어 있다거나, 장애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절대 없었다. 그 반대로,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믿었지. 잘못된 부분이 계속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
교장의 말은 어머니의 꿈을 조각내버렸다. 어머니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대답해야 했어. 위험을 감수해야 했으니까. 뭔가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상당한 시간을 빼앗겨야 하는 처지였어. 도박을 하는 거나 다름없었지. 그래도 혹시 알아? 학생들과 교사들이 갑자기 이 고등학교로 몰려오게 될지.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에게는 가능성만이라도 좋은 거란다. “알겠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일게요.” 어머니는 급료도 없는데 벌써 비서가 된 것처럼 대답했어. 그 학생은 글을 배우고 나서 ‘니나’라고 쓰더니 느닷없이 큰 웃음을 터뜨렸어. 나는 흥분에 휩싸여 학생의 대답을 예측하면서도 이렇게 물었어. “무슨 일인가? 왜 그렇게 웃나?” 학생은 웃음을 그치더니 마치 한 사람을 새로 만들어낸 것처럼 자신 있게 말했어. “니나, 니나. 제 아내의 이름이에요. 제 아내요.” 그 감동에 벅찬 순간 나는 교육자로서의 강렬한 희열을 느꼈어. 글을 깨우친 사람, 처음으로 자기 아내의 이름을 쓸 줄 알게 된 사람의 행복이 내게 밀려왔어.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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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고지》의 저자 파울루 프레이리의 마지막 유작
파울루 프레이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민중교육자이고, 교육철학자이며, 사회운동가이다. 그의 대표작이 바로《페다고지》다. 1968년에 처음 발간된 이 책은 1979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가톨릭평신도사도직협의회’ 이름으로 비밀리에 유통되다가 1995년에 공식 출판되었다. 당시 한국에서《페다고지》의 출판은 매우 독창적인 교육 사상, 해방 운동가의 출현을 뜻하는 것이었다. 프레이리의 ‘인간 해방의 교육학’은 교육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고, 피억압자들에게는 희망이 되었다. 이 책은 70년대 후반부터 87년 6월 항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노동운동과 교육운동, 학생운동 진영에서 의식화 교재로 많이 읽혔다. 그 뒤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교육학의 고전으로 꼽히며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사상가 이전에 프레이리의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그가 자서전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레이리는 평생 20여 권의 저작을 남겼는데 거의《페다고지》를 근간으로 하는 교육사상에 관한 책들이다.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인간 해방 교육에 몰두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지표다. 이런 맥락에서《크리스티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매우 각별하다. 첫째는 이 책이 프레이리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처음으로 밝히는 그의 삶과 일에 관한 사적이며 내밀한 회고록으로서 프레이리의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조카딸 크리스티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몰랐던 그의 유년기·청년기의 삶을 알게 되며, 그의 사상의 알갱이와 그것을 만든 삶의 배경과 경험들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참여 지식인의 삶과 활동의 정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프레이리의 유년기·청년기의 삶을 처음 만나다 1970년대 초 당시 사춘기였던 조카딸 크리스티나가 프레이리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프레이리는 당시 스위스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활동을 하고 있었다. 1950년대부터 문맹 퇴치 운동에 몰두하던 그가 1964년 군부쿠데타 세력에 의해 체제 전복 세력으로 몰려 투옥되고 난 뒤 고된 망명생활을 하던 때였다. 크리스티나는 스위스의 아름다움, 민주주의, 교육, 문명의 수준에 관해 호기심을 품었다. 프레이리는 사춘기 소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칠레 망명 시절에 느꼈던 브라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그리움이 향수로 커지지 않도록 억제하려는 노력, 세계교회협의회의 활동, 제네바에서의 일상과 여행 등을 전했다. 