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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진영에 간다! 2. 진영의 슈퍼스타 oaK 3. 내랑 한 판 붙자 안 카나! 4. 아빠의 링컨 컨티넨탈 5. 최고지도위원 옥성호 6. 돈봉투와 카스텔라 7. 방송국이 온다! 8. 부산댁, 우리 할매 9. 아멘 할아버지와의 뜨거운 기억 10. 부러운 훈이 11. 충무와 노래 테이프 12. 래시야! 13. 성도교회 대학부 14. 아빠의 선물 15. 여름 밤 이층에서는… 16. 훈이와 전기밥통 17. 황금 날개 18. 돌아온 아빠 19. 잔인한 서울 20. 그 아침의 찬양 소리 에필로그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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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배웅하고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나와 훈이에게 이미 아빠라는 존재는 멀리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와 훈이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줄곧 번져 나오는 회심의 미소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아빠가 없는데도 마냥 좋다고 웃고만 있는 이 철없는 두 아들과 세상 모르고 잠이 든 막내아들을 앞으로 몇 년간 혼자 키워야 할 엄마는 우리 옆에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날 오후 우리는 진영으로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 「01. 진영에 간다!」 중에서
"옥성호, 내가 도전한다이, 나가서 붙자."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 아이의 호전적인 태도와 주변의 분위기로 봐서 싸움을 하자는 말인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한 번도 당해보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세련된 본토 표준어로 물었다. "얘, 내가 왜 너와 싸워야 하니? 싫어. 게다가 싸움은 나쁜 거야." --- 「03. 내랑 한 판 붙자 안 카나!」 중에서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자 여전히 나를 반기는 래시의 왼쪽 눈은 아주 크고 시퍼런 멍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제야 래시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나는 실로 오랜만에 래시를 안고 그 누런 털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래시야, 미안하대이. 내 진짜 맞힐 줄은 몰랐다 아이가. 진짜 몰랐다 아이가. 미안하대이, 많이 아팠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리 없는 래시는 그냥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 「12. 래시야!」 중에서 마당 저 끝에서 훈이를 기다리던 내 눈에, 어깨를 들썩이면서 또 한 편으로 맞은 엉덩이를 주무르며 주섬주섬 신을 찾아 신는 동생이 그날따라 너무도 작고 초라하게 보였다. 나는 훈이가 나를 못 보기를 바랐다. 그러나 훈이는 울면서도 나부터 찾았다. 곧 마당 저편에 숨은 듯 이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훈이는 여전히 울면서 내게 다 가왔다. 나는 차마 훈이에게 어떤 말도 걸 수 없었고 훈이 의 눈물 맺힌 눈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내 앞에 온 훈이 는 조그만 손을 내밀었다. "언니야, 100원 줘." 그 순간 나는 목에 뭐가 콱 막히며 갑자기 눈앞이 확 흐려지는 것 같았다. 말없이 주머니에서 꺼낸 100원을 훈이 손에 올려놓고 나는 대문을 향해서 달려갔다. --- 「16. 훈이와 전기밥통」 중에서 정말로 "황금 날개"를 못 본다면, 그것도 우리 집 바로 뒤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하는 "황금 날개"를 못 본다면 나는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아니 "황금 날개"를 못 보고 남은 인생을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아 보였다. --- 「17. 황금 날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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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꼬마니콜라가 있었다면, 35년 전 경남 진영에는 슈퍼스타 성호가 있었다!
35년 전, 진영의 철없는 이 꼬마가 진정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를 쓴 냉철한 저자 옥성호와 동일인물인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자가 사랑의교회 故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었다는 사실도,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로 날이 제대로 선 비판을 했다는 사실도 모두 잊게 된다. 그저 우리는 이 책에서 엉뚱하고 허영 부리기 좋아하는 한 소년을 만날 수 있다. 이 소년은 아버지가 3년 동안이나 유학을 떠나, 자신과 헤어져 있는 것도 그렇게 아프지 않다. 소년에게는 그저 진영의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서울 말씨, 손목시계, 그리고 미국에서 보내온 아버지의 멋진 차 사진이 더 우선이다. 이런 소년이지만 그는 진영에서 좌충우돌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점점 자라간다. 동생 훈이에게서, 순한 개 래시에게서, 부산댁 할매에게서, 무서운 아멘 할아버지에게서, 그리고 진영에게서 소년은 점점 자란다. 그리고 30여 년 뒤, 아버지께 들려드리고 싶어 회상한 진영 시절은 어른이 된 소년에게 그 시절이 소중한 또 다른, 아주 중요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 저자의 말 내게 진영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돌아올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래지 않아 아버지가 미국에서 돌아와 우리를 다 데리고 서울로 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진영 시절이 행복했습니다. 인생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인생 속에서 우리가 기다림을 갖고 살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이것은 행복이고 설렘입니다. 누군가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알고 산다는 것, 사랑하는 누군가와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삶의 희망입니다. 진영에서의 3년간 나에게는 그 희망이 있었습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 나는 과거 3년간의 진영보다 좀 더 긴, 새로운 진영을 살고 있다고. 비록 같은 하늘 아래서 다시는 만날 수 없지만 이 삶 너머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새로운 진영을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