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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영락없는 한 마리 벌레였다
추천의 글 외발로 선 시간의 은총 | 김기석 언젠가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걸을 수 있기를| 김정권 우리에게 기도를 더하여 주시기를… | 문종수 DMZ를 홀로 걷는 한 마리 벌레에게 | 민영진 그는 DMZ에서 광야를 보았다 | 함광복 더는 힘들지 않으려고 한 마리 벌레처럼 떠날 준비 더는 힘들지 않으려고 배낭 챙기기 챙기지 않은 것 길을 떠나니 길 떠난 자를 만나고 따뜻한 기억과 든든한 연대 가장 좋은 지도 가장 좋은 지도 길을 잘 일러주는 사람 사람은 가도 뒤에 남는 것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소똥령 마을 아, 진부령! 행복한 육군 오래 걸으니 몇 가지 다짐 할머니 민박 오래 걸으니 왜 걸어요? 작은 표지판 함께 짐을 진다는 것은 도움 받으시다 숨겨두고 싶은 길 지팡이와 막대기 이 땅 기우소서! 함께 짐을 진다는 것은 해안 ‘화’와 ‘소’ 가는 곳이 길이다 팔랑리 풍미식당 인민군 발싸개 산양의 웃음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늘의 자비하심으로 가는 곳이 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 물 없이 먼 길을 간다는 것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거미의 유머 혼자 드린 예배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들 오르막과 내리막 선입견 하나를 송구함으로 버리다 아직도 아프니? 그날 주일 종은 울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마중 어색한 잠자리와 꿀잠 아직도 아프니? 자기 자리를 지킨다는 것 마지막 걸음 너덜너덜 어처구니없이 해진 이 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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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간절할지는 몰라도 길을 걸으며 기도하려고 한다. 철조망으로 허리를 두르고 있는 내 나라를 위하여, 이 땅의 교회들과 지금 섬기고 있는 성지교회를 위하여, 내가 살아오며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내가 걸어갈 목회의 길에 대하여, 걸음걸음에 기도를 담으려 한다. 모두가 낯선 길,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 어쩌면 중간 중간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길을 걸으며 길을 물으려 한다. 사람의 길, 믿음의 길, 도리의 길을 처음처럼 물으려 한다.
---「한 마리 벌레처럼」중에서 종이가 너덜너덜해지도록 로드맵을 손에 들고 길을 걷다가 문득 마음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삶에도 로드맵이 있다면 과연 그 로드맵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마다 얼마든지 다르겠지만 하나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당연히 성경이 로드맵이 아닐까 싶었다. 과연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로드맵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일까? ---「챙기지 않은 것」중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 기억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면서 배우게 된 기도의 의미가 있다. 기도란 따뜻한 기억과 든든한 연대였다. 서로를 따뜻하게 기억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남이 아님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를 생각하고 위로하고 격려 하고 지지하고 축복하며 우리가 여전히 든든함과 고마움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 그것이 기도였다. ---「따뜻한 기억과 든든한 연대」중에서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가 어느 순간부터는 우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침 그날은 살아오며 만났던 사람들을 한 사람씩 떠올리며 기도를 드리기 시작한 날이었다. 걸으면서 떠올렸던 사람들, 누구의 삶도 쉬운 삶이 없었다. 힘겨운 삶을 떠올리며 기도를 바치기엔 오히려 그런 악천후가 제격이다 싶었다. ---「아, 진부령」중에서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자연의 흐름을 묵묵히 따르는 삶, 그보다 순박하고 질박하고 아름다운 삶이 또 어디 있을까. 절기는 물론 언제 계절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허둥지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따라 즐거워하며 사는 삶, 그것이 맞는 속도였던 것이다. “오래 걸으니 비로소 내 발이 내 땅에 닿았다. 오래 걸으니 비로소 제대로 된 속도가 보였다.” ---「오래 걸으니」중에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저 사람은 믿음의 길을 걷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게 할 만한 그 무엇이 내게 있는 것일까?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모습만 보면 얼마든지 알아차릴 수 있는 믿음의 표지와 표식이 과연 내 삶에 존재하는 것일까? ---「왜 걸어요?」중에서 십자가의 길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과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것들,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어떤 순간에 도 나만 혼자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뒤에서 주님도 나와 함께 그 아픔을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도움 받으시다」중에서 철조망 밖의 세상과 무엇 하나 다를 것이 없는 풍경과 공기,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새롭게 다가왔다. 민통선 안과 밖이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은 뭔지 모를 통증처럼 느껴졌다. ---「가는 곳이 길이다」중에서 낯선 길을 걷는 이에게 주어지는 은총 중 하나는 뜻밖의 만남이 허락된다는 것임을 배운 날이었다. 농막에서 물을 마시며 나눈 이야기나 정자에 앉아 심마니와 나눈 이야기는 분명 내 마음속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내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맞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디엔가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 문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중에서 찍을 때는 몰랐던, 나중에야 빛의 형상을 보며 깜짝 놀랐던 사진. 그동안 수고했다며 손을 흔드시는, 내게는 영락없는 주님의 모습이었다. 길 끝에서 만나게 되는 길, 길의 의미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걸음」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