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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죽음 앞의 삶에 관한 12가지 생각
2부 내 유년 시절과 가족사에 관한 회상 3부 웃음물총새와 도마뱀, 엔딩과 시작 감사의 글 |
Cory Tay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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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상이란 걸 잘 아는 데도 우리는 ‘죽음을 한곳에 치워 두고, 삶에서 지워 버리려 했고, 감추려고 애썼다.’ 우리에 게 죽음은 괴물 같은 침묵이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책이 아니다. 언젠가 그런 상황과 맞닥트렸을 때 한없이 외로워질 누군가를 위해 썼다. 적어도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그리고 견딜 만한 죽음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 p.25
지금 나는 이웃집 개 리트리버보다도 가볍다. 어디 한 군데라도 부러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내가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내 인생은 축복받은 삶이었다. 무수한 기쁨으로 충만한 삶이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불행한 기억조차도 애정 어린 추억담으로 재생되는 것 같다. 마치 기쁨이 단지 좋았던 시절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한 타래 금실로 짠 삶처럼 생애 전체를 누비는 듯하다. 어쩌면 죽음은 죽음을 통해 삶을 잘 보이게 하는 것 같다. --- p.43 버킷 리스트는 많이 경험한 인생이 좋다는 데 그 의미가 있지만 그와 반대일 수 있다. 나는 버킷 리스트가 없다. 나를 위로하는 것은 내가 한 일에 대한 기억이지 내가 하지 못한 일을 아쉬워하는 갈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p.57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역시 어려웠다. 사라 언니, 엘리엇 오빠 그리고 나, 우리 모두는 저마다 넘어야 할 산이 있었고,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힘든 말년을 보내던 중이었다. 삶이 힘들고 암울해도 서로 걱정하고 위로하면서 계속 연락했더라면, 또 머리를 맞대고 뭔가 해결 방법을 모색했더라면, 그것이 비록 궁리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맞닥트린 인생의 고비마다 큰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대체로 우리의 기본 소통 방식은 침묵이었다. 그 침묵은 일종의 비난이자 서로를 향한 실망과 분노의 표현이었으며, 대리 폭력이었다. --- p.127 개가 그렇듯 볕 따듯한 곳에 누워 햇빛바라기를 즐겼다.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의 몸을 핥아주듯 욕실에서 어머니가 내 몸의 비누 거품을 씻어낼 때 기분이 좋았다. 또 어머니가 부엌에서 만든 음식은 내 삶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특히 케이크. 손가락으로 찍어 먹던 그 반죽의 맛, 케이크를 오븐에서 꺼낼 때의 냄새, 갓 구운 케이크를 베어 물 때 그 뜨거운 달콤함. 내가 아플 때면 어머니는 달걀 반숙과 먹기 좋게 잘라 구운 식빵을 준비했다. 그 짭조름한 버터 향은 아픈 나를 단박에 기쁨의 세계로 데려다 놓았다. --- p.149 내가 이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금처럼 쇠락해진 몸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던, 그래서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가던 그때의 몸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다. 흔히 인생은 짧다고 말한다. 우리가 경험한 모든 삶은 시간 안에 존재하고 몸속에도 존재한다. 산책하는 몸 따라 마음이 걷지 않는다면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p.167 내 몸이 내가 살아온 인생 자체이며, 내가 보고 행동한 모든 것들의 진실한 기록이며, 내 모든 기쁨과 상심의 현장이며, 내 모든 오해와 눈부신 통찰의 현장이다. 내 인생 여정을 다시 체험해야겠다면 내 몸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내 세포는 어린 시절 내가 햇빛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던 것도 기억한다. 결국 피부암에 걸리긴 했지만. 시작 속에 끝이 있다. --- p.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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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음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삶의 방법’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다 호주 소설가가 4기 흑색종 관련 뇌종양을 투병하던 중 죽음을 앞두고 쓴 회고록이다. 그녀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죽음’을 주제로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가장 많은 질문 12개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가령 버킷 리스트가 있는지, 내세를 믿는지, 무엇을 가장 후회하는지와 같은, 그 자신 스스로 오랫동안 묻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바쁜 보통의 우리라면 생각의 그물망 밖에 머무를 이 질문들은 이 삶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저자가 추억하는 것은 지금처럼 쇠락해진 몸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던, 그래서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가던 과거의 삶이 실로 축복이었음을, 보통의 우리가 늘 지나치는, 활동적인 육체가 누릴 수 있는 삶을 예찬했다. “자전거를 타고 내가 다니던 언덕길을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오르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쳐다본다. 운전하는 사람들도 부럽다. 내가 차에 짐을 싣고 한적한 해변으로 나가 수영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하지만 지금 나는 이웃집 개 리트리버보다도 가볍다. 어디 한 군데라도 부러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내가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죽을 때가 되면 불행했던 기억조차 애정 어린 추억담으로 재생된다는 저자의 진솔한 문장들을 읽다보면 과연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을 추억하고 기억하게 될까, 더 나아가 내 앞에 놓인 삶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즉 내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2. 세계 유명 소설가들이 찬사를 보낸, 죽음에 직면한 강렬한 회상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성서 사람들이 죽을 때가 되면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특히 어린 시절과 가족들을 유독 기억에 떠올리는 것은 왜일까? 이 소설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외할머니의 신경쇠약, 아버지의 모험적 삶, 부모님의 불화와 이혼, 형제간의 불통 등 이 책의 내러티브 대부분이 끝까지 화해하지 못한 가족의 갈라진 틈을 탐구했다. 아버지를 따라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엄마와의 여행, 글쓰기와 여행에 푹 빠져 살았던 학창시절 등 섬세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삶에 대한 고찰은 작가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마지막 성서로 다가온다. 그처럼 진솔하고 울림 있는 고백에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힐러리 맨틀, 줄리언 반스, 마거릿 드래블, 앤 후드 등 유명 소설가들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3. “나는 죽음의 모양을 만드는 중이다. 무엇보다 내가 견딜 만한 죽음을 위해서“ 저자는 말년에 치매를 앓던 부모님이 굴욕적인 삶을 살다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그토록 사랑했고 자랑스러웠던 어머니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나 존엄성도 없이 허물어지는 말년의 모습이 저자에게는 매우 충격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저자는 ‘좋은 죽음’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되었다. 지금보다 죽음에 관한 대화가 더 많이, 즉 즉음에 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저자는 죽는 것도 무섭고 두렵지만 자신처럼 종교가 없는 사람은 곧장 지옥행이라는, 종교계의 차별적 논리나, 병원 한 구석에서 우리의 죽음이 어떻게 치워지는지, 말기 암환자에게도 임상 치료만 말할 뿐 생의 이별과 관련한 죽음에 관해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된 의료계 현실에도 많은 의구심을 품는다. 애쓰고 소중하게 살아온 인생을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서둘러 매장되거나 화장장으로 사라져야 하는. 우리 시대의 불편한 죽음 의례나 의식에 대해 설득력 강한 물음을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