세월이 흘렀고 편지는 계속 오갔으며 크리스티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물론 프레이리는 여전히 망명자 신세였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티나는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삼촌의 생애, 어린 시절에 대해 편지로 조금씩 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교육가가 되었는지 알고 싶어요.” 이때부터 조카딸 크리스티나와 삼촌 프레이리가 아닌 대학생 크리스티나와 교육가 프레이리의 소심한 친교가 시작되었다.《크리스티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당시(1970년대) 크리스티나와 프레이리가 나눈 편지에 기초해 1990년대에 프레이리가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한 것이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기억을 더듬어 이 편지를 묶은 이유가 아직도 억압에서 신음하고 있는 브라질의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자신의 삶을 성찰할 필요성에 있었음은 당연하다. 《크리스티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열여덟 통의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세 번째 편지까지는 개인적인 삶을 주로 털어 놓으며 그 이후 편지에서는 자신이 주장한 교육 사상의 핵심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 우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열세 번째 편지까지에서의 주된 내용인 유년기와 청년기의 삶이다. 프레이리가 어떤 저작에서도 밝히지 않았던 프레이리의 사상과 실천의 뿌리가 되었던 시절의 사적 기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기록이 더욱 빛나는 것은 어린 시절의 여러 기억들에 대한 풍부한 은유를 통해 브라질의 한 시대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로르지스의 피아노, 아버지의 넥타이, 아르마다 선생의 잔인함, 피아노를 머리에 이고 옮기는 짐꾼, 트럭의 칼롱가스, 손수건 갱단, 노동자 주택, 유령, 자보아탕 고등학교의 비서가 되려는 어머니의 꿈, 아버지의 때 이른 죽음, 올레가리우 마리아노의 집, 얼굴에 낙서를 한 젊은이, 콩 수프 같은 것들이다.” 이런 이미지들을 이용해 사람들의 경험과 좌절된 꿈을 이야기하면서 프레이리는 브라질의 현실의 선명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희망의 부재, 억압의 상존, 권위주의, 착취, 지배, 가능한 것의 꿈, 현저한 사회적 차이, 교육과 학교의 부족, 빈곤, 기아, 실업, 그리고 다수의 궁핍과 소수의 풍요 같은 것들이다. 즉 편지들은 주관성이 깊이 스며들어 있으면서도 브라질 역사, 그가 주체로서 참여한 역사의 객관적 측면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파울루 프레이리에게로 들어가는 문 《페다고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교육사상서다.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파울루 프레이리는 변방의 무명 교육운동가에서 세계적인 교육사상가가 되었다. 이 책은 현재 24개국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으며, 프레이리는 1993년에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다.《페다고지》가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문맹 퇴치 운동과 망명 시절의 다양한 활동에 바탕해 씌어진 매우 실천적인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프레이리가《페다고지》에서 밝히고 있는 교육 사상의 핵심은 1)변혁을 위한 의식화와 인간화, 2) 변혁을 위한 대화와 해방교육, 3)프락시스와 문제제기식 교육, 4)비판 의식과 열린 사회라로 요약할 수 있다. ‘억압’이라는 핵심 개념에서 출발하는 프레이리의 사상은 변증법적 사고를 거쳐 피억압자와 억압자 모두의 해방을 위한 대화 교육으로 나아간다. 이 사상적 개념과 체계는 다소 복잡해서 많은 오해를 낳기도 하며(‘의식화’가 대표적이다), 입장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격 받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프레이리는《크리스티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논문이 아닌 편지글을 통해 사상을 피력하는 이유, 이 책이 주관적인 회고이지만 객관성을 갖고 있음을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한다. 보수 세력 내지 진보 세력 내의 반대파들을 의식한 듯하다). 《크리스티나에게 보내는 편지》의 열네 번째 편지부터 마지막 편지에서 프레이리는 자신의 교육 사상의 핵심을 간추린다. ‘민주주의와 교육’, ‘해방을 위한 투쟁’, ‘창조적 글쓰기를 위한 조건’, ‘변증접적으로 사고하기’, ‘세기말의 문제들’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 다섯 편의 편지들을 통해《페다고지》가 말하는 다소 복잡하고 모호한 개념과 체계들을 부족하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20세기를 피억압자의 해방에 헌신했던 파울루 프레이리라는 인간의 드넓은 사상의 바다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