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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을지로의 힘
1_ 서울의 오래된 미래 을지로, 흥망성쇠의 역사 다시·세운 프로젝트 2_ 기술과 문화예술이 만나다 도심 속 보물 창고 을지로 특정적 예술 을지로와 현대 예술의 조우 3_ 을지로에는 힙스터가 없다 힙 & 힙스터 가장 보통의 생존주의 지금, 여기 을지로 어바니즘 4_ 다시, 을지로 자아 정체성으로서의 도시 공간적 상상력을 발휘하다 주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을지로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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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일상에 변화를 불러일으킨 건 비실용적인 행위들이었다. 을지로의 변화는 평범한 사람들, 조금 더 자세하게는 우리 주변 청년들의 시도에서 시작한다. 명맥만을 유지하던 제조업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노동 대對 놀이’라는 이분법을 정확하게 가르기 어려운 모호한 작업을 시작했다. ---p.10
을지로는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노동의 이미지를 벗어나 기술과 예술, 낡은 것과 새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향으로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청년들이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해보는 곳이자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기꺼이 선택한 제조업 장인들의 삶이 있는 곳이 바로 을지로다. ---p.14 금속을 갈아 내는 날카로운 소리와 매캐한 냄새. 언제부터 그 자리를 지켰는지 모를, 얼기설기 쌓아 올린 불규칙한 건물들. 건물 외벽에는 붓으로 정성스럽게 글자를 써 내려간 간판들이 옹기종지 붙어 잇다. 그 사이로 물건들이 대중없이 쌓여 좁아진 골목을 삼발이와 용달차가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서울에서 이제는 찾기 힘든 풍경이지만 발전과 진보의 꿈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 만들어진 이곳, 을지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풍경이다. ---p.18 문화예술가들은 문화예술 실천의 장에 을지로의 장인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을지로와 세운상가 일대에는 역사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공구와 기계를 제작하고 수리해 온 장인들이 있다. 이들은 작가들과 대화하며, 혹은 예술 작업에 필요한 재료를 만들어 주며 프로젝트의 일원이 된다. 을지로의 제조업 장인들은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 을지로 특정적 예술을 만들어 나가는 숨은 공신들이다 ---p.47 을지로 특정적 예술은 도심 제조 산업 지역에서 받은 영감을, 을지로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을지로라는 특정한 지역에서 펼쳐 보일 때에야 비로소 의미가 채워진다. ---p.51 몇몇은 이를 두고 ‘힙하다’고 얘기하면서 을지로를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곳으로 꼽는다. 대체 힙한 것, 힙스터가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을지로와 힙함을 등치하는 것일까? 을지로는 정말로 힙한 곳이며 을지로의 청년들은 모두 힙스터일까? ---p.62 을지로의 청년들은 소수 문화를 추구하며 의도적으로 정체성을 구별 짓거나 힙함 혹은 희소성만을 맹목적으로 좇는 힙스터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생존을 위해 기회를 모색하고 분투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청년들이다. ---p.80 그러나 무엇보다 을지로는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도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의 소중함을 시사한다. 사람보다 자본을 우위에 둔 그간의 도시개발계획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잊고, 잊히도록 했다. 그러나 물리적인 공간인 도시에 터를 잡고 생활하며 공간을 전유하는 도시민들이 가진 공간 경험이나 기억은 자본으로 치환할 수 없다. ---p.100 이제 을지로는 공간적 상상력이 가장 활발하게 가동될 수 있는, 상상력이 풍요로운 시기로 진입했다. ---p.104 을지로에서는 제조업 장인들, 문화예술가들, 그리고 청년 사업가들이 모여 독창적이고 기발한 제품부터 새로운 삶의 방식까지 만들어 가고 있다. 을지로의 변화로 시민들은 을지로에서 더 다양한 이미지를 지각하고 각자의 상상력을 통해 이곳을 더 다양하게 기억하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도심 제조 산업 지역이라는 본연의 가치에서부터 창의 산업, 그리고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을지로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알아보는 사람들을 만나 시민들에게 다시, 화려하게 다가간다. ---p.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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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가 낯설어졌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대중없이 쌓인 물건들이 가득하던 골목에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노가리 골목엔 언젠가부터 젊은 단골들이 생겨났고, 즐길 거리가 넘치는 종로나 광화문을 옆에 두고 굳이 열한 시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 을지로를 멀리서 찾아오기도 한다. 죽어 가던 제조업 지역 혹은 오피스타운으로 불리던 을지로는 이제 가장 ‘핫’한 지역이 되었다.
변화를 불러일으킨 건 평범한 사람들, 조금 더 자세하게는 우리 주변 청년들의 시도였다. 명맥만을 유지하던 제조업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노동 대 놀이’라는 이분법으로 정확하게 가르기 어려운 모호한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주최하는 전시나 공연은 생산적이지만 딱히 돈이 되는 일은 아니다. 청년들이 여는 음식점도 을지로 인구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제조업 종사자들이 도무지 들를 것 같지 않은 젊은 취향을 겨냥한다. 자본주의적 합리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들의 행동은 비합리적이며 감성적이거나 기이한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이 스러져 가던 을지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근면과 노동, 생산성 등의 수식어로 을지로의 기능적 측면을 부각하던 언론은 이제 전시와 음악, 커피와 와인 등이 속속 등장하는 을지로의 변화를 문화나 예술 같은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청년들은 수십 년간 장인들이 철제와 유리, 전자 회로와 씨름하며 쌓아 온 세월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이들은 노동의 기억이 내려앉은 회색의 장소에 다채로운 즐거움을 끌어들여 도시의 의미를 다양하게 바꾸고 있다. 저자는 을지로에서 과거의 기억을 각자의 새로운 삶에 접목하는 청년들과 제조업 상공인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을 ‘일상생활의 사회학’과 ‘공간적 상상력’이라는 사회학 틀로 바라본다. 도시재생지구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을지로에 들어온 청년들은 이 일대를 단순히 제조업 지역이나 문화예술로 점철된 거리가 아닌 제조업과 문화예술이 적절하게 결합된 새로운 방향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을지로는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노동의 이미지를 벗어나 기술과 예술, 낡은 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향으로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청년들이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해 보는 곳이자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기꺼이 선택한 제조업 장인들의 삶이 있는 곳이 바로 을지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