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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11/3 고흥준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사랑했던 사람과의 애절했던 초조의 출발, 친구들과의 정담어린 어깨 걸음, 혹은 삶의 고단 속에서 홀로 떠났던 어떤 겨울. 그런 추억들은 일기로, 편지로, 낙서로 남는다.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여행은 무엇인가를 기록하기 위한 체화의 과정이다. 그러나 정유희의 <너에게 변두리를 보낸다>에 이르면 여기에 한 가지가 덧붙여진다. 그것은 '흥겨움'이다.
말장난이 다분한 사담에 구어적인 즉흥성이 더해진 여행기를 만났다면, 그리하여 참을 수 없을 만큼 솟구치는 떠남에의 충동과, 괜스레 싱긋 웃게 만드는 문장을 만났다면 그것은 정유희의 솜씨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녀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여행기의 전형을 만들어 낸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봐도 강가에서 막 건져낸 물고기의 힘찬 비늘 같은 힘이 느껴진다. 그것을 그녀는 '신들의 뜻과 운명의 장난질을 모면하지 못'한 탓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은의 <상계동 가는 길>에 보면 '전위! 그것은 항상 변두리에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김현 선생은 이것에 대해 '떠돌이만이 그 말의 진짜 뜻을 안다'고 했다. 중앙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은 '변두리'를 찾아 떠날 줄 아는 삶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소 지나친 말장난처럼 이어진 여행 스케치에 이런 거창한 구절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며 변두리 의식의 소산이다. 중앙적이지 않은 것, 그렇다고 예외에 속하는 것에 대한 찬사에 종속되고 있지 않은 조율의 힘이야말로 정유희의 여행기가 보여주는 내면적인 아름다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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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알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들의 진짜 모습들이다. 세계를 온라인으로 이어주고 있는 인터넷이 있다고 해서 세계를 모니터 안에 놓고 ‘실체의 질량’을 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직접 발로 밟아야 그나마 진실의 부스러기라도 매만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궁극’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사람이 삶을 사는 궁극적인 이유가 뭘까, 신은 왜 우주를 창조하고, 그 속에 인간이라는, 우주의 조화에 별로 부합하지도 적당치도 않은 존재를 배치해 놓았나, 고민해왔고,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고민은 그나마 내가 변두리 속에서 만나는 자연, 신이 솜씨껏 부려 놓은 그 기적과 같이 훌륭한 주옥 속에서 조금씩 풀려 나가고 있다. 백남준은 이 세상 그 무엇도 자신에게 장애가 되지 않았다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내 여행기가 떠나는 사람들한테 있어서 장애가 되는 모든 것들을 서슴지 않고 해치울 수 있는 촉발점과 화근이 돼주길 바란다. 내 글을 의지하여 떠났던 사람들이 내 글 속의 국면과는 다른 황당한 국면과 마주치길 바라며, 그래서 또한 새로운 여행기가 생성되길 바란다. --- p.